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 그리워했던 세린, 낭쉐에 첫 ‘한국어학당’ 열었죠”
세린의 수업시간.
[일요신문] 누구에게나 고향이 있습니다. 연말이 오면 더욱 그리운 곳입니다. 해외에 사는 분들에게 물어보면 많은 분들이 언젠가는 고향으로 돌아가겠다고 합니다. 고향은 태어난 장소이자 자란 곳이므로 어머니와 고향은 같은 의미를 지닙니다. 시간, 공간, 기억이 함께 있는 곳입니다. 인문학에서 보면 예이츠 같은 시인은 평생을 이니스프리 섬의 고향을 그리워했고, 데이빗 소로우 같은 사상가는 고향인 콩코드의 숲속으로 돌아가 명저를 썼습니다. 저는 강원도 삼척이 고향인데, 어머니의 고향이기도 합니다. 뒷산에 오르면 바다가 보이는 마을입니다. 최근에 저희 센터에서 일하던 두 교사가 고향으로 떠났습니다. 고향에 센터를 개척하기 위해. 각각 인레호수가 있는 낭쉐 마을과 서부의 마궤 마을입니다.
인레호수에서 열리는 축제.
세린과 미소. 두 교사의 이름입니다. ‘한국어 보급’을 위해 두 사람은 고향을 선택했습니다. 세린은 두 아이의 엄마입니다. 인레호수 수상가옥에서 자라서 수상학교에서 고등학교를 마쳤습니다. 쪽배로 노를 저어 학교에 다녔습니다. 대학에 입학하며 도회지로 처음 나왔습니다. 지금은 아버지가 혼자 그 집을 지킵니다. 인레호수에 사는 인따족은 자립심이 강한 부족입니다. 호수 위에서 수경재배로 농사를 짓고, 어업과 관광사업으로 생활합니다. 외국인들에겐 깔로 트레킹 코스로 잘 알려진 곳입니다. 고향을 늘 그리워했던 세린은 이곳 낭쉐에 한국어학당을 처음으로 열게 되었습니다. 고향이라 그런지 표정이 편안해 보입니다.
고향에서 엄마와 함께 한 미소.
미소는 저희 센터의 인턴으로 일하던 청년입니다. 외대 한국어과 출신으로 인턴 기간을 마치고 첫 부임지 마궤로 파견되었습니다. 부모님이 사는 고향입니다. 마궤는 이 나라 정부 자동차기술학교가 있는 곳입니다. 한국정부가 지원하여 세웠습니다. 한국의 자동차 기술을 배우기 때문에 한국어가 꼭 필요한 곳입니다. 여기서 기술자격증과 한국어능력 급수를 따서 한국으로 기술연수를 가기 위해 열심히 공부합니다. 최근 자동차학과가 유명한 한국의 군장대학교와 MOU를 체결하여 기술연수와 협력방안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곳 교사 미소는 이 학교가 제공한 관사에서 숙식을 하며 첫 직장의 열정을 녹이고 있습니다. 대학시절에도 모범적인 학생이었듯이 젊은 학생들에게도 인기가 있습니다. 학교가 외딴 지역에 있어 때론 어머니가 오셔서 같이 자기도 합니다. 어머니도 중학교 교사 출신입니다. 고향에서 근무한다는 것은 즐거운 듯합니다.
자동차 기술학교를 방문한 군장대 교수진과 학교장과 한국어 교사 미소(중앙).
한국어 수업을 하는 기술학교 학생들. 한국자동차 기술을 배운다.
각각 10시간, 6시간이 걸리는 고향으로 돌아간 두 교사. 그들은 부모님께 예를 드리고 평화로운 첫 밤을 지냈을 것입니다. 우리는 크리스마스 휴가에 두 마을을 여행하기로 약속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대도시를 떠난 그들의 소박한 삶을 보게 될 것입니다. 문명과 너무 밀착해 살면 고요와 평안을 잃어버리고, 문명과 너무 먼 거리에 살면 고독과 쓸쓸함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저도 떠난 지 햇수를 세기 어려운 고향을 그려봅니다. 그 유년의 바다 빛깔은 그대로일까요. 고향은 지나간 시간과 공간 속에 분명히 있었겠지만, 지금은 돌아가도 매만질 수 없는 신기루처럼 마음속에 남아 있습니다. 우리는 정말 너무도 먼 길을 떠난 것이 아닐까요?
정선교 Mecc 상임고문
필자 프로필 중앙대 문예창작과 졸업, 일요신문, 경향신문 근무, 현 국제언론인클럽 미얀마지회장, 현 미얀마 난민과 빈민아동 지원단체 Mecc 상임고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