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복권” 안 먹히자 “전쟁 막으려면 탄핵해야” 주장…경찰 “내란 선동 인정되면 수사 가능”
지난 11월 24일 트위터를 뜨겁게 달궜던 ‘문재인탄핵’ 해시태그. 하루 동안에만 약 6만 여 건이 검색됐다. 사진=트위터 캡처
애초 워마드는 문 대통령이 여성 인권 보호에 소홀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앞선 ‘강남역 살인사건’ ‘이수역 폭행 사건’ 등 이른바 ‘여성 혐오 사건’으로 불렸던 사건에 대해 문 대통령이 적절한 대책을 내놓지 못했다는 이유였다. 이에 따라 문 대통령을 “여성의 이름으로 탄핵해야 하며, 여성인 박 전 대통령을 석방해 복권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들의 주 타깃인 20~30대 여성들의 큰 호응을 얻진 못했다. 젊은 여성 계층이 워마드의 극보수 노선을 배척해 왔기 때문이었다. 특히 박 전 대통령이 “여성이어서 탄핵당했다”는 워마드의 주장에 대다수의 여성들이 등을 돌렸다.
이처럼 여성들로부터 외면받자, 워마드는 다른 방법으로 문 대통령 탄핵을 위한 조직적인 선동에 착수하기 시작했다. “문 대통령이 적화통일에 앞장서고 있다”는 주장을 부각시킨 것이다. 지난 11월 24일 발생한 서울 KT 아현지사 화재 사건이 계기였다.
워마드는 이를 정부가 의도한 ‘계획적인 화재’로 주장하며 “교통·통신 다 끊고 광주를 봉쇄했던 5·18이 떠오른다. 누가 (북한군의 침입을 돕기 위해) 의도적으로 처음부터 방조한 화재였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를 바탕으로 앞서 남북 관계 개선과 관련해 보도된 뉴스에 대해서도 “문재인이 북한의 전쟁을 지원하기 위해 ‘퍼주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런 사안들을 KT아현지사 화재와 묶어 “제2의 한국전쟁이 발발한다”라고 주장하며, 이를 막기 위해 문 대통령을 탄핵해야 한다는 것이 이들의 이야기였다.
다소 황당한 이 주장은 트위터에서부터 먹혀들기 시작했다. 이른바 ‘총공(총공격)’이 가해진 탓이었다. 정치·외교 정보 분별력이 취약한 10대의 어린 여성 이용자들이 타깃이었다. 순식간에 6만 5000여 건의 관련 트윗이 작성돼 유포됐다.
극단적인 여성우월주의와 남성혐오주의를 표방하는 온라인 커뮤니티 ‘워마드’가 ‘여성총궐기’ 시위에 사용하는 구호. 사진=워마드
워마드는 유명 여성 커뮤니티로 알려진 ‘인스티즈’와 다음카페 ‘여성시대’와 ‘쭉빵’, 네이버 카페 ‘레몬테라스’와 ‘파우더룸’ 등을 주요 목표로 삼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은 “절대로 워마드에서 사용하는 언어를 사용하지 말고, 각 커뮤니티 특성에 맞는 말을 사용해라” “공격적으로 다가가지 말고 ‘우리 집 자영업 하는데 문재인 되고 나서 손님 점점 줄었어…그래서 다음 달에 폐업해’ 이런 감성팔이도 뿌려줘라” 라는 식으로 회원들을 교육시켰다.
여초 커뮤니티는 박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워마드를 배척하는 분위기이기 때문에 “워마드 티를 내지 않기 위해 햇님(워마드에서 박 전 대통령을 추앙해 부르는 말) 복권 이야기를 절대 문재인 탄핵과 같이 묶으면 안 된다”는 신신당부도 잊지 않았다. 먼저 문 대통령에 대한 비판적인 분위기를 조성한 뒤, 탄핵에 대한 여론이 서면 그때 박 전 대통령의 무고함을 주장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행히 각 커뮤니티에서는 이들의 주장을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았지만 워마드의 선동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이들은 “현재 문재인은 보궐선거로 당선된 대통령이며 이미 임기가 2018년 2월 25일자로 만료됐으나 지금까지 독재 중”이라며 “박 전 대통령은 문재인과 남성 정치인에 의해 억울하게 탄핵당했고 최순실과 정유라도 무고하다”는 내용의 보도 자료를 만들어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에 전파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은 문 대통령이 ‘적화통일’을 준비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국민들이 탄핵을 진행할 것이라는 내용을 외신에 제보 중이기도 하다.
이와 같은 워마드의 행위를 내란죄로 고발할 수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이들의 행위가 문 대통령의 탄핵을 비롯한 현 정부의 전복을 목적으로 한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앞서 지난 5월, 19대 대선이 조작됐다고 주장한 사기대선진상규명본부(사대본)가 비슷한 행위로 내란예비·내란음모·내란선동·내란선전 등 혐의로 서울지방경찰청에 고발됐던 바 있다.
워마드가 각 여초 사이트를 선동하고 장악하기 위해 조직적으로 회원들을 교육시키고 있다. 사진=워마드
다만 워마드는 운영자가 해외에 있어 지난 7월부터 진행돼 왔던 경찰의 워마드 수사가 전면 중단돼 있는 상태다. 이 때문에 워마드를 고발하더라도 추가적인 수사가 어려울 것이란 의견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국내에 서버를 두고 있는 각 커뮤니티에서 활동하고 있는 워마드 회원에 대한 수사는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한 사이버수사팀 경찰은 이에 대해 “허위 사실을 이용한 내란 선동이 인정될 경우, 적극적으로 허위사실을 제작·유포하거나 동조한 회원들에 대해서도 혐의를 물을 수 있을 것”이라며 “국내 커뮤니티에서 활동한 사실과 정보가 확인된다면 수사 자체가 어렵지는 않을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한편, 워마드는 매주 토요일 ‘여성총궐기’ 라는 이름으로 문 대통령 탄핵과 박 전 대통령 복권을 주장하는 집회를 연다고 밝혔다. 이 집회에서 워마드는 “문재인은 간첩이다” “보궐선거로 청와대를 불법 점거한 문재인은 퇴진하라”는 구호를 외칠 예정이다.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