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재벌기업들의 연말 정기 임원인사 시즌이 다가온 때문이다. 매년 이맘 때면 재계에서는 인사와 관련한 각종 추측들이 쏟아진다. 올해는 12월19일 대통령 선거 등과 맞물려 그 열기가 더욱 후끈하다.
이같은 분위기 탓인지 각 그룹에서는 올 연말에서 내년초 사이에 있을 것으로 보이는 정기 임원인사의 전망을 무척 조심스럽게 한다. 더러는 다른 그룹들의 동향을 체크하기도 한다.
이런 와중에 한화그룹은 최근 2002년도 임원 인사를 단행해 재계에서는 처음으로 임원 인사시즌의 테이프를 끊었다. 한화그룹이 예상보다 빨리 첫 임원 인사를 단행하면서 시즌개막을 알리자, 업계에서는 향후 이어질 각 그룹들의 정기 임원인사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올해 그룹별 인사의 최대 관심사로 꼽히는 것은 젊은피 수혈을 통한 ‘세대교체’ 여부와, 새정부 출범과 관련된 신경영인맥 등장 등이다. 삼성그룹은 올해 인사가 지난해와 비슷한 1월 중순에 이뤄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 왼쪽부터 이재용 삼성전자 상무보, 최태원 (주) SK회장, 정의선 현대차 전무 그래픽=장영석 기자 zzang@ilyo.co.kr | ||
삼성전자를 비롯, 대부분의 계열사들의 올해 실적이 좋은 점으로 미뤄볼 때 ‘인사실적’도 있지 않겠느냐는 조심스런 예측. 그러나 무엇보다 관심을 끄는 대목은 이재용 삼성전자 상무보가 올해 ‘보’자를 뗄 수 있을 것이냐 하는 부분이다. 이 상무보가 승진한다는 것은 삼성그룹 ‘세대교체’의 신호탄이기 때문에 삼성그룹 내부는 물론, 재계 전체가 비상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삼성그룹은 이 상무보를 압박해온 편법상속 의혹문제가 일단락된 데다, 올해 이 상무보가 GE사내 연수에 참가했던 점, 매스컴에 많이 노출됐던 점 등을 감안할 때 승진 가능성이 크다는 전언.
LG그룹의 경우는 내년 2월 초부터 각 사별로 인사를 단행할 예정이다. LG 관계자에 따르면 올해의 경우 인사폭이 그다지 크지 않을 것이라는 것. 이는 LG그룹의 몇몇 계열사를 빼고는 각사의 실적이 무난한 데다, 구본무 회장이 올해 줄곧 ‘1등 경영’을 외치고 난 뒤라는 점 등을 볼 때, 현재의 조직을 크게 이동시키지는 않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러나 내년 3월로 예정된 그룹지주회사인 LG홀딩스(가칭)의 출범을 앞두고 그룹 전체 조직정비를 위한 대폭적인 인사가 있을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또 지난해 강화된 구조조정본부의 역할도 비슷한 수준일 것이라는 전망. 현재 LG의 구조본은 재무개선팀, 사업조정팀, 인사지원팀, 경영지원팀, 홍보팀 등이 있으며, 약 60여명 규모.
LG관계자는 “대선과 이번 인사는 큰 관련이 없다”고 말했으나, 내부에서는 차기 정부와의 창구 역할을 맡아줄 얼굴마담격 인물이 딱히 없어 속앓이를 하고 있다는 얘기도 들려온다.
지난해 재벌그룹 중 가장 늦게 인사를 단행했던 SK그룹은 올해도 인사가 많이 늦어질 전망이다. SK관계자는 “실적 발표가 나오는 3월초 정도에 인사가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SK의 인사가 늦어지는 것은 최근 그룹 내에서 벌어지고 있는 여러가지 복잡한 상황 때문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SK텔레콤은 12월 한달동안 영업정지 조치로 인해 매출에 큰 손실이 예상되는 데다, KT와의 지분 맞교환 문제를 둘러싼 문제들, 오너인 최태원 회장과 전문 경영인인 손길승 회장의 관계설정 등이 인사의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추측.
현대차그룹의 인사는 12월 말이나 1월 초 정도에 실시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만 총 7차례의 크고 작은 수시인사를 했던 현대차그룹 정기 임원인사의 최대 관심사는 정의선 전무의 승진여부. 올 들어 정몽구 회장이 세계박람회 유치를 위해 외유를 나선 시간이 많아 상대적으로 정 전무의 역할이 커진 데다, 사촌인 정지선 현대백화점 부사장 등이 지난해 인사에서 이미 부사장으로 승진했다는 점 등을 감안할 때 승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만약 정 전무의 승진이 이뤄진다면, 정 전무가 현재 기획총괄본부의 기획지원실장, 경영기획실장 등을 겸임하고 있기 때문에 후속 줄인사와 함께 기획총괄본부의 위상이 높아지지 않겠느냐는 것이 현대차 안팎의 시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