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리스 디리, 여성 할례 철폐에 기여...아킨우미 아데시나, 농업혁신으로 아프리카 빈곤 개선 및 경제발전 공헌
제3회 선학평화상 수상자로 선정된 와리스 디리(왼쪽)와 아킨우미 아데시나 박사.
[일요신문] 하용성 기자 = 선학평화상위원회(홍일식 위원장)는 제3회 선학평화상 수상자로 와리스 디리(Waris Dirie, 53세, 슈퍼 모델 겸 할례 철폐 인권운동가)와 아킨우미 아데시나(Akinwumi Ayodeji Adesina, 58세, 아프리카개발은행 총재) 박사를 공동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 ‘International Convention Center’에서 이뤄진 수상자 발표는 현지시간으로 22일 오후 6시, 한국시간으로 23일 오후 1시에 이뤄졌다.
와리스 디리는 수천 년간 지속된 여성 할례(FGM: Female Genital Mutilation)의 폭력성을 전 세계에 알리고, 이 악습을 종식시키기 위한 국제법 제정에 앞장서 할례 위기에 처한 수억 명의 어린 소녀들을 구한 공로가 높게 평가됐다.
아킨우미 아데시나 박사는 농업경제학자로서 지난 30년간 아프리카 농업을 혁신해 대륙 전역 수억 명의 식량안보를 개선했으며, 굿거버넌스로 아프리카 대륙의 경제발전을 촉진한 공적이 크게 인정됐다.
위원회는 “두 수상자는 세계에서 가장 취약한 아프리카의 이웃들을 위해 인권의 가치를 드높이고 삶의 질을 향상하는 데 혁혁한 공을 세웠다”며 “아프리카는 미래세대가 직면할 위기들이 집약적으로 나타나는 곳으로서 이 문제를 해결해야 인류의 미래 평화가 보장된다”고 밝혔다.
와리스 디리는 ‘여성 할례’를 전 세계에 공론화한 첫 인물이다. 소말리아 유목민의 딸로 태어나 5세 때 할례를 당한 그녀는 세계적인 슈퍼 모델로서 인기가 최절정에 달했던 1997년 고통의 소리를 낼 길 없는 수억 명의 아프리카 여성들을 대표해 할례를 고백했다.
그녀의 고백으로 전 세계 시민들은 여성 할례가 종교나 문화적 관습이 아니라 죽음으로까지 이어지는 반인권적, 반인륜적 폭력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와리스 디리는 유엔 최초 여성 할례 철폐 특별대사(1997~2003)로 임명돼 할례 철폐 인권운동가로 활동했으며, 2002년 자신의 이름을 딴 ‘사막의 꽃’ 재단을 설립해 전 세계를 돌며 할례 철폐 운동을 활발히 전개하고 있다.
특히 여성 할례 문제를 개인 인권 영역에 가두지 않고 사회적 담론으로 형성해 인권 수호를 위한 제도적 장치와 대안을 마련하는 일에 크게 기여했다.
그녀의 용기와 노력으로 2003년 아프리카연합소속 15개 국가는 여성 할례 금지를 명시한 마푸토 의정서(Maputo Protocol)를 비준했으며, 2012년 유엔 총회는 여성 할례를 전면 금지하는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키고 2030년까지 여성 할례를 근절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는 폭력적 할례 위기에 놓인 수억 명의 소녀들을 구하는 획기적인 전환점이 됐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여성 할례는 아프리카와 중동 등 30개국에서 2억 명의 여성들이 겪었으며, 연간 약 350만 명, 하루 평균 9,800명의 여성이 할례로 죽음의 위기에 내몰리고 있다. 최근 이민자의 증가로 유럽, 미국, 아시아 등지에서도 여성 할례가 자행되는 실정이다.
여성 할례는 어떠한 의료적 이점도 없으며 불임, 요도 손상, 심각한 출혈과 감염을 일으키며 심한 경우 사망까지 이르게 하는 반인륜적이고 범죄적인 행위다.
와리스 디리는 2013년 ‘사막의 꽃 센터’를 설립해 할례 재건 수술을 진행하고 있으며, 2014년에는 외과 의사들과 산부인과 의사들에게 할례 재건 수술법을 교육하는 ‘사막의 꽃 외과 센터’를 설립해 운영하고 있다.
그녀는 할례를 근본적으로 근절하기 위해 여성들의 자립을 돕는 ‘기초 문식성 교육’과 ‘직업 교육’도 펼친다. 최근 시에라리온에 초등학교를 설립했으며, 에티오피아와 케냐에서는 스카프를 생산하는 공정거래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또 다른 공동수상자 아킨우미 아데시나 박사는 30년간 아프리카 농업의 혁신을 이끌어 식량안보를 크게 개선했으며, 탁월한 리더십으로 아프리카의 역동적 성장을 위한 주춧돌을 놓고 있다.
아데시나 박사는 아프리카 빈농들이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쌀 생산량 증대 기술 도입 △농부들이 규모에 맞는 기술에 접근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정책 수립 및 실행 △소규모 농가의 대출 보장 △공공과 민간의 농업 투자 증대 △비료산업 부패 척결 등 아프리카의 녹색혁명을 위한 굵직한 농업 정책들을 선도했다.
특히 2006년 아데시나 박사가 주도했던 ‘아프리카 비료 정상 회담’은 식량 문제 해결을 위해 아프리카 정상들을 소집한 역대 최대의 고위급 회담으로, 정상들의 정치적 의지를 자극해 2030년까지 아프리카에서 기아를 퇴치하겠다는 ‘비료에 관한 아부자 선언’을 이끌어냈다.
또한 아데시나 박사는 각국의 은행 및 국제 NGO들과 협업해 가난의 굴레를 벗어날 길 없는 아프리카 빈농들에게 대출을 해주는 ‘혁신적인 금융 시스템’을 만들었다. 1억 달러 규모까지 구축된 이 자금의 도움으로 절망에 빠져있던 농부들이 도약할 수 있었다.
현재 아데시나 박사는 아프리카개발은행 총재로서 아프리카의 발전을 위한 포괄적 성장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아프리카의 경제 수장으로서 ‘식량공급’은 물론이고, ‘전력 등 인프라 확충’, ‘산업화’, ‘역내 통합’, ‘삶의 질 향상’ 등 5개 주력 목표를 설정하고 아프리카 대륙의 성장을 견인하고 있다.
현재까지 440만 명이 전기에 접근하게 됐고, 850만 명이 농업 분야에서 혜택을 받았으며 1,400만이 교통 혜택을 받았다.
홍일식 선학평화상위원회 위원장은 “선학평화상은 ‘전 인류 한 가족’이라는 평화비전을 토대로 제정된 상으로, 제3회 시상에서는 인류 공동의 운명을 위한 미래 평화 아젠다로 ‘아프리카의 인권과 개발’을 제시한다”고 밝혔다.
이어 “21세기의 전 지구가 평화와 공존의 시대를 맞기 위해서는 지구촌에서 가장 소외된 아프리카와 함께 나아가야 한다”며 “아프리카의 인권과 개발 문제는 세계의 양심에 새겨진 상처이며, 21세기를 살아가는 전 세계인이 풀어야 할 공동과제다”라고 밝힐 예정이다.
한편 선학평화상은 미래세대의 평화와 복지에 기여한 개인 및 단체를 발굴하여 매년 시상하고 있으며, 단일 상으로는 세계 최대 규모인 100만 달러(한화 11억 원 상당)의 상금을 수상자에게 수여한다. 시상식은 2019년 2월 대한민국 서울에서 개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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