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단체들은 경찰 수사가 폭행과 갑질 등 양진호 개인 관련 사안으로 축소돼선 안 된다며 ‘본질은 개웹하드 카르텔’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습니다.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고발로 진행 중이던 경찰 수사가 막바지 단계에 이르러 양진호 구속 영장 청구가 임박한 시점에서 셜록과 뉴스타파의 단독 보도가 터져 나왔다”는 이들은 양진호 개인에게 수사가 집중되는 동안 웹하드 카르텔에 대한 수사가 축소되는 것을 경계하고 나섰습니다.
특히 필자의 눈길을 끈 대목은 “내부 고발자가 언론 인터뷰로 위디스크와 필터링 업체와의 유착 여부를 부인하고 있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고 지목한 부분이었습니다. 행여 양진호 파문을 둘러싼 또 다른 음모가 숨겨져 있는 것은 아닌 지에 대한 고민이 시작됐습니다. 왜 내부 고발자는 웹하드 카르텔 수사로 양 회장이 구속되기 직전에 이를 언론을 통해 폭로했을까요. 또한 내부 고발자가 필터링 업체 관련 발언을 한 까닭은 무엇일까요. 어떤 측면에선 내부 암투로 보이는 부분도 있고 또 다른 측면에선 누군가 수사의 큰 방향에 영향을 미치는 듯한 부분도 엿보입니다. 과연 우리가 알고 있는 부분 너머에 모르고 있는 부분은 무엇일까요. 그날 기자회견에 나선 단체들이 진심으로 우려했던 부분은 무엇일까요.
11월 16일 경기남부지방경찰청을 나서는 양진호 한국미래기술 회장
다행히 수사는 양 회장 개인을 둘러싼 논란은 물론, 웹하드 카르텔 전반을 모두 다루는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숙박앱 ‘여기어때’의 심명섭 대표까지 웹하드 카르텔 관련 수사가 확대된 것도 좋은 조짐으로 보입니다.
‘일요신문’ 사회부는 웹하드 카르텔에 대한 전면적이고 입체적인 취재를 진행합니다. 빙산의 일각은 충분히 봤으니 이제 빙산의 수면 아래를 봐야 할 것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우선 내부고발자를 비롯해 한국인터넷기술원, 한국네트워크기술원, 뮤레카 등 양진호 관련 회사 관계자들을 접촉 중입니다. 이 가운데 핵심으로 분류되는 인물의 인터뷰를 시도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보다 면밀하고 깊이 있게 양 회장과 그의 회사들의 실체를 보도하려 합니다.
이미 지난 주 ‘[단독] 양진호 장부로 쏠리는 그들의 눈’이라는 기사를 통해 소개한 양진호 장부의 실체에 대한 추적도 계속 됩니다. 실제로 로비가 있었다면 누군가 현재의 수사에도 영향을 미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웹하드 카르텔의 핵심 요소 가운데 하나인 ‘DNA 필터링’ 관련 기사도 준비 중입니다. 당시 기자회견에서도 필터링 업체인 뮤레카가 중요하게 언급된 바 있습니다. 국회에서도 방통위의 ‘DNA 필터링 시스템’ 업체 선정에 문제를 제기하고 나설 만큼 이 사안 역시 핵심 쟁점으로 보입니다.
여기에 더해 상위권 웹하드 업체들 전반을 꼼꼼하게 뒤져볼 생각입니다. 대표적인 웹하드 사이트들을 살펴보고 이곳을 운영하는 회사는 어떤 곳들인지 꼼꼼히 챙겨보려 합니다. 지분구조 등이 복잡하게 꼬여 있기는 하지만 한 업체가 여러 개의 웹하드 사이트를 운영하는 등 단순한 측면도 있어 보입니다. 이를 통해 웹하드로 큰돈을 번 업체들과 숙박업 ‘여기어때’ 처럼 스타트업 업체들과의 연관성, 그리고 대기업과의 관계까지 제대로 한 번 취재를 진행해보고자 합니다.
또한 80년대 비디오대여점에서 몰래 빌려주던 공테이프에 녹화된 포르노부터 에로비디오, 불법 성인방송, 웹하드에 이르는 ‘한국 불법 성인 영상물 유통의 30여년 역사’를 되돌아보는 기획 기사도 준비 중입니다. 이를 통해 향후 어떤 불법 성인 영상물이 어떻게 유통망을 다시 구축할 지를 가늠해보려 합니다.
방대한 분량의 취재인 터라 사회부 기자가 여럿 투입돼 각각의 영역을 취재할 계획입니다. 조금이라도 더 정확한 정보를 최대한 많이 취재하기 위해 현장을 뛰어 다닐 기자들을 위해 ‘웹하드 카르텔’ 관련 많은 제보를 부탁드립니다. ‘일요신문’ 사회부로 직접 전화 주셔도 되고 ‘일요신문’ 홈페이지 기사제보 코너를 통해서도 가능합니다.
마지막으로 지난주 ‘데스크수첩’ 코너를 통해 소개한 ‘인천 중학생 추락사’ 관련 기사는 ‘[단독] 인천 중학생 추락사, 교화 시스템이 가해자들 만남 주선한 셈’과 ‘“친구 사귀기 힘들어” 연필 놓는 다문화가정 청소년’이라는 두 개의 기사로 마감돼 온라인과 지면을 통해 보도됐습니다. 지금까지 일요신문 사회부 데스크였습니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