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전소 부지 매입도 않고 투자자부터 모아…분양사업 전면 취소에 투자자들 발동동
최근 온라인상에서는 태양광발전소 분양 광고를 쉽게 접할 수 있다. 태양광 사업은 정부의 신재생에너지 육성정책에 관심이 높아지면서 새로운 투자처로 각광받고 있지만 최근 사기 피해 사례가 늘면서 ‘신재생에너지’ 자체에 대한 부정적 인식마저 확산되고 있다. 태양광에너지 전문가들은 “태양광발전소 분양의 배후에는 사실상 기획부동산을 해오던 부동산업자들이 있다”고 경고하기도 한다.
서울시청 광장에서 개막된 2017 서울 태양광 엑스포에서 한 중소기업 출품한 태양광 패널 클리너를 참가자가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명예퇴직한 A 씨는 지난해 4월 퇴직금으로 태양광발전소를 분양받았다. 업계에서 이름이 알려진 한 분양업체로부터 4억 2000만 원에 두 곳을 분양받고 계약 중도금 1억 2600만 원을 납입했다. 분양업체는 분양 당시 올해 1월 완공을 약속하고, 발전소가 완공되면 매월 270만 원의 이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업체는 지난 6월까지 진행상황을 알려주지 않은 채 감감무소식이었다.
A 씨가 수소문해보니 산림훼손·환경문제로 태양광발전소 인·허가가 어려운 상황이었다. 업체 측에 문의하자 “타 부서 담당자에게 진행상황을 문의하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그러나 담당자는 수차례 시도에도 전화를 받지 않고 연락도 주지 않았다. 태양광발전소 분양 투자자들이 모인 온라인 커뮤니티에 이 같은 상황을 알리자 자신과 비슷한 피해자들이 40여 명 가까이 등장했다. 해당 분양업체가 진행한 사업이 전부 취소된 것이다. 다른 투자자들은 업체가 계약금을 반환하지 않아 소송까지 진행 중인 상황이었다. A 씨는 다른 투자자들과 함께 업체를 경찰에 고발했다.
A 씨는 “원래 계약했던 지역에서 사업이 어려우니 다른 지역으로 바꿔주겠다고 했지만, 업체가 권유한 다른 지역들도 허가가 나지 않았다”며 “업체 대표가 바뀌고 일부 담당자는 회사를 그만둔 데다 토지 또한 다른 업체에 넘겼다”고 말했다. A 씨는 “피해자가 이렇게 많은데도 이름을 바꿔 다른 회사를 차리기까지 했으니 명백한 사기행각”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피해자가 속출하고 있는 태양광 투자 사기는 과거와 다른 양상을 보인다. 과거에는 업체가 이익을 보장하며 개인의 집이나 땅에 태양광시설을 설치해준다고 약속했다가 이를 이행하지 않는 식이었다면 지금은 넓은 토지를 태양광발전소로 개발하면 전력을 판매해 수익을 얻을 수 있다며 다수 투자자들에게 땅을 쪼개어 분양해놓고 빠지는 식이다. 기획부동산 사기와 비슷한 행태다.
신재생에너지 발전사업은 3000kW 초과 설비는 산자부 전기위원회에서, 3000kW 이하 설비는 광역시·도지자체에서 허가한다. 태양광발전소 투자 분양이 이뤄지는 3000kW 이하 발전사업은 허가신청과 설치공사, 전력거래의 절차로 이뤄진다. 설치공사는 허가 후 진행되는데, 허가신청에만 ▲사업허가 신청접수 ▲개발행위 허가취득 및 환경영향평가 ▲사업허가 취득의 3단계를 거쳐야 한다. 문제는 이 인·허가 과정에만 평균 6개월에서 1년, 길게는 2년까지 소요되는 데다 인·허가 여부 또한 확신할 수 없다는 점이다.
최근 태양광발전소 분양업체들의 광고를 보면 분양가는 100kW당 2억 3000만 원 전후다. 분양업체는 대부분 투자금 대비 17~20%의 수익률을 내고, 월 순수익 100만~110만 원이라고 홍보한다. 투자자의 투자금 안에 토지와 시설설비, 인·허가 비용, 한전 계통연계 비용까지 포함돼 있다.
전문가들의 설명에 따르면 태양광발전소 투자는 투자자가 투자금을 내면 사업 진행을 일일이 신경 쓰지 않아도 손쉽게 태양광발전소를 소유할 수 있고, 건설 이후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한다는 장점이 있다. 태양광발전소가 건설되면 투자자는 5~7년에 투자금 회수도 가능해 비교적 안정적인 투자처다.
태양광발전 사업에 정통한 한 대기업 관계자는 “태양광의 경우 ‘신재생에너지3020’ 등으로 정부의 지원이 이어지고 있다”며 “사업이 문제없이 잘 되면 수익률이 10% 내외로, 은행금리보다 높은 이익을 얻을 수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신재생에너지 3020’은 2030년까지 현 4%대인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20%로 끌어올리겠다는 정부의 정책 계획이다.
하지만 발전소 분양의 경우 대부분 시행사(분양업체)가 토지를 우선 매입하지 않고 토지주에게 토지사용승낙서를 받고 투자자를 모은 뒤 인·허가를 진행한다. 인·허가 여부가 불확실해 자칫 사업이 취소될 경우 투자자들이 손해를 볼 가능성이 크다. 아파트 선분양제와 비슷하지만, 아파트는 대부분 준공 허가가 나는 반면 태양광은 준공 허가가 나지 않을 확률이 절반가량으로 높다는 것. 또 큰 규모의 토지를 쪼개어 여러 투자자에게 판매하기 때문에 분쟁의 소지도 다분하다.
신재생에너지 설비 전문기업 에너지팩토리 심정현 대표는 “분양업체가 토지를 모두 매입해 인·허가까지 다 받은 뒤에 분양하는 경우가 드문 데다 인·허가 과정에서 사업이 어그러지면 시행사가 중간에 발을 빼버려 투자자만 피해를 볼 수 있다”며 “태양광 공사·설비 업체들은 부동산에 소질이 없는데, 땅을 분할하고 허가를 받는 등 최근 분양업체들의 행태를 보면 그 뒤에 과거 기획부동산을 하던 부동산 전문업자들이 있다”고 말했다.
투자자가 분양업체의 사업 진행에 관여하기 어려운 데다 제공받는 정보가 부족한 문제도 발생한다. 계약은 투자자 1인과 분양업체가 하지만 분양업체는 다른 20여 명의 투자자와 각기 계약해 함께 사업을 진행한다. 때문에 시설 설비에 쓰이는 자재 등을 선택하는 문제에서 선택권을 외치기 어려운 부분도 있다.
심 대표는 “태양광 발전설비 시공 가격은 정해져 있으므로, 본인 소유의 땅에 직접 발전소를 짓는 것이 가장 안전한 방법”이라며 “투자를 하기 전 공부를 통해 시장 특성을 파악해야 피해를 예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여다정 기자 yrosadj@ilyo.co.kr
수익성 낮다는데 왜… 새만금 재생에너지 뛰어드는 대기업들 새만금 재생에너지 조성 사업에 대기업들이 참여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새만금 재생에너지 조성 사업은 서울 여의도의 13배 면적에 달하는 전북 새만금 일대에 정부 예산 5000억 원, 민간 자본 10조 원을 투자해 태양광·풍력 단지를 조성, ‘신재생에너지의 메카’로 발전시키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해당 사업의 수익성에 의문을 제기하기도 한다. 태양광과 풍력의 수익성이 현재로서는 워낙 낮기 때문이다. 초기 투자비용 부담도 적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LG, SK, 한화 등 다수 대기업이 해당 사업에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적극 진행 중인 일부 기업은 사업검토를 넘어 사업계획을 마련하느라 분주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정부의 정책지원 사업이니만큼 손해 보지 않을 것이란 생각에 너도나도 참여를 준비하는 것 같다”며 “사업자 선정 등 아직 구체적인 계획이 정해진 것은 없어 지켜보는 중”이라고 말했다. 다른 대기업 관계자는 “이미 신재생에너지 사업에 적극적인 기업 입장에서는 이번 기회에 정부의 정책 기조와 발맞추는 모습도 보일 수 있어 나쁘지 않다”고 말했다. [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