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싱글 앨범 ‘벌써 12시’로 새해 첫 포문 열어…키워드는 ‘도발·적극·성숙’
가수 청하가 서울 마포구 서교동 카페 블랑드티에서 일요신문과 인터뷰를 가지고 있다. 사진=MNH엔터테인먼트 제공
서울 마포구 서교동 카페 블랑드티에서 ‘일요신문’과 만난 청하는 ‘찰떡’처럼 어울렸던 갈색 머리에서 도도한 흑발로 돌아가 성숙한 매력을 보여줬다. 신곡 ‘벌써 12시’가 겨울의 분위기에 맞게 차분하면서도 도발적인 느낌을 가미했기 때문에, 발랄하고 청량한 이미지보다는 성숙하고 매트(Matt)한 이미지를 택했다고 했다.
청하는 “아무래도 이번 활동에서는 저의 기존 노래나 제가 이제까지 해 왔던 모습, 목소리 톤부터 색까지 다 다르게 느껴질 것”이라며 “이제까지와는 색다른 색채감이 들어 있어 ‘좀 더 성숙한 이미지로의 변화’라는 새로운 방향으로 틀 수 있는 계기가 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번 ‘벌써 12시’에서 청하의 바뀐 메이크업에도 눈길이 간다. 지난해 7월 발매했던 ‘Love U’의 경우는 여름 노래인 만큼 반짝이는 글리터 메이크업으로 ‘글리터 여신’ 이라는 별명까지 얻었던 청하였다. 성숙하고 도발적인 이미지로 변신한 ‘벌써 12시’ 에서는 곡의 느낌에 맞춰 메이크업도 변신했다.
청하는 “앞선 활동에서는 제가 글리터를 정말 원 없이 써 봤다. 그래서 이번 콘셉트에 메이크업을 담당하는 선생님이 정말 부담을 많이 가지시더라”라며 웃음을 터뜨렸다. 이어 “이번엔 매트한 느낌으로 가고 싶어서 이것저것 시도를 해 봤다. 입술 색을 블랙으로 맞춘다거나 아이 메이크업을 죽이고 립만 포인트를 주거나 하는 식이다. 의상도 블랙이나 수트 계열로 맞춰서 활동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이제 데뷔 3년 차를 향해 달려가고 있는 청하는 아직도 ‘프로듀스 101’ 이전을 떠 올리면 지금의 활동이 실감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프로듀스 101’ 방송 한 두 달 전만 해도 저는 아르바이트생이거나 연습생이었고, 아무도 알아보지 못했다”라며 “그런 제 주변이 방송이 나가고 ‘픽 미’가 공개된 직후부터 달라지기 시작했다. (I.O.I 데뷔 후) 1년 동안은, 그동안 꿈꿔왔던 MAMA도 포함해서 ‘1년 안에 이렇게 많은 것이 바꿀 수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많은 변화가 있었다”고 회상했다.
청하가 속했던 I.O.I는 ‘프로듀스 시리즈’의 맏선배다. 그러다 보니 이어지는 후배들에게 하고 싶은 조언도 많고, 챙겨주고 싶은 일도 많다. 특히 가장 하고 싶은 말은 “울지 않았으면 좋겠다”라는 말이다.
청하는 “프로듀스 시리즈는 재미있기 때문에 시청자 분들이 많이 찾아 주시는 건데, 그 재미는 스릴 넘치는 경쟁구도에서 나온다고 생각한다. 그 경쟁을 치르는 동안 마음 아픈 일도 있고 기쁜 일도 있어야 드라마틱한 ‘뭔가’가 생긴다”라며 “그런 스토리라인이 있어야 대중들이 사랑해 주시는데, 영상 속 0.1초의 모습만으로 오해를 사서 안 좋은 댓글이나 반응을 얻는 일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 사소한 일에 상처를 받지 않았으면 좋겠다. 언젠가는 잊힐 것이고, 흘러가는 모습이고, 누구에게나 있는 모습이기 때문에 나만 그런 게 아니라는 걸 알았으면 좋겠다. 그런 생각을 버리고 ‘누구나 겪는 거야’라고 생각하면 편해질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처럼 멤버들과 동고동락하는 서바이벌 프로그램과 그룹을 거쳐 솔로로 활동하려니 외로움이 가시지 않는 나날이라고 했다. 그런 와중에 청하에게 힘이 됐던 것은 선배 솔로 가수인 선미와 아이유였다.
선미와는 ‘시상식 외톨이 동지’였다. 청하는 “시상식이 끝나고 전 출연진이 인사할 때, 멤버들이 있는 친구들은 서로 팔짱도 끼면서 다니는데 혼자 총총거리고 다니기가 좀 부끄럽기도 하고 혼자 원샷이 잡힐 때면 정말 어찌할 바를 모르겠더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같은 솔로 처지(?)였던 선미에게 “언니, 이럴 땐 어떻게 해야 해요”라고 물었지만 “나도 몰라, 청하야”라는 대답밖에 들을 수 없었다고.
대신 둘이서 함께 붙어 다니면서 서로 더 친해지고 많은 위로가 됐다고도 덧붙였다. 선미는 청하가 이날 꼽은 ‘꼭 함께 컬래버레이션 하고 싶은 가수’ 가운데 폴 킴, 태민과 함께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청하는 “의미 있는 투어에 조금이라도 발 디딘 것만으로도 감사하고 영광스러웠는데 먼저 그렇게 많은 관객들이 모인 것에 충격을 먹고, 이 많은 관객들 앞에서 콘서트를 할 수 있는 것도 엄청난 일인데 아무 인연도 없는 저를 게스트로 올려주신 것에 또 충격을 먹고, 거기에 손 편지까지 주신 것에 또 다시 충격에 충격을 받았다. 너무 멋있는 선배님이었다”라며 아직까지 충격 속에서 헤어 나오지 못한 모습을 보였다.
이처럼 멋진 선례로 남은 여성 솔로 가수들을 보며 청하는 “선배님들을 통해서 솔로 시장이 점점 커지고 있다는 것이 기쁘고, 그런 분들이 더 많이 생겨나고 있다는 것을 보며 위로를 크게 받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한편으로 청하가 선배들을 보며 그랬던 것처럼, 자신을 솔로 가수의 롤 모델로 삼을지도 모르는 후배들에게는 “제가 어떤 롤 모델이고 싶기 보다는 그냥 그들에게 ‘어떤 길로 가도 괜찮다’라는 말을 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누군가의 성장 과정을 그대로 밟기 보다는, 누구나 모두 같은 인연이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방향만 잘 잡으면 나만의 길이 생길 것이라고 생각한다”라며 “쭉 따라 가지 않고, 돌아서 가고 꼬불꼬불 가도 추억이 있고, 나만의 시간이 있는 것이니까 어떻게 가도 괜찮다는 이야기를 전해주고 싶다. 그게 제 최종 목표”라고 덧붙였다.
한편 청하의 두 번째 싱글 앨범 ‘벌써 12시’는 2일 오후 6시에 공개된다.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