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썸 “어뷰징 계정 발견시 차단…문제 심각하다면 라운드 중지까지도 고려”
어뷰징, 가짜 계정 판매자와 나눈 메신저 대화를 신원 보호를 위해 재구성했다.
7일 서울 서초구 JBK 컨벤션홀에서 빗썸은 ‘픽썸 데이’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이날 행사에는 픽썸 2라운드에 진출할 프로젝트사들이 참여해 각각 프로젝트를 소개하고 기술력과 장점 등을 설명하는 자리였다. 행사 내용은 동영상으로 제작해 픽썸 사이트와 유튜브에도 게재된다. 빗썸 관계자는 “픽썸은 프로젝트 소개부터 최종 상장까지 투명하고 공정한 프로세스를 통해 시장의 신뢰를 얻겠다”며 “빗썸은 건전한 암호화폐 생태계 조성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화려하게 개최된 픽썸 행사와 달리 암호화폐 업계에는 뒷말이 무성하다. 무엇보다 공정해야 하는 상장 시스템에서 어뷰징이 대놓고 성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상 투표로 상장이 결정되는 만큼, 상장 여부에 따라 엄청난 금액이 갈리는 암호화폐 시장에서 어떤 방법이든 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빗썸이 과연 단속이나 검증을 하고 있는지 의심의 눈길로 보고 있다.
ICO(암호화폐 공개)를 마친 한 암호화폐 프로젝트 관계자는 “빗썸은 우리나라 대표 암호화폐 거래소로 제도권 금융 진출을 노린다고 한다. 그런데 거래소 기능 중 가장 중요한 상장 시스템을 사실상 인기투표 방식에 맡긴 점이 이해가지 않는다”면서 “잘못된 암호화폐가 한 번 상장되면 수많은 사람이 피해를 볼 수도 있는데 신중해야 할 필요가 있다. 어떤 제도권 거래소가 상장을 인기투표하듯이 하느냐”고 반문했다.
실제로 ‘일요신문’이 취재한 바에 따르면 픽썸을 위한 어뷰징이나 불법 계정 매매를 쉽게 접할 수 있었다. 제보자의 실명을 보호하기 위해 실제 메시지 내용을 공개할 수 없지만 메시지 내용은 상상 이상이었다. 몇 개 계정을 얼마에 거래할지, 어떤 방식으로 처리해야 빗썸 측의 단속을 피할 수 있는지 자세하게 설명했다. 또한 한 개가 아닌 복수의 암호화폐 프로젝트가 구매하고 있다는 증언까지 접할 수 있었다.
불법 계정을 판매하는 판매자의 말에 따르면 상장 투표 조작을 위한 계정은 실제 가입된 회원도 아니었던 것으로 파악된다. 픽썸을 위해 주민등록번호도 마구잡이로 도용해 계정을 만들고 있는 것으로 보여 개인정보보호법을 위반했다는 점도 알 수 있었다. 판매자는 이렇게까지 해도 ‘납품’할 계정 확보가 어렵다는 반응이었다.
더 큰 문제는 가능성 있는 암호화폐 프로젝트보다는 암호화폐 업계에서 사기로 치부하는 ‘스캠’(scam)들이 ‘어뷰징’을 할 동기가 더 많다는 점이다. 또 다른 암호화폐 업계 관계자는 “본질적으로 가능성 없는 암호화폐는 픽썸 같은 방식이 아니면 상장이 될 수 없다. 따라서 만약 스캠들 중 하나가 픽썸 후보군에 든다면 그 기회를 놓칠 수 없기 때문에 어뷰징이 아니라 더 한 조작을 해서라도 꼭 상장시킨다”며 “빗썸 측이 초기 후보군을 완벽하게 뽑거나 투표 단계에서 조작을 엄격하게 거르거나 하지 않는다면 인기투표식 인기몰이 마케팅 결과 스캠이 상장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암호화폐 시장은 더 혼탁해지고 빗썸에도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빗썸 관계자는 “이미 후보군으로 올릴 때 빗썸이 기술력, 미래가치를 판단해 결정한다”며 “스캠이 후보군으로 오를 가능성은 없다고 본다”고 반박했다.
빗썸 관계자는 또 “최근 거래소가 자의적인 판단으로 암호화폐를 결정해 상장하는 방식이 문제가 됐고 이를 좀 더 투명하게 처리하기 위해 픽썸을 도입했다”며 “어뷰징 계정, 가짜 계정을 막기 위한 방법을 이미 도입하고 있다. 만약 어뷰징 계정 등이 발견된다면 해당 계정을 차단하고, 문제가 심각하다고 판단될 시 픽썸 라운드를 중지하는 대응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