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승민·나승엽 맹타에도 신뢰 회복은 과제…김태형 감독 “결국 잘해서 보답해야”

롯데는 '봄데'라는 불명예스러운 별칭이 있다. 시즌 초반 분발하며 팬들의 기대감을 끌어올렸다가도 여름이 시작되면 무너진다는 의미다. 특히 지난 시즌 롯데는 시즌 초반과 후반 격차가 컸다. 전반기까지 3위를 달리다 결국 7위로 시즌을 마무리했다. 8년 연속 포스트시즌 탈락이라는 기록을 이어가게 됐다.
올 시즌도 '초반 반짝'은 이어지는 듯했다. 시즌 준비 과정에서 논란이 있었으나 시범경기는 선전했다. 12경기 8승 2무 2패로 1위에 오른 것이다.
하지만 뚜껑을 연 정규시즌에서 롯데는 곧장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개막 2연승 이후 내리 7연패를 당하며 하위권으로 떨어졌다. 한 차례 떨어진 순위는 좀처럼 중위권으로도 진입하지 못하고 있다.
롯데 부진의 원인으로는 무딘 타선이 지목받고 있다. 마운드는 비교적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다. 팀 평균자책점, WHIP(이닝당 출루 허용률) 등 마운드 관련 지표에서는 리그 중위권 이상 순위에 올라 있다. 특히 로드리게스-비슬리-박세웅-나균안-김진욱으로 이어지는 선발 5인 로테이션이 안정적이다. 선발 투수의 퀄리티 스타트 기록은 10개 구단 중 두 번째(17회)로 많다(5월 14일 기준).
다만 17경기에서 선발이 6이닝 동안 3자책점 이하를 기록했음에도 롯데의 정규리그 승수는 15경기에 불과하다. 타선에서 마운드를 지원해 주지 못한 경우가 많았다. 롯데는 각종 타격 지표에서 리그 하위권을 맴돌고 있다. 장타가 부족한 상황은 '소총 부대'로 불리는 이들에게 어느 정도 예견된 상황이지만 현재 팀의 타율 자체가 저조하다.
#돌아온 탕아
이 가운데 원정 도박 4인방 중 야수 3인이 징계를 마치고 돌아왔다. 앞서 고승민, 김세민, 나승엽은 KBO 상벌위원회에서 30경기 출장 정지 징계를 받은 바 있다. 김동혁은 문제의 장소에 3회 방문해 50경기에 나설 수 없게 됐으나 이들 3인은 1회만 방문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징계를 마친 고승민과 김세민, 나승엽은 곧장 1군에 합류했다. 부진을 거듭하던 팀으로선 변화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1군 합류 첫날 기자회견을 가졌고 그라운드에서도 나란히 서서 고개를 숙였다. 이후 이들은 첫날부터 모두 경기에 출전했다. 고승민은 6번 타자이자 2루수로 선발 출전했고 나승엽, 김세민은 교체로 그라운드를 밟았다.
이전부터 주축 전력으로 활약하던 고승민과 나승엽은 롯데 구단이 따가운 눈초리를 무릅쓰고 징계 해제와 동시에 1군으로 끌어올린 이유를 증명했다. 복귀 첫 타석부터 각각 안타를 뽑아냈다. 고승민은 2타수 1안타 1타점 1득점, 나승엽은 2타수 2안타 1타점을 기록했다. 경기 막판 대타로 나선 김세민도 볼넷을 골라내 출루에 성공했다.
이후로도 활동 기간이 길지는 않으나 호성적은 유지되고 있다. 고승민은 7경기에 나서 29타수 11안타 1홈런 7타점 타율 0.379를 기록 중이다. 나승엽은 예비군 훈련 일정으로 출전 경기가 적다. 5경기 18타수 7안타 1홈런 5타점 타율 0.389를 기록하고 있다. 복귀 첫 경기에서 각각 6번 타자와 대타로 나섰던 이들은 곧장 선발 라인업의 상위 타선 한 자리씩을 꿰찼다.

고승민과 나승엽의 복귀가 의미 있는 이유는 단순한 타율 보강에 그치지 않는다. 고승민은 2루 수비와 상위 타선을 동시에 맡을 수 있는 자원이다. 나승엽은 롯데에 부족했던 장타력을 보완할 수 있는 좌타 카드다. 장타 생산과 출루가 동시에 막히던 롯데 타선 입장에서는 두 선수의 합류만으로도 라인업 운용 폭이 넓어졌다.
다만 복귀 초반 좋은 성적만으로 논란을 완전히 해소하기는 어렵다. 바닥으로 떨어진 팀 성적을 끌어올리는 것이 급선무다. 물의를 일으켰고 징계까지 받은 만큼 이들은 개인의 성적뿐 아니라 팀의 성적까지 끌어올려야 하는 상황이다.
이번 시즌 롯데의 팀 분위기는 저조했다. 아쉬운 성적에도 롯데 구단은 지난 스토브리그에서 이렇다 할 보강에 나서지 않았다. 기대치가 높지 않은 상황에서 4인방의 일탈로 팀 분위기는 최악이 됐다. 설상가상으로 성적마저 떨어져 팬들은 기대감을 접었다. 고승민, 나승엽 등은 현재의 호조를 이어가며 팀 분위기를 끌어올려야 한다.
이들의 복귀 이후 롯데는 7경기에서 4승 3패를 기록했다. 고승민과 나승엽이 분명 팀 평균(타율 0.254)보다 높은 타격 성적을 내고 있으나 팀이 드라마틱한 상승 곡선을 그리지는 못하고 있다.
더 무거운 짐을 지고 있는 이들이다. KBO로부터 출장 정지 징계를 받은 이들에게 구단은 별다른 추가 징계를 내리지 않았다. 대표이사와 단장, 프런트 매니저가 징계를 받았다. 현 상황은 이들에게 기회가 될 수 있다.
가진 기량은 충분히 전력에 보탬이 될 수 있는 자원으로 평가받는다. 신뢰 회복을 위해선 실력 이상의 영향력을 보여야 한다. 실력에 더해 자세까지 솔선수범이 필요하다. 싸늘한 '팬심' 역시 극복해야 할 대상이다. 이들의 복귀에 대해 사령탑 김태형 감독은 "죄송한 마음을 갖는 것은 당연하다. 결국 잘해서 보답해야 한다"는 말을 남겼다. 고승민은 "늦게 합류한 만큼 두 배, 세 배로 열심히 해서 롯데가 좋은 순위에 올라갈 수 있으면 좋겠다"고 다짐했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