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국 잇는 ‘허리’에서 낙원을 꿈꾸다
싸완나켓의 이른 아침 풍경. 사진=류기남 다큐멘터리 사진가 제공
수도 비엔티안에서 싸완나켓까지는 버스로 약 10시간 걸립니다. 메콩강을 따라 내려가는 길입니다. 중부의 타캑(Thakhek)도 지나갑니다. 라오스의 아름다운 자연은 중부와 남부에 있습니다. 그런데 길을 가려면 좀 멉니다. 타캑에서 미니 밴이나 툭툭이를 타고 4시간 정도 동쪽으로 들어가면, 꽁로동굴과 고원지대의 남뚜언 호수를 만납니다. 이 코스를 배낭여행자들은 특별히 ‘타캑 루프’라고 부릅니다.
베트남과의 국경지대. 국제버스가 3국을 운행한다. 사진=류기남 다큐멘터리 사진가 제공
싸완나켓의 메콩강변. 사진=류기남 다큐멘터리 사진가 제공
싸완나켓에서 남쪽으로 더 내려가면 남부도시 팍세가 있습니다. 메콩강이 최대의 강폭을 이루며 수천 개의 섬을 만듭니다. 좁은 강폭에는 폭포가 넘실거리는 곳, 시판돈이라고 부릅니다. 이렇게 라오스 중부, 남부를 보고 육로로 가기 위한 3개국 코스. 태국 방콕-묵다한-라오스 싸완나켓-댄사완-베트남 라오바오-훼-다낭까지. 3개국 허리를 관통하는 코스입니다. 여행자들은 슬리핑 국제버스를 갈아타며 동쪽으로 동쪽으로 향합니다.
싸완나켓 역시 메콩강변에 있습니다. 강 건너 보이는 태국 묵다한과는 우정의 다리가 놓아져 양국 시민들이 서로 오갑니다. 이 도시는 라오스에서 두 번째로 크지만 번잡하지는 않습니다. 교육의 도시답게 이 나라 지식인 중에는 이 도시 출신이 가장 많다고 합니다. 라오스 사회주의 혁명을 통해 나라를 세운 카이손 폰비한도 여기가 고향입니다. 프랑스 식민 시절에 만든 성당과 주택들이 프랑스풍으로 아직 남아 있습니다.
베트남 훼의 향강 모습. 사진=류기남 다큐멘터리 사진가 제공
우기철에 모내기를 하는 싸완나켓 농부들. 사진=류기남 다큐멘터리 사진가 제공
싸완나켓의 메콩강변에는 야외 수상 레스토랑들이 있습니다. 요즘은 저녁노을이 아름다울 때입니다. 강 건너 태국의 야경을 바라보며 라오비어를 한잔 나눌 수도 있습니다. 이 지역은 곡창지대라서 농사도 많이 짓습니다. 태국에서 이 도시를 거쳐 베트남으로 떠나는 사람들, 차량행렬들. 반대로 베트남 훼에서 아침에 출발하면 저녁에 이 도시에 도착합니다. 훼는 옛 베트남 왕조의 수도입니다.
이제 세 나라는 점점 국경이 자유로워지고, 사람간의 국경도 무너집니다. 언어마저도 뒤섞이고 화폐도 공용으로 사용됩니다. 오늘 밤도 싸완나켓 쪽 메콩강변에는 많은 태국인들이 둘러앉아 식사를 합니다. 메콩강은 두 나라 국경 사이로 흐르고, 강변 양쪽으로 두 나라 두 도시의 불빛이 서로 속삭이며 반짝입니다. 오랜 역사를 간직한 도시 싸완나켓은 한적하지만, 그 이름처럼 오늘밤도 이웃나라와 함께 ‘낙원’을 꿈꾸는 듯 느껴집니다.
정선교 Mecc 상임고문
필자 프로필 중앙대 문예창작과 졸업, 일요신문, 경향신문 근무, 현 국제언론인클럽 미얀마지회장, 현 미얀마 난민과 빈민아동 지원단체 Mecc 상임고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