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6개월 만에 매출 900억…CJ와 수익 나눠야 하는 데다 소속사 제각각, 계약관계 다 달라 ‘동행’ 어려워
# 900억 원, 최단 기간 최대 매출
워너원이 1년 6개월 동안 올린 총 매출액은 약 900억 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매월 50억 원, 멤버 당 88억 원 정도의 매출을 올린 셈이다. 통상 신인 보이그룹은 최소 3년 정도는 지나야 그동안 투입된 원금을 회수하고 수익을 낼 수 있다. 하지만 ‘프로듀스 101’을 통해 이미 엄청난 팬덤이 형성된 워너원은 출발과 동시에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됐다.
‘제32회 골든디스크 음원부문’ 시상식에서 백스테이지에서 포토타임을 갖고 있는 워너원. 특별취재단 (일간스포츠 제공)
가장 두드러진 매출 항목은 앨범 판매다. 가온차트에 따르면 워너원의 데뷔 앨범 ‘1X1=1(TO BE ONE)’의 누적 판매량은 약 80만 장, 리패키지 앨범 ‘1-1=0(NOTHING WITHOUT YOU)’는 70만 장에 육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3월 발매한 ‘0+1=1(I PROMISE YOU)’ 역시 상반기까지 82만 장이 넘게 팔렸고, 6월 발매한 ‘1÷x=1(UNDIVIDED)’의 판매량도 같은 기간 63만 장이 넘는다. 여기에 지난해 11월 발매한 정규앨범 ‘1¹¹=1(POWER OF DESTINY)’까지 더하면 그들의 총 앨범판매량은 400만 장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된다. 앨범 한 장의 가격을 1만 5000원으로 잡는다면 이 매출액만 무려 600억 원이다.
게다가 워너원은 각종 CF를 비롯해 대규모 콘서트를 매번 매진시켰다. 미국, 호주, 대만, 홍콩,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을 도는 월드투어 역시 매진의 연속이었다. 이 과정에서 워너원 멤버들의 MD(머천다이징)도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갔다. 이런 매출을 다 더하면 900억 원을 웃돌 것이라고 업계 관계자들은 주판알을 튕기고 있다.
# 왜 함께할 수 없나?
워너원의 계약 종료를 앞두고 많은 설들이 오갔다. 예정대로 그룹 활동을 마칠 수밖에 없다는 의견부터, 이 엄청난 매출을 포기하고 쉽게 그룹을 해체할 수 없을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각 멤버들의 인기도 대단하지만 이들이 한데 뭉쳤을 때 발생되는 시너지 효과를 넘을 수 없다는 것은 모두가 알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워너원은 각자의 길을 선택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각자의 이해관계가 너무 다르기 때문이다. 멤버 11명의 의견을 모으는 것은 상대적으로 수월할 수도 있지만, 그들은 대다수 각기 다른 회사에 속해 있다. 이런 회사들의 의견을 모아 한 목소리를 내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워너원을 둘러싼 권리는 ‘프로듀스 101’을 만든 CJ ENM이 25%, 매니지먼트를 맡은 YMC엔터테인먼트가 25%를 각각 보유하고 있고, 각 멤버와 소속사들이 나머지 50%인 것으로 알려졌다. 멤버와 소속사들은 이 50%를 내부 계약에 따라 5:5 혹은 6:4 정도로 정산한다.
한 가요계 관계자는 “워너원이라는 그룹의 상표권과 이에 따른 권리는 사실상 CJ ENM으로 귀속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워너원으로 활동하기 위해서는 CJ ENM에도 일정 수익을 계속 나눠줘야 하는데 이를 감수하겠다는 멤버는 많지 않을 것”이라며 “또한 더 이상 공통된 계약 관계에 묶여 있지 않은 11명이 같은 방향성을 갖고 활동한다는 것은 사실상 어렵다”고 말했다.
‘2017 KBS 가요대축제’ 레드카펫 행사 당시의 워너원. 박정훈 기자
# 향후 워너원 멤버들은 어떻게 되나?
팬들은 워너원 멤버 11명의 일거수일투족에 엄청난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몇몇 멤버들은 이미 활동 방향이 정해졌지만 아직 고민 중인 멤버가 적지 않다.
일단 원래 그룹의 멤버로 활동하던 황민현과 하성운, 이대휘, 박우진 등은 본궤도로 돌아갈 것으로 예상된다. 황민현과 하성운은 각각 뉴이스트, 핫샷의 멤버로서 각 그룹을 중추적으로 이끌 가능성이 크고, 브랜뉴뮤직에서 한솥밥을 먹고 있는 이대휘와 박우진은 가칭 브랜뉴보이즈로 데뷔할 것으로 관측된다.
윤지성은 오는 2월 22일부터 서울 블루스퀘어 인터파크홀에서 공연되는 뮤지컬 ‘그날들’에 캐스팅됐다. 또 다른 멤버 하성운의 소속사 스타크루이엔티 측은 “워너원 활동을 마치고 자사로 복귀하는 하성운이 2월 말 미니앨범을 발표하고 솔로 활동을 펼칠 예정”이라고 밝혔다. 옹성우는 종합편성채널 JTBC에 편성 예정된 드라마 ‘열여덟’의 주인공을 맡고, 중국인 멤버 라이관린은 중국에서 연기 활동을 시작한다.
워너원에서 가장 강력한 팬덤을 자랑하는 강다니엘은 아직 구체적인 청사진이 나오지 않았다. 몇몇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남다른 끼를 발휘한 적이 있지만 그는 아직 가수 혹은 배우로서 분명한 로드맵을 제시하지 않았다. 이는 역시 막강한 팬덤을 갖춘 박지훈도 마찬가지다. 또 다른 가요계 관계자는 “워너원은 엄청난 팬덤을 자랑하는 그룹이었던 만큼, 개별 활동을 시작하는 그들의 일거수일투족은 2019년 내내 가요계를 뜨겁게 달굴 것”이라며 “그들의 행보 하나하나가 가요계에 미치는 영향력도 엄청나기 때문에 다른 소속사와 가수들의 눈치 보기 역시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소리 대중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