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운동연합, 입법취지 훼손 우려 지적.. “변경허가 신청해도 즉시 폐기되는 문제 발생한다”
23일 법원은 법제처의 유권해석과 달리 법령상 지하수 증산에 대한 변경허가신청을 반려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제주지방법원 제1행정부(김진영 부장판사)는 한국공항(주)이 제주도를 상대로 제기한 지하수 개발·이용 변경허가신청 반려처분 취소 소송에서 23일 원고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제주도가 제시한 반려처분 사유는 법적 근거가 없어 부당해 위법하다”며 “지하수에 대한 변경허가 신청 자체는 가능하다”고 밝혔다.
한진그룹 측은 2017년 4월 국제선 이용객의 증가로 공급량이 부족하다며 제주도를 상대로 1일 지하수 취수허가량을 100t에서 150t으로 늘려달라고 요구했다.
이에 제주도는 2017년 12월 “제주특별법상 지하수 개발·이용 변경허가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는 법제처의 유권해석을 근거로 사업자 측의 지하수 개발·이용 변경허가신청을 반려했다.
당시 법제처는 제주도특별법이 지방공기업을 제외하고 먹는샘물을 제조‧판매하기 위한 지하수 개발‧이용을 원칙적으로 금지한 점으로 볼 때 한진그룹의 먹는샘물 증산을 위한 변경 허가는 입법취지를 훼손할 우려가 있어 부당하다고 판단했다.
또한 한진그룹의 지하수 개발이 2006년 제주특별법 제정 전에 허가된 점과 관련해 부칙의 경과조치에 따라 기존 영업권을 잠정적으로 보호하는 차원에서 이미 확정된 허가범위에 한정해 먹는샘물 제조‧판매업을 예외적으로 허용해 준 취지일 뿐이라며 입법취지를 훼손하지 않아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제주환경운동연합은 23일 “한진 지하수 증산 관련 판결 결과 유감”이라는 제목의 긴급 논평을 발표했다.
논평에서 “법원은 법제처의 유권해석과 달리 법령상 변경 허가신청을 반려할 수 있는 법적 근거는 없다고 판단하며 반려 신청도 자의적인 법령 해석이라며 한진 측의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이번 결정에는 많은 의구심이 따른다”고 밝혔다.
이어 “제주특별법의 부칙은 허가 당시 범위에 한정해 허용하는 것이지 기존 허가범위를 넘어 변경허가까지 허용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 법제처의 해석”이라고 지적했다.
환경운동연합은 “지하수를 증산하는 변경허가까지 가능하다고 해석한다면 제주도가 설립한 지방공기업을 제외하고는 먹는샘물의 제조·판매를 금지한 입법취지를 훼손할 우려가 있다”면서 “결국 변경허가신청을 하더라도 이를 허가해줄 어떠한 법적근거가 없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법원의 판단을 인정해 변경허가신청을 할 수 있다 하더라도 신청하는 즉시 폐기되는 아이러니가 발생할 뿐”이라면서 “과연 이와 같은 법리 충돌을 제주도가 제대로 설명했는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이어 “제주도는 즉각 항소하고 보다 철저한 준비로 재판에 임해야 한다”며 “엄정하고 철저하게 재판대응에 나서 줄 것을 요구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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