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시형이 최대주주인 에스엠 두 자회사 경영진 교체…다온과 디엠아이 측 “관련 내용 잘 모르겠다”
다스는 그 어떤 회사보다 혼란스러운 2018년을 보냈지만 최근 분위기는 오히려 평온해 보인다. 다스는 지난해 11월부터 임직원들의 봉사활동과 기부 활동에 대한 홍보자료를 연이어 내는가 하면 12월에는 ‘2018 R&D 테크포럼’을 개최하기도 했다.
이상은 회장도 다스 내에서 존재감을 보이고 있다. 이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다스는 지난해 전례 없는 시련과 고통을 겪었지만 어려운 역경 속에서도 자동차 산업은 지속적으로 연구·개발해 한국 경제에 이바지해야 한다”며 “회사와 사원이 서로의 힘을 실어주면 우리는 분명 영원할 것”이라고 전했다.
반면, 이명박 전 대통령 측 인물들은 다스 내에서 힘을 잃고 있다. 이 전 대통령의 아들인 이시형 씨는 지난해 12월 다스를 퇴사했다. 앞서 지난해 7월에는 이 전 대통령 측근으로 알려진 강경호 전 다스 대표가 사임했다. 이 전 대통령의 금고지기 역할을 했던 이영배 전 금강(다스 협력업체) 대표는 지난해 8월 집행유예를 선고받았지만 회사에는 돌아가지 못했다.
서울 서초구 양재동에 위치한 다스 서울사무소 빌딩. 사진=박은숙 기자
표면적으로 보면 다스 내에서 이상은 회장의 위치는 굳건해지고 있고, 퇴사한 이시형 씨는 끼어들 틈이 없어 보인다. 다스의 주주는 이상은 회장(47.26%), 이 전 대통령의 처남댁 권영미 씨(23.6%) 등으로 구성돼 있다. 이 전 대통령이 민사소송을 통해 다스의 지분을 반환받지 않는 한 이시형 씨가 다스 경영권을 가지는 건 어려워 보인다.
그렇지만 이시형 씨가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회사가 없는 건 아니다. 바로 다스 협력업체인 에스엠이다. 한국기업데이터에 따르면 2018년 11월 기준 에스엠의 최대주주는 이시형 씨(75%), 2대주주는 이 전 대통령의 매제인 김진 전 다스 총괄부사장(25%)이다. 에스엠은 2016년 자동차 부품업체 다온을, 2017년 디엠아이를 인수했다.
그간 다온과 디엠아이의 매출은 다스에 크게 의존해 왔다. 2017년 디엠아이 감사보고서엔 ‘다스의 지원 여부에 따라 재무상태나 경영성과 등이 큰 폭으로 변동할 수 있는 불확실성을 내포하고 있다’고 적혀있을 정도다.
다스의 ‘일감 몰아주기’를 통해 다온과 디엠아이의 매출이 상승하면 자연스럽게 이시형 씨에게 이익이 돌아간다. 2017년 다온의 매출 457억 원 중 약 48%에 해당하는 219억 원이 다스로부터 발생했다. 다스의 다른 협력업체인 금강, 아이엠 등 특수관계자로부터 벌어들인 매출을 모두 합치면 그 비중은 81%로 늘어난다. 심지어 디엠아이는 2017년 매출 171억 원 중 99%에 달하는 170억 원이 다스로부터 발생한 매출이다.
지난해 3월, 이명박 전 대통령의 구속영장이 발부되자 아들 이시형 씨가 눈물을 흘리고 있다. 사진=임준선 기자
2017년 중순부터 다온과 디엠아이의 대표이사는 홍 아무개 씨, 감사는 김진 전 다스 총괄부사장이 맡았다. 김 전 총괄부사장은 에스엠 대표이사도 맡고 있다. 그러나 지난해 12월, 홍 대표와 김진 감사가 돌연 사임하고 이 아무개 씨가 두 회사의 새로운 대표이사에 취임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신임 대표의 구체적인 약력은 파악되지 않는다. 그의 거주지가 경주시인 것으로 보아 다스와 연관이 있을 수 있다는 추측만 있다. 다온과 디엠아이에 관련 내용을 질의했으나 “잘 모르겠다”는 답변만 받았다.
두 회사의 경영진 교체를 놓고 이시형 씨가 독립 경영에 나선다는 분석도 있다. 이상은 회장 측은 에스엠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지 않아 이 회장의 의중이 반영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시형 씨가 아예 에스엠 관련 업무에서 떠났을 수도 있지만 두 회사의 대표가 같은 인물로 취임한 것으로 보아 여전히 두 회사는 에스엠 주도하에 움직이는 것으로 추정된다.
한편 에스엠은 2017년까지 실적 상승을 이어왔다. 에스엠의 별도 매출은 2015년 42억 원, 2016년 58억 원, 2017년 70억 원으로 상승했다. 또 2016년 영업손실 6100만 원을 거뒀지만 2017년 3억 2500만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해 흑자전환했다. 2018년 실적은 확인되지 않지만 최근 원청업체인 다스에 여러 악재가 겹쳤기에 좋은 실적은 거두지 못했을 것으로 보인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
이상은 회장 아들 이동형, 다스 후계자 ‘부상’ 내막 지난해 7월, 강경호 전 다스 대표가 사임한 후 그 후임 대표로 송현섭 전 현대자동차 부사장이 취임했다. 송현섭 대표는 현대자동차 전주공장 공장장 출신으로 2010년 6월 현대자동차를 퇴사했다. 송 대표는 올해 신년사에서 “글로벌 자동차 수요 둔화에 대한 대책마련은 물론 먼 미래의 이야기처럼 보였던 자율운행 차량시대에도 당장 대비해야 한다”며 “수주활동에서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고 내부적으로는 연구개발, 생산성, 품질향상에 기여해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현대자동차 임원 출신이 다스 대표로 취임하는 게 이상한 일은 아니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자동차 관련 협력사에서는 현대자동차 출신 임원들을 선호한다”며 “현대자동차의 노하우를 본인들 회사에 접목시키기 위해 영입하는 경우는 흔하다”고 전했다. 그러나 송 대표의 행보를 살펴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송 대표는 2009년 말까지 현대자동차 인도법인(HMI)에서 공장장을 맡았다. 공교롭게도 같은 시기 이상은 다스 회장의 아들인 이동형 다스 부사장은 다스 인도 법인을 총괄하면서 송 대표와 친분을 맺은 것으로 전해진다. 현재 다스의 사내이사는 이상은 다스 회장과 송현섭 대표, 이동형 부사장 세 명이다. 이사회 구성원 전원이 이동형 부사장과 가까운 사람들로 채워진 것이다. 이시형 씨가 아닌 이동형 부사장이 다스 후계자로 유력해 보이는 이유다. 박형민 기자 |
이명박 전 대통령 재판, 시작부터 삐끗 올해 1월 2일, 이명박 전 대통령이 항소심 재판에 첫 출석했다. 이 전 대통령은 다스 자금 약 350억 원을 횡령하고 110억 원의 뇌물을 수수한 혐의 등으로 지난해 4월 구속, 1심에서 징역 15년과 벌금 130억 원을 선고받았다. 당초 법원은 삼성 뇌물 혐의와 관련해 이학수 전 삼성그룹 부회장을 9일 증인으로 부를 예정이었다. 지난해 말, 법원은 이 전 부회장의 주소지로 증인 소환장을 보냈지만 폐문부재 중으로 확인됐다. 재판 전날인 8일에는 집행관이 직접 찾아갔지만 역시 폐문부재로 소환장을 전달하지 못했다. 이 전 대통령은 다스가 BBK 투자금 반환을 위해 미국에서 진행하던 소송비용을 삼성으로부터 대납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이와 관련한 핵심 진술이 이학수 전 부회장 측에서 나온 것으로 전해진다. 이 전 부회장이 법원에 출석하지 않자 이 전 대통령 측은 구인절차를 요청했지만 법원은 추후 기일을 다시 정하기로 했다. 삼성의 다스 소송비 대납 비용은 67억 원으로 이 전 대통령이 수수한 뇌물 110억 원 중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삼성 뇌물 혐의가 무죄로 나오면 이 전 대통령의 형량에도 크게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러나 이학수 전 부회장이 잠적에 들어가면서 재판 진행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박형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