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기술 배운 북한 양복사 작품 추측…원단은 로로 피아나 또는 에르메네질 제냐
2013년부터 2016년까지 김 위원장은 매 신년사에 인민복을 입고 나왔다. 2017년 신년사 연설부터 양복을 입기 시작하더니 2018년에는 은색 양복에 호피무늬 뿔테 안경을 쓰고 나와 세계를 놀라게 하기도 했다. 올해 김 위원장의 선택은 짙은 남색 바탕에 줄무늬가 은은하게 들어간 양복과 흰 셔츠, 그리고 푸른빛 넥타이였다.
신년사를 하기 위해 집무실로 향하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연합뉴스
업계 전문가의 의견에 따르면 김 위원장의 양복은 기성복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 복수의 양장점과 원단 업체 전문가는 “신년사 사진만으로는 양복과 넥타이 브랜드를 정확히 알 수 없지만 기성복과는 확실히 다르다”고 말했다. 수입 명품 양복 수선회사 김용구 대표는 “김정은 위원장은 기성복을 입기 힘든 체형이다. 맞춤제작일 것이다. 입고 나온 양복 디자인도 기성복에는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이날 입은 양복 원단은 세계 최고급 원단으로 알려진 로로 피아나, 스카발, 에르메네질 제냐 가운데 하나로 추정된다. 스카발은 이미 김 위원장의 인민복 제작 원단으로도 알려져 있다. 스카발 코리아 대표는 “스카발은 스위스와 영국 등 유럽에 매장을 갖추고 있다. 스위스에서 유학을 한 김 위원장이 잘 알고 있을 것”이라며 “김정일 위원장 역시 스카발 원단을 애용한 것으로 알고 있다. 아들인 김 위원장도 자연스레 이를 따라 입은 것 같다”고 말했다.
전문가들 가운데에는 로로 피아나, 에르메네질 제냐일 것으로 추정하는 이들이 많았다.
한 업계 전문가는 “이탈리아 기술을 습득한 ‘북한 양복사’가 만든 것”이라고 추측했다. 그는 “칼라(목둘레에 덧붙여진 옷깃)의 형태가 이탈리아 스타일이지만 이탈리아 장인이 만들었다고 보기에는 기술적으로 부족한 부분이 있다. 이탈리아 양복 기술을 배운 숙련공의 작품일 가능성이 높다. 좁은 소맷부리도 이탈리아 양복의 특징 가운데 하나다”라고 분석했다. 이어 “어깨패드가 상당한데 인민복이나 제국에서는 지도자의 위용을 높이기 위해 일부러 어깨를 높게 잡곤 한다”고 말했다.
이득규 맨체스타 양복점 대표 역시 어깨 패드를 지적했다. 그는 “김 위원장이 앉아있을 때 어깨패드가 과하게 솟아있다. 지도자로서의 권위를 부여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어깨의 각을 살렸는지 몰라도 뒤품을 너무 좁게 재단해서 어깨부분이 자꾸 위로 올라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양복 재단의 문제점도 지적했다. 이 대표는 “김 위원장의 바지통이 너무 크게 재단됐다. 체형의 단점을 가릴 수 있다는 것이 맞춤 양복의 가장 큰 장점인데 이 부분을 살리지 못 한 점이 아쉽다”고 말했다.
최희주 기자 hjo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