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업고·전문대 졸업해 플랫폼 기업 세워 우뚝…웹하드 운영하며 음란물 대규모 유통해 성장 지렛대 삼아
심명섭 위드이노베이션 대표는 불법 유통물을 유통한 혐의로 검찰에 송치됐다. 홈페이지 캡처
심명섭 대표는 2004년 포털과 마케팅을 연결하는 제휴마케팅 업체를 세웠다. 마케팅 사업이 흥하던 초창기 수익을 얻고 이를 매각한 심 대표는 본격적으로 웹하드 사업에 뛰어들었다. 사세를 확장하던 심 대표는 2008년 부산의 작은 사무실에서 주식회사 위드웹을 설립했다. 2012년엔 같은 건물 다른 층에 심 대표의 친구 최 아무개 씨가 주식회사 영미디어를 설립한다. 두 회사 모두 시기를 달리해 주거니 받거니 하며 웹하드 예스파일을 운영했다. 영미디어는 2012년 뱅크프라임에 합병되고, 뱅크프라임은 2015년 위드웹에 흡수됐다.
심 대표의 최측근과 친인척이 세운 외곽 회사들은 결국 위드웹의 지배 아래 놓인다. 위드웹에서 분할돼 설립된 것이 여기어때를 운영하는 위드이노베이션이다. 위드웹은 숙박업뿐만 아니라 웹하드 사업을 하는 뱅크미디어를 100% 자회사로 두고 있다. 심 대표는 숙박업으로 유명해졌지만 주요 현금창출회사는 뱅크미디어다. 콘텐츠사업 특성상 적은 인력과 비용으로 큰 이익을 창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2017년 뱅크미디어 매출은 300억 원, 영업이익은 107억 원으로 영업이익률이 36%에 육박한다.
순탄하던 심 대표의 사업은 웹하드의 불법 콘텐츠 유통이 사회문제로 대두되며 위기를 맞았다. 웹하드 업계가 불법 영상물은 물론 몰카 영상을 고의로 유통시키고 이를 주 수입처로 삼는다는 것이 수사로 드러났다. 심 대표는 지난 9월 초 뱅크미디어를 매각한다고 발표했으나 매입자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가 없다. 현재 등기상 신임대표에는 박 아무개 씨가 올라있지만 실소유자와는 다른 인물인 것으로 알려졌다.
심 대표의 웹하드 사업 초창기부터 이들 회사는 모두 배 아무개 씨, 최 아무개 씨, 권 아무개 씨 등이 이사와 대표를 맡아왔다. 그런데 이들은 심 대표의 아내, 조카, 친구 등이었다. 사실상 법인을 쪼개어 합병하고 신설하기를 반복했을 뿐 사업내용과 구성원은 바뀌지 않은 하나의 회사였던 셈이다.
일요신문 취재결과 웹하드 업계 상위 업체인 본디스크 역시 심 대표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포착됐다. 와이즈컴퍼니라는 개인회사에서 시작한 본디스크는 위드비오엔, 큐미디어커뮤니케이션과 합병을 거쳐 탄생한 디케이커뮤니티가 운영을 맡고 있다. 그동안 본디스크는 예스파일과 마케팅 행사를 같이해 두 회사 간 연관성이 있을 것으로 추측만 되어왔다. 하지만 심 대표의 측근인 최 씨가 디케이커뮤니티에 2016년부터 2017년까지 근무했고, 재무재표 상 디케이커뮤니티가 뱅크미디어의 특수관계자로 존재했음이 확인됐다.
그동안 웹하드가 몰래 촬영된 영상물이나 리벤지 포르노 유포의 온상지가 된다는 비난이 쇄도했다. 피해자들이 속만 끓이는 동안 규제 공백 속에 웹하드 소유자들은 손쉽게 돈을 벌며 벤처창업자로 창업귀감이 되는 아이러니가 되풀이됐다.
심 대표는 2000년 초부터 10여 개에 달하는 웹하드를 운영하며 음란물을 대규모로 유통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이 사이버성폭력특별단속을 벌이며 애플파일과 예스파일에 대해 충남지방경찰청이 수사를 맡았고 여기서만 음란물 유통 427만 건, 미성년자 관련 음란물 172건, 동의 없이 촬영된 불법 촬영물 40건 이상이 발견됐다.
심 대표는 11월 30일 위드이노베이션 대표이사에서 사임한다고 발표했다. 경찰은 웹하드 업체의 실소유주가 심 대표라고 보고 있는 만큼, 콘텐츠로 인한 수익이 심 대표에게 흘러갔다는 자금흐름을 포착하는 것이 수사의 핵심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금재은 기자 silo12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