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인 사찰 의혹은 보이는 안건, 문제는 인사문제…집중공세 어떻게 피해갈지 관심
12월 31일로 예정된 국회 운영위원회에 조국 민정수석이 출석한다. 자유한국당은 ‘김태우 수사관 사건’을 비롯해 온갖 문제에 대해 공격할 준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당은 한껏 벼르고 있는 모습이다. 조 수석의 국회 운영위원회 출석(12월 31일)이 확실시되자마자 한국당은 곧바로 대열을 재정비하며 전투태세에 돌입했다. 우선 한국당은 조 수석이 출석할 운영위의 소속 의원 명단을 교체했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이날 열린 한국당 ‘청와대 특별감찰반 정권실세 사찰 보고 묵살 및 불법사찰 의혹 진상조사단(이하 한국당 조사단)’ 회의에서 “운영위 사보임 절차를 통해 진상조사단 소속 의원들이 모두 31일 운영위에 투입된다”라고 말했다. 이어 “청와대 관계자가 국회에 출석해 이야기하는 것이 사건의 실체에 접근하는 첫 번째 작업”이라며 “운영위에서 진실을 밝히겠다”고 강조했다. 사보임이란 국회 상임위나 특별위원회의 위원을 교체하는 것으로, 특수한 경우에 따라 임시적으로 활용한다.
한 의원실에선 “오전까지는 우리 의원님이 운영위가 맞았는데, 오늘 오후부터는 사보임하고 다른 의원님이 들어오신다. 조 수석이 출석하니 거기에 준비한다”라고 말했다. 물론 소수 의원들은 새로운 원내지도부 구성에 따른 사임도 있었지만, 이 외의 많은 한국당 소속 운영위 의원들이 조 수석의 출석에 대비해 ‘바통터치’를 하는 모습이었다.
한국당 조사단은 현직 9명과 전직 한 명이며, 이들은 검사‧경찰‧언론인 등 다양한 출신 성분으로 구성됐다. 이들 중 일부가 31일 운영위로 들어가 조 수석에게 질문을 던질 예정이다. 28일을 기준으로 한국당에서는 운영위 참석자로 김도읍‧주광덕‧정양석‧나경원(당연직‧간사)‧곽상도 의원을 확정할 가능성이 높다. 다수의 한국당 관계자는 “곽상도 의원은 자신의 의지로 운영위에 투입되고 싶어 하더라. 전투력이 충만하다”라고 말했다.
31일 운영위원회는 ‘조국-김태우 진실공방’을 연상케 할 전망이다. 김태우 전 청와대 특별감찰반 수사관은 비위 연루 의혹으로 원대복귀 조치된 데에 반발해 폭로를 약 2주째 이어가고 있다. 이에 청와대는 “김태우 수사관 자신이 생산한 첩보문서를 외부에 유출하고 허위주장까지 하고 있다”며 법적 대응까지 꺼내 들었다.
양 측의 지루한 공방이 이어지는 가운데 ‘환경부 블랙리스트’도 논란이 됐다. 최근 공개된 ‘환경부 산하기관 임원들의 사퇴 등 관련 동향’ 문건에 따르면 환경공단 전 이사장은 임기가 2019년 7월로 돼 있고 ‘사표제출 예정’이라고 기록돼 있다. 또한, “한국환경공단 이외는 특별한 동요나 반발 없이 사퇴 등 진행 중”이라는 문구도 담겨 있다. 환경부가 소속 산하기관 임원에 대한 블랙리스트로 보이는 ‘사퇴 현황’ 자료를 작성해 청와대에 보고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다.
‘민간인 사찰 의혹’도 도마에 오를 전망이다. 앞서 한국당은 김태우 전 수사관이 작성한 것으로 추정되는 첩보보고서 목록을 공개했다. 여기에는 ‘전 기재부 장관 최경환 비위 관련 첩보성 동향’, ‘한국자산관리공사 비상임이사 송창달, 홍준표 대선자금 모금 시도’, ‘코리아나호텔 사장 배우자 이미란 자살 관련 동향’, ‘방통위 고삼석 상임위원 김현미 국토부 장관과 갈등’라는 제목이 달린 여러 파일이 담겨 있었다.
이 같은 일련의 사건들 외에도 조국 수석과 관련된 여러 현안들이 다시 떠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당 조사단의 단장인 김도읍 의원 측은 “포커스는 김태우 전 수사관 폭로와 민정수석실에 맞춰질 것이다. 그러나 이 외에도 인사 문제라든지 청와대 내부 문제와 함께 사퇴 이야기도 꺼낼 것”이라며 “이제는 조국 수석이 답할 때가 됐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인사청문회를 통해서 임명된 이들을 보라. 위장전입에 부동산 투기까지, 이젠 의혹이 아니라 그들도 인정한 문제들인데도 임명됐다. 5대, 8대 배제원칙이 있었지만 그래도 임명시키더라. 이런 문제는 민정수석실에서 걸러냈어야 했다”며 “꼭 김태우 전 수사관 사안 아니더라도 많은 이슈들을 꺼내 물어볼 것”이라고 밝혔다.
운영위 참석 가능성이 높은 정양석 의원실도 “물론 특별감찰관에 대한 것이 이번 운영위의 ‘메인테마’다. 그리고 그 외에도 우리는 외교부와 관련된 문제들에 집중해서 준비할 것”이라며 “평소에 준비하고 자료를 잘 모아놨기 때문에 지금 와서 벼락치기하듯 엄청난 ‘히스토리’를 파내야 하는 것도 아니다. 정리만 잘 하면 된다”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유의동 의원실도 “어제 늦게 합의가 돼서 이제야 준비에 들어간다. (시간이 부족하다보니) 의원실은 주말에도 출근해 신경을 쓸 것”이라며 “청와대나 검찰이 자료를 제공해주는 것도 아니니 언론에 공개된 것들을 위주로 검토하며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한국당은 조사단 단장인 김도읍 의원을 주축으로 정보를 공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의원들끼리 수시로 통화하며 조국 수석을 압박하기 위한 전방위 전략을 짜고 있다. 김도읍 의원은 앞서 tbs라디오 인터뷰를 통해 “가장 중요한 것은 민정수석실의 민간인 사찰 개입 여부”라고 말했다. 조국 수석이 타깃임을 강조한 것이다.
이수진 기자 sj109@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