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들에 4일간 삼시세끼 기부, 승객 태운 비행기 1004회 이착륙, 뭄바이 5성급 호텔 통째 예약
암바니 가문은 인도 최대 기업인 ‘릴라이언스 인더스트리’를 거느리고 있는 조만장자 가문으로, 순자산 가치는 443억 달러(약 50조 원)에 이른다. 인도에서는 10년 넘게 부호 순위 1위를 유지하고 있으며, ‘포브스’가 발표하는 전세계 부호 순위에서는 현재 11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처럼 대대손손 써도 부족하지 않을 정도로 막대한 부를 자랑하고 있는 만큼 암바니가 딸의 결혼식에 1000억 원 정도를 쓴 것은 어쩌면 껌값에 불과했을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무엇보다도 전세계 정치, 경제, 문화, 연예 산업의 막강한 거물들이 대거 참석하면서 더욱 화제가 됐던 암바니 가문의 결혼식 이모저모를 살펴봤다.
이샤 암바니(오른쪽)와 아난드 피라말의 초호화 결혼식이 우다이푸르와 뭄바이에서 5일 동안 열렸다. AP/연합뉴스
16세 때 이미 기업 창업주인 조부로부터 막대한 유산을 상속받은 이샤는 2008년 ‘포브스’가 선정한 10대 억만장자 상속녀 가운데 2위를 차지한 바 있었다. 당시 그가 물려받은 그룹의 지분은 8000만 달러(약 900억 원)였다.
평소 아버지를 존경한다고 말해온 이샤는 한 인터뷰에서 “내 최고의 롤모델은 아버지다. 아버지 덕분에 나는 두려움 없는 태도가 곧 미덕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아버지는 용감하고, 성실하고, 자신감이 있다면 무엇이든 이룰 수 있다는 것을 믿도록 나를 키우셨다. 또한 유리 천장이 없다고도 가르치셨다”고 말했다.
이샤와의 혼인으로 암바니 가문과 사돈을 맺게 된 집안은 역시 인도의 재벌 기업인 ‘피라말 엔터프라이즈 그룹’의 피라말 가문이다. 피라말 그룹은 제약, 금융 서비스, 부동산, 의료서비스 분야에서 사업을 하고 있으며, 순자산은 42억 달러(약 4조 7000억 원)에 달한다. 이는 인도 부호 가운데 24위에 해당하는 규모다.
현재 피라말 그룹의 전무이사를 맡고 있는 아자이 피라말 회장의 아들인 아난드는 이샤와 어릴 때부터 친하게 지내온 소꿉친구로, 두 집안은 40년 넘게 친분을 맺고 있을 만큼 돈독한 사이인 것으로 알려졌다.
작은 상자 형태의 청첩장은 개당 약 470만 원에 달할 정도로 호화롭다.
결혼식이 열리기 전 3박 4일 동안 우다이푸르에서 열린 결혼 축하 파티도 입이 떡 벌어질 정도의 규모를 자랑했다. 4일 내내 우다이푸르 시민들을 위해 하루 세 끼를 기부했으며, 이를 모두 합치면 5100인 분의 식사량이었다. 또한 108점의 인도 전통 예술품과 공예품을 판매하는 바자회를 열어서 자선 기금을 모금하기도 했다.
결혼 축하 무대에서 비욘세는 45분간 오로지 암바니 가족을 위한 개인 콘서트를 열었다.
그렇다면 비욘세는 이번 공연으로 과연 얼마를 받았을까. 이에 대해서는 현재 알려진 바가 없지만 외신들은 지난 2014년 비욘세가 한 IT 기업의 요청으로 라스베이거스에서 비밀리에 개인 공연을 했을 때 받은 금액이 600만 달러(약 67억 원)였다고 보도하면서 적어도 이보다는 더 받지 않았을까 추측했다.
비욘세 외에도 암바니 가문의 결혼식에 초대된 하객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화려한 인맥에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다. 전세계 정치, 경제, 문화, 연예 분야의 거물들이 대거 초대됐기 때문이었다. 우리나라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비롯해 20년 넘게 암바니 가문과 친분을 맺어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 존 케리 전 국무장관, ‘허핑턴포스트’ 창업자이자 작가인 아리아나 허핑턴, 석유회사인 BP의 CEO인 밥 더들리, 21세기 폭스 사장인 제임스 머독 등도 초대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이밖에 인도 최고의 부호들과 볼리우드 스타들도 대거 참석하면서 자리를 빛냈다.
암바니 가족은 VIP 손님들을 위해 뭄바이 시내 5성급 호텔의 방들을 모조리 예약했으며, 물류를 관리하기 위해 따로 상황실까지 설치했다. 또한 축하 파티가 시작됐던 토요일 하루 동안에만 뭄바이 국제공항에는 비행기가 무려 1004회 이착륙하는 등 신기록을 세우기도 했었다. 이 비행기들은 모두 축하 파티가 열리는 우다이푸르행이었으며, 이에 작은 규모의 우다이푸르 마하라나 프라탑 공항은 활주로 일부를 막고 하객들을 실어 나르느라 바쁜 모습이었다.
힐러리 클린턴 전 미국 국무장관(가운데)도 결혼식에 초청받았다. 왼쪽은 이샤, 오른쪽은 니타.
200대의 전세기로 도착한 하객들은 공항에 내려 대기하고 있는 재규어, 벤츠, 포르셰, BMW 등 수백 대 이상의 고급차들을 타고 파티 장소로 이동했으며, 도착해서는 미리 제공된 어플로 파티에 대한 안내를 받았다.
3박 4일의 파티가 끝난 후에 개최된 본식은 12월 12일 뭄바이에 위치한 암바니 가족의 27층 저택에서 열렸다. 그리고 이를 계기로 암바니 가족의 초호화 주택도 다시 한 번 세간의 입에 오르내리게 됐다. ‘안틸리아 타워’라는 이름이 붙은 이 고층 건물은 세계에서 가장 비싼 가정집이자 가장 거대한 규모를 자랑하는 주택으로 기록돼 있다. 지난 2010년 완공됐으며, 현재 집값만 무려 10억 달러(약 1조 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거용 부동산으로는 버킹엄궁이 더 비싸긴 하지만 버킹엄궁이 왕실 소유지인 반면, ‘안틸리아’는 개인 자산이라는 점에서 다르다.
본식이 열린 암바니 가족의 27층 저택. 일명 ‘안틸리아 타워’로 불리며 집값이 1조 원에 이르는 세계에서 가장 비싼 가정집이다.
그런가 하면 암바니 가족의 전속 운전기사의 월급여는 20만 루피(약 310만 원)로, 이를 연봉으로 환산하면 240만 루피(약 3800만 원)다. 인도의 물가를 고려했을 때 이는 결코 적은 액수가 아니다. 가령 인도에서 MBA 과정을 밟고 취업할 경우 받는 연봉보다 더 높은 금액이다.
하지만 ‘안틸리아’는 건설 단계에서부터 비난을 받기도 했었다. 고작 다섯 명이 살기에는 지나치게 호사스럽고 화려하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2010년 ‘뉴욕타임스’의 지안 프라카시는 “그 집은 부자들이 어떻게 도시를 외면하고 있는지를 잘 나타내고 있다”라며 비난한 바 있다.
암바니 가족의 호화로운 사생활은 사실 인도인들 사이에서는 익히 알려져 있다. 가령 개인 전용기인 팔콘 900EX의 가격은 4330만 달러(약 490억 원)로, 공중 사무실, 게임 콘솔, 음향 시스템, 위성 TV, 무선통신을 갖춘 최첨단 비행기다. 2007년에는 아내의 생일을 맞아 따로 6000만 달러(약 675억 원)를 들여 180석 규모의 민간항공기인 에어버스 한 대를 구입한 후 개조해 개인 전용기로 사용토록 했다. 이 안에는 거실, 침실, 위성 TV, 스카이바, 스파 등이 갖춰져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말굽 형태의 ‘암바니 요트’는 가격이 약 300억 원에 달하는 바다 위 궁전이다.
그런가 하면 암바니는 현재 100만 달러(약 11억 원)를 호가하는 ’마이바흐 62’ 차량을 소유하고 있으며, 이 차량은 어떤 폭탄과 총격에도 끄덕 없는 방탄 설비를 자랑하고 있다.
하늘과 도로를 점령한 암바니는 물론 바다도 점령했다. 바다 위의 궁전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는 ‘암바니 요트’는 말굽 형태를 띠고 있으며, 가격은 20억 루피(약 30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암바니 가족과 가까운 한 관계자는 뒤늦게 이샤의 결혼식 비용이 잘못 알려졌다고 반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알려진 바와 같이 1억 달러가 아니라 인도 물가를 기준으로 따지면 1500만 달러(약 168억 원)에 불과하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1억 달러든 1500만 달러든 일반인들에게는 먼 나라 이야기인 것만큼은 틀림없는 듯하다.
김민주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