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소유주부터 운영까지 흑막 속에…여친인증 사태 일베 철퇴로 이어질까
2016년 일베에 올라온 ‘2월이 기대되는 이유’라는 제목의 게시물. 작성자는 사촌 여동생 인증 시기인 명절을 기다린다며 위의 여성 신체 사진을 게시했다. 일베 캡처.
일베에서 표현의 자유를 넘어선 발언과 성적 수치심을 유발하는 여성의 사진이 무분별하게 유포되고 있다. 하지만 이 부분에 대해 명확한 수사와 처벌은 이뤄진 바 없다. 검색 한 번이면 지금도 여성의 나체사진이 수두룩하게 발견된다. 이 때문에 여성의 사진을 무단 유포한 일베 사이트와 그 이용자에게까지 국민적 공분이 들끓고 있다.
명절은 일베 회원들의 대목이다. 사촌여동생 등 여성 친척들이 모이기 때문에 여성 신체 인증샷을 자연스럽게 찍을 기회가 많다. 이 때문에 명절만 되면 사촌동생 인증 게시물이 수두룩하게 올라온다. 한 일베 회원은 ‘명절 사촌동생 인증 예시’라며 스스로 어떻게 친척 여성 나체를 찍어 올려야 하는지 방법을 제시하기도 한다. 여성이 침대에 엎드려 있는 모습, 소파에 앉아 허벅지 등 신체가 부각된 사진 등이 주를 이룬다. 지금도 명절 사촌들의 신체가 드러난 몰카 사진이 일베에 수두룩하게 널려있다.
일베 회원들은 그동안 자신의 여자친구와 아내를 인증한다며 속옷차림의 사진, 침대에 나체로 남녀가 누워있는 사진, 성적인 부분을 부각한 여성의 신체사진 등을 올려왔다. 얼굴 일부를 가린 사진이 많긴 하지만, 상대의 동의 없이 사진을 유포하는 것은 범죄에 해당한다. 특히 피해자는 자신의 사진이 유포되고 있는지 알기 어렵고, 한 번 유포된 사진은 평생 재생산될 수 있다는 점에서 그 피해가 심각하다.
일베 회원들은 스스로 자신의 글을 지우고, 수사에 대응하는 방법을 공유하는 등 지난 며칠 분주했다. 그러면서도 도리어 ‘그럼 나도 잡아가라’는 등 압수수색을 신청한 경찰을 조롱하는 글을 올리며 반발하기도 했다. 하지만 게시물을 삭제해도 이미 채증한 자료와 서버 기록을 비교해 게시자를 추적할 수 있다.
경찰 수사로 일베 회원 사이에서 분열이 있었다. 수사를 통해 일베 회원 내역이 공개될 수도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자신의 일베 커뮤니티 사용 내역이 유출될까 걱정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그만큼 일베 회원 역시 커뮤니티의 문제 소지를 알고 있다는 방증이다. 여성들의 신체와 얼굴 사진을 무단으로 유포하면서도, 정작 자신의 커뮤니티 사용 내역이 유출될까 걱정하는 모습이 이중적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일베의 ‘여친인증 사태’가 수사로 이어지자 일베 자체에 대한 제재까지 이뤄질지 관심이 모인다. 일베는 실소유주가 명확히 드러난 바 없는데 그 운영비용이 수익보다 클 것으로 추론돼 외곽지원을 받는다는 의혹을 받았다. 현재까지는 2013년 의사 박 아무개 씨가 일베를 12억 원 수준에 매각했다는 것 외에 일베 소유주에 대한 정보는 모두 베일에 가려있다.
일베 사이트는 주식회사 아이비가 운영하고 있다. 2018년 4월부터 장 아무개 씨가 아이비의 유일한 이사로 등기돼 있다. 등기이사인 장 씨가 일베를 실제로 소유했다는 가정 하에, 2013년 이미 12억 원 수준에서 매매가 이뤄졌던 일베를 2018년 인수했다고 치면 장 씨의 자산은 상당할 것으로 추측된다. 하지만 재계나 온라인에서 장 씨의 이름은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 은평구에 거주 중인 장 씨의 자택도 임대주택인 것으로 파악됐다.
실체가 불분명한 일베는 이제껏 관음적이고 패륜적인 자극적 콘텐츠로 성장했다. 피해자가 계속 양산됨에도 제대로 수사나 제재를 받은 적 없다. 이에 여성계는 불법 게시물 작성자 처벌에 그치지 않고, 이를 방관하고 도리어 조장한 일베를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경찰청 관계자는 “지금으로선 음란물 유포를 용이하게 하거나 도왔다는 혐의가 나와야 일베 사이트에 대한 수사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금재은 기자 silo12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