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가스산업 발전 저해와 요금 인상 지렛대 우려... 법·조례 손질 절실
광주광역시 해양도시가스 본사. 사진=해양도시가스
GS에너지는 이달 해양도시가스와 서라벌도시가스 지분 100%를 총 6160억 원에 사모펀드 글랜우드프라이빗에쿼티(PE)에 매각했다. 매각가는 각각 해양도시가스 4899억 원, 서라벌도시가스 1261억 원이다.
그런데 글랜우드PE는 기업을 인수한 후 단시간에 되팔아 차익을 챙겨 왔고, 도시가스회사를 인수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 이를 우려하는 시각이 나오고 있다. 글랜우드PE는 동양매직을 인수해 2년 만에 SK그룹에 매각해 수익을 창출했고, 한라시멘트를 인수해 1년 뒤 투자금을 회수했다.
GS에너지는 GS그룹의 지주회사인 ㈜GS가 100% 지분을 가지고 있다. GS에너지는 GS칼텍스와 한 지붕 시절까지 포함하면 해양도시가스와 서라벌도시가스로부터 2000억 원 이상의 배당금을 가져갔다.
매각된 두 도시가스 회사는 우량한 재무상태와 안정적인 경영실적을 거둔 곳이다. 해양도시가스는 광주광역시와 전라남도 일부 지역에 도시가스를 공급해 왔고, 지난해 경영실적은 매출 5105억 원, 순이익 176억 원을 달성했다.
서라벌도시가스는 경주시와 경북 영천지역을 중심으로 도시가스를 공급하면서 지난해 매출 1193억 원, 순이익 73억 원을 거두었다. GS에너지는 100% 고용승계 조건과 가장 높은 매입 가격을 제시한 글랜우드PE를 선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GS에너지는 “이번 두 회사 매각을 통해 확보한 자금을 통해 친환경 에너지와 해외자원개발 등 신성장동력을 발굴하는데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시민단체 도시가스공익시민연대 관계자는 “이번 6000억 원이 넘는 매각 대박으로 최초 수십억 원을 투자해 국가와 국민의 지원으로 성장한 뒤 20년 만에 200배에 가까운 이익금을 챙기게 됐다”며 “공공재 공급회사를 검증되지 않은 사모펀드에 아무런 제재 없이 매각했다”고 꼬집었다.
귀뚜라미에너지의 전신인 강남도시가스도 외국계 사모펀드의 폭리가 감지된다. 2012년 사모펀드 맥쿼리는 강남도시가스를 588억 원에 인수했다. 맥쿼리는 같은 해 10월 강남도시가스 순자산 1630억 원 중 1370억 원을 사업 실체가 불분명했던 부동산 임대·투자사업 신설법인으로 이전해 순자산 가치를 낮췄고, 기업의 미래 수익가치를 반영하지 않으면서 헐값에 사들일 수 있었다.
그런데 맥쿼리는 강남도시가스로부터 4년간 475억 원을 배당금으로 챙겼고, 2016년 4월 귀뚜라미홈시스에 재매각하는 과정에선 기업 미래 수익가치를 포함시켜 1300억 원에 매각했다. 맥쿼리는 4년 만에 투자금 대비 약 250%에 달하는 막대한 매각 차익을 올렸다. 귀뚜라미홈시스는 강남도시가스를 인수한 후 사명을 귀뚜라미에너지로 바꿨다.
경남에너지도 사모펀드 대주주로 인해 홍역을 치렀다. 사모펀드 앵커에쿼티파트너스는 2014년 3월 750억 원을 투자해 경남에너지 주식 1145만 1748주를 매입하면서 2대 주주가 됐다. 앵커파트너스는 인수 후 2년간 경남에너지 전체 직원의 25%를 구조조정했다. 경남에너지는 1994년 이후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돼 우량한 재무상태를 이어 왔는데 앵커파트너스는 2016년 5월 상장폐지시켜 파문을 일으켰다.
앵커파트너스가 2014년 경남에너지를 인수할 당시 주당 매입가격은 6549원 수준이었다. SK그룹 계열인 역외 사모펀드 프로스타캐피탈은 경남에너지를 지난해 5월 지분 100%를 5500억 원 규모에 인수했는데 주당 단가는 2만 2700원이었다. 결국 앵커파트너스는 3년 만에 3.5배에 달하는 1850억 원 수준의 매각 차익을 거뒀다. 프로스타는 조세피난처로 유명한 케이맨제도에 본사를 두고 있는데 지금까지도 SK그룹의 ‘우회 인수’, 계열 역외 펀드의 ‘독자 인수’ 논란이 가시지 않고 있다.
고 노회찬 정의당 의원은 지난해 5월 “경남에너지가 매각 당시 다수의 사모펀드들이 입찰에 참여했다. 국내 도시가스산업이 외국계 사모펀드들의 먹잇감이 되면 결국 도시가스요금 인상 요인이 될 수 있다”며 “도시가스산업이 광역지방자치단체가 소매요금을 승인하는 공공산업임에도 도시가스회사의 이익을 더 많이 고려하는 ‘투자보수율’을 인상시킨 산업통상자원부의 ‘도시가스회사 공급비용 산정기준’과 요금승인 과정에서 감가상각비 산정, 법인세비용 산정, 투자보수율 산정에 대한 경상남도의 부실한 검증과 심의 때문이라고 추정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도시가스공익시민연대는 “도시가스회사가 적은 초기투입자본금만으로도 사업자금을 정부지원금과 소비자분담금으로 지원하고 지자체가 통제를 허술하게 하고 있어 많은 이익을 내고 있다”며 “현행 도시가스사업법을 개정하고 도시가스 지방조례를 제정해 이러한 폐단을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익창 기자 sanbad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