항공업계에서는 최고의 직장, 하지만 돈은 어디서 나왔나
지난 4월 전남도청 서재필실에서 무안국제공항 항공노선 개설을 위해 (주)에어필립과 전라남도, 무안군, 세한대학교, 초당대학교 등이 투자협약 및 항공 전문 인력 양성을 위한 산ㆍ학ㆍ관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가운데가 엄일석 에어필립 회장. 사진=전남도청 제공
앞서 세간의 소문이 나도는 이유는 현재 에어필립을 비롯한 신생 항공사 4곳이 7번째 항공운송 면허를 차지하고자 경쟁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에어필립이 면허를 두고 공격적으로 확장에 나서 항공업계를 긴장시킨 것은 사실이다.
얼마나 공격적이었는지 항공기 조종사 사이에서는 ‘갓필립’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신생항공사로는 상상하기 힘든 파격적인 연봉, 복지뿐만 아니라 사소한 것까지 명품으로 챙겼다. 먼저 에어필립 기장 연봉은 기존 LCC 항공사에서 볼 수 없는 1억 8000만 원선인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 LCC 항공사의 연봉은 1억 원 초반이다.
에어필립은 이적할 때 이적료도 따로 챙겨줬다고 한다. 항공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에어필립이 초기에 기장이 이적하면 이적료로 1억 원, 최근에는 7000만 원을 주고 있다고 들었다”고 전했다. 에어필립에서는 기장에게 제공하는 가방까지 명품으로 줬다는 얘기도 전해진다. 또한 복지도 파격적이었다. 보통 지상에서 대기 시간이 길어져도 별다른 휴식공간이 없었던 기장들에게 에어필립은 4시간 정도 호텔을 잡아주고 쉬라고 권했다. 업계에서는 전례없는 조치였다.
지난 7월 불만을 표한 한 블로그 후기글에 엄일석 필립에셋 대표가 직접 댓글을 남긴 모습. 사진=인터넷 커뮤니티 캡처
에어필립은 한때 ‘회장님이 직접 댓글 달아주는 항공사’로도 유명했다. 엄 대표가 에어필립을 탑승해본 고객이 블로그에 남긴 글에 직접 피드백을 하면서다. 항공사를 각별히 생각한다는 점을 엿볼 수 있는 사건이었다.
이렇게 ‘갓필립’을 만든 동력은 결국 돈이다. 공공연하게 지금 구속된 엄 대표가 에어필립에 엄청난 돈을 쏟아부었다는 얘기가 들린다. 출범 4개월 만에 보유 항공기는 4대가 됐고 취항 노선은 6개로 확대됐다. 자본금도 사업 초기 70억 원에서 약 300억 원까지 늘어난 상태다. 항공기 4대를 운영하기 위해선 보통 조종사가 40명이 필요하다. 특히 에어필립은 중형 비행기인 737 도입도 검토했다고 한다.
에어필립에 엄청난 돈을 투입하는 과정도 검찰이 보고 있는 주요 혐의로 알려졌다. 2017년 7월 엄 대표는 에어필립 증자를 위해 신주 발행을 했고 이 와중에 ‘가장납입’을 했다는 혐의가 있다. 실제론 돈을 입금하지도 않았으면서 서류상으로만 숫자를 맞춘 것이다. 자금도 없는데 회사를 설립하는 자금이 들어간 것처럼 꾸미는 가장납입은 부실한 회사가 만들어지는 대표적인 경우로 상법에서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작년 12월 허위기재했기 때문에 계좌에는 없는 50억 원은 엄 대표가 보유하고 있던 에어필립 주식으로 처리했다. 엄 대표가 200만 주를 1주에 6000원씩 필립에셋에 양도해 넘겨주고 없었던 일로 처리하는 이른바 상계 처리를 했다. 상계는 장부상 꾼 돈과 꿔 준 돈을 서류상으로 맞바꾸는 식으로 소멸시켜 채무자가 꾼 돈을 없애주는 방식이다. 200만 주를 6000원으로 계산하면 120억 원에 달한다. 한 재계 관계자는 “회사에 대표가 사비로 집어넣은 운영자금(가수금)이나 양도세 등을 처리하기 위해 120억 원으로 처리한 게 아닐까 싶다”고 조언했다.
한 조종사 기장은 “기장들 사이에서는 에어필립 사장이 ‘우리 이 비행기들 운영하면 5년간 얼마 손해 보냐’고 알아보라고 했고 조사 결과 300억이 손해 난다고 결론이 나자 그 자리에서 300억 현찰로 쐈다는 얘기가 있다”며 “에어필립 내부에서는 5년 적자 보고 그 뒤에 737로 간다는 얘기도 들었다”고 귀띔했다. 물론 항공법상 금고 이상 실형이 있으면 항공회사 대표를 할 수 없다. 이번 구속사건이 엄 대표에게는 결정적 분수령이 될 것으로 전망되는 이유다.
에어필립으로 들어간 자금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그 출처에 대한 조사도 이뤄질 예정이다. 검찰은 필립에셋이 장외주식 추천 및 거래 과정에서 부당이득을 챙겼다는 혐의를 보고 있다. 엄 대표 구속도 최근 사업영역을 확대하자 지역 사회 추가 피해를 우려해 전격적으로 이뤄졌다고 알려졌다. 에어필립이 필립에셋의 부당이득을 통해 만들어졌을 가능성도 있는 셈이다.
특히 비상장주식을 전문적으로 매매해 온 필립에셋이 비상장상태인 에어필립의 주식까지 비싼 값에 팔았다는 의혹도 나오고 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비상장주식인 에어필립을 분양해 팔았다는 얘기가 증권가에 돌고 있다”고 말했다. 빠른 시일 안에 검찰이 전반적인 수사 내용에 대한 브리핑을 할 것으로 알려져 검찰 수사가 어떤 방향으로 진행됐는지 곧 알 수 있을 전망이다.
‘일요신문’은 구체적인 해명을 듣고자 필립에셋 측에 연락을 취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