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만 캐럿 루비 원석도…없는 게 없어요”
세계에서 가장 큰 모곡산 루비 원석. 양곤 보석박물관에 보관되어 있다.
[일요신문] 자연의 신성한 결정체, 보석. 미얀마는 보석의 나라입니다. 오늘 저는 양곤 보석박물관(Gems Museum)을 찾아갑니다. 까바에 파고다(Kaba Aye Pagoda) 길에 있습니다. 그곳에 전시된 2만 1450캐럿의 가장 큰 루비 원석을 보기 위해섭니다. 크디 큰 비취(Jade) 원석, 골드 진주(Gold Pearl)도 함께 보게 됩니다. 모두 미얀마가 자랑하는 보석들입니다. 가난한 땅이지만, 신기하게도 이 나라 곳곳에선 세계인들이 사랑하는 거의 모든 보석이 나옵니다. 보석에는 전혀 관심이 없이 살아온 제가 이렇게 보석여행을 떠나게 된 까닭은 이웃들 때문입니다. 이웃에는 보석 관계 일을 하는 사람이 의외로 많습니다. 원석을 사서 나르는 사람, 집에서 세공을 하는 사람, 유통을 하는 사람, 보석숍에서 일하는 사람 등. 만나면 보석 이야기를 합니다. 만달레이 비취 경매시장은 새벽이면 인산인해를 이룹니다. 수도 네피도에선 루비 등의 고가의 보석 경매가 정기적으로 있고, 양곤에 있는 보족 아웅산 마켓에서는 미얀마산 진주들이 관광객들을 맞이합니다.
보석박물관 1층 마트에 있는 보석가게들.
이웃들이 얘기하는 보석에 관한 이야기는 믿거나 말거나 수준부터 놀라운 실제 이야기까지 있습니다. 보석도 처음에는 옥석을 가려야 하는 돌덩어리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예전 군부 시절엔 권력자들이 자녀들을 외국으로 보내며 보석을 주었다는 얘기도 있습니다. 안주머니에 넣고 간 그 붉은 보석 몇 알이 5억이 넘었다는 것입니다. 지금도 캐럿에 따라 그렇습니다. 이렇게 이웃과 만나다보니 보석 중에서도 3가지는 세계적으로 미얀마산이 가장 질이 좋고 비싸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중국인이 좋아하는 비취는 90% 이상이 미얀마에서 생산됩니다. 중국에선 질이 좋은 초록색 경옥은 다이아몬드보다 비싸게 팔리는 경우도 있습니다. 특이한 일입니다. 가장 비싼 보석 루비도 세계시장을 미얀마산이 주도합니다. 최근 인기를 모으는 골드 진주도 미얀마산이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모곡 보석 경매시장.
양곤 보석박물관에 입장료를 내고 들어갑니다. 전시장은 꼭대기 4층에만 있고, 나머지 3개층은 보석마켓이어서 중저가 보석제품들을 살 수 있습니다. 전시장 중앙에 있는 최고 큰 루비 원석을 찾아갑니다. 거친 돌덩이가 붉은 빛을 띠고 누워 있습니다. ‘Kin Ywa, Mogok. 21,450 Carats’라고 쓰여 있습니다. 모곡산입니다. 바로 곁에 8950캐럿도 하나 더 있습니다. 1999년 카친 주 만시 마을에서 발견된 것입니다. 아직 세공되지 않은 자연 상태의 원석들입니다. 전시실에는 여러 색깔의 사파이어, 골드 진주, 형형색색의 비취 원석들이 놓여 있습니다. 여러 색채의 대리석 원석들도 자태를 뽑냅니다. 한두 가지를 빼고 이 나라엔 다이아몬드를 포함 모든 보석이 있다는 게 신기합니다.
미얀마에는 잘 알려진 보석마을이 있습니다. 비취는 카친 주 파칸(Pharkant)이 고향입니다. 루비는 만달레이 주 모곡이 본향입니다. 골드 진주는 타린따리 구 메익(Myeik)에서 생산됩니다. 비취는 짙은 초록이나 보라색이 가치가 있고, 돌의 결인 텍스처와 크기, 투명도에 따라 가격이 천차만별로 매겨집니다. 루비는 비둘기 피처럼 붉고 투명할수록 귀한 보석이 됩니다. 노란 금빛을 띠는 골드 진주는 두께와 광택에 따라 등급이 달라집니다. 미얀마 골드 진주는 메르귀(Mergui) 제도에서 자라는 천연진주입니다. 흰나비 조개에서 자라고 채취하는 진주입니다. 남부의 해안도시 메익에서는 양식진주도 함께 하고 있습니다. 남부 바다를 안다만해라고 부른데 그곳엔 800여 개의 섬들이 있는 곳입니다.
만달레이 비취시장.
이제 대중화된 진주는 은회색, 화이트, 블랙, 골드 등 다양하게 선을 보입니다. 진주는 기품있는 이미지를 만들어냅니다. 패션역사에서 코코 샤넬, 케네디 부인 재클린, 모나코 왕비 그레이스 켈리, 영국 다이애나비를 연상하면 가슴까지 내려뜨린 진주 목걸이가 생각납니다. 진주를 사랑했던 인물들입니다. 그들은 진주의 보석말처럼 ‘순수’의 이미지를 만들어냈습니다.
미얀마 보석들이 만든 말들. 불타는 정열, 순수의 시대, 달의 눈물. 미얀마 세 보석들은 세계인의 기대를 받으며 오늘도 자연의 섭리대로 그 결정체와 아름다운 색채를 만들어 나갈 것입니다. 거친 세월을 거치며 만들어지는 우리의 삶처럼.
정선교 Mecc 상임고문
필자 프로필 중앙대 문예창작과 졸업, 일요신문, 경향신문 근무, 현 국제언론인클럽 미얀마지회장, 현 미얀마 난민과 빈민아동 지원단체 Mecc 상임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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