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자에도 곳간에 돈 대신 재고만 수북…부채비율 1만79% 헝가리법인도 의심 눈초리
셀트리온헬스케어는 셀트리온이 만든 바이오시밀러를 판매하는 곳이다. 셀트리온헬스케어와 가장 많은 거래를 하는 헝가리법인의 2017년 부채비율은 1만 79%에 달한다. 이 시기 헝가리법인에 대한 셀트리온헬스케어 등 특수관계인 매출은 1925억 원으로 그해 전체 매출(1911억 원)을 웃돈다. 실제 헝가리법인이 존재하고, 제대로 된 매출이 이뤄졌는지에 대한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인천시 연수구(송도)에 위치한 셀트리온 본사와 제1공장. 금융당국이 셀트리온헬스케어에 대한 감리에 들어가면서 긴장감이 돌고 있다. 이종현 기자
사실 그동안에도 두 회사 간 거래를 두고 상식적으로 이해가 어렵다는 평가가 적지 않았다. 이 때문에 셀트리온에 대한 공매도가 유독 극심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경영실적에 대한 신뢰도가 낮은데 주가가 오르니 공매도에 안성맞춤이란 논리다.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의 오묘한 관계를 살펴본다.
셀트리온은 셀트리온헬스케어에 물건을 팔아 매출과 높은 이익률을 유지해왔다. 2009년 이후 9년간 누적 실적을 보면 매출 3조 8760억 원, 영업이익 1조 7882억 원이다. 영업이익률이 무려 46%를 넘는다. 재고비율은 평균 5.48%로 극히 낮다. 하지만 영업현금흐름 누계는 1조 2873억 원으로 꽤 차이가 난다. 매출채권 비율이 높아서다. 지난 9년간 평균 매출액 대비 매출채권 비율은 75.15%다. 물건은 잘나가는데 돈이 늦게 들어오는 셈이다. 그래도 매출채권 회수가 비교적 잘 이뤄져 자본은 늘고, 부채는 줄며 부채비율이 꾸준히 하락했다.
셀트리온이 만든 바이오시밀러는 셀트리온헬스케어가 독점 판매권을 갖는다. 대신 셀트리온헬스케어는 판매권부여기본계약에 따라 품목허가 승인 획득 전 셀트리온으로부터 의무적으로 일정 물량을 매입해야 한다. 해당 제품의 시판을 허가하는 품목허가 승인 획득 여부와 관계없이 환불 및 취소가 불가능한 조건이다. 셀트리온의 재고율은 극히 낮은 반면 물건을 사가는 셀트리온헬스케어는 반대다.
2010년 2478억 원이던 자산 가운데 재고자산은 58.6%인 1452억 원에 달했다. 이후 자산이 늘어났지만 재고도 함께 늘었다. 2013년 자산이 1조 724억 원으로 ‘1조’ 진입에 성공했을 때에도 재고가 무려 9316억 원이나 됐다. 2016년 자산이 2조 원을 돌파했을 때도 재고가 1조 4721억 원이나 됐다.
셀트리온헬스케어의 2010~2017년 누적 수치를 보면 매출 2조 5316억 원, 영업이익 4901억 원이다. 영업이익률이 20%에 육박한다. 그런데 정작 영업활동으로 유입된 현금 누계는 8190억 원의 ‘마이너스’다. 장사를 하고 이익도 냈는데, 들어오는 현금이 없었다는 뜻이다. 같은 기간 세전이익 누계도 5333억 원에 달하지만 2015년에는 자본총계가 납입자본(자본금+자본잉여금)을 밑돌았다.
물건을 팔아도 외상이 많았다. 매출액 대비 매출채권 비율은 최근에도 절반에 달한다. 현금이 잘 안 돌다 흑자가 계속돼도 부채는 꾸준히 늘었다. 영업현금흐름이 ‘플러스’로 돌아선 2015년 직전 부채비율은 400%를 넘었다. 이후에도 200%를 초과했다. 하지만 지난해 코스닥 상장으로 1조 원 증자에 성공하면서 단숨에 재무구조를 반전시킨다.
셀트리온헬스케어는 이에 대해 셀트리온에서 원료의약품을 매입하는 시점에 재고자산과 매입채무로 회계처리하지만, 수익 인식은 실제 제품은 물론 관련 위험에 대한 책임까지 구매자에게 완전히 넘어간 이후에야 이뤄지기 때문에 시차가 존재한다고 설명한다. 다 팔 수 있는 제품이란 뜻이다.
매출과 수익 인식은 더딘데, 매년 셀트리온으로부터 매입 의무는 다해야 하는 만큼 셀트리온헬스케어의 현금이 부족할 수밖에 없다. 셀트리온헬스케어는 제품 매입 의무 외에도 셀트리온의 임상 3상 비용 절반을 대야 한다. 의약품 개발에서 임상 3상은 가장 돈이 많이 드는 단계다. 영업에서 현금을 제대로 만들지 못한 셀트리온헬스케어가 의지할 것은 결국 빚이다. 빚이 계속 불어나 감당할 수 없을 상황까지 된 시점에서 기업공개가 이뤄졌다. 영업현금흐름은 적자였지만 손익계산서상의 영업이익과 세전이익이 2013년부터 흑자인 덕분에 2017년 상장은 무난했다.
현재 셀트리온헬스케어 시가총액은 10조 원이 넘는다. 올 초만 해도 20조 원을 넘기도 했다. 올해 매출과 영업이익은 3분기 말까지 5248억 원, 437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매출 5055억 원, 영업이익 1044억 원) 대비 부진하다. 영업현금흐름도 마이너스(-) 823억 원으로 작년 동기(-857억 원)와 비슷하다. 지난해 상장으로 만든 돈 1조 원 가운데 70%는 개발비와 매입비용 등으로 셀트리온에 지불했다. 이 때문에 지난해 전년 대비 3000억 원가량 줄었던 부채는 올해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다.
셀트리온은 서정진 회장의 개인회사인 셀트리온홀딩스가 최대주주다. 반면 셀트리온헬스케어는 서 회장이 직접 지배한다. 두 회사는 재무적으로 전혀 연결돼 있지 않다. 셀트리온헬스케어의 경영이 어려워도 셀트리온에는 직접 영향을 미치지는 못한다.
최열희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