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장 우려낸 진한 육수 사용…‘국물 맛 살아있네!’
[일요신문] 술 좋아하는 사람들이 중요하게 여기는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안주, 다른 하나는 해장이다. 좋은 안주가 술을 수월하게 마실 수 있게 돕는 것처럼 좋은 해장은 술을 마실 수 있는 몸을 만드는 걸 돕는다.
양평해장국은 고추기름 등으로 얼큰하게 만든 국물에 선지와 내장, 콩나물 등을 넣어 끓인 해장국이다. 조선시대 한우가 유명하던 양평 지역에서 유래했다. 양평해장국을 파는 식당은 어디든 소 양(첫번째 위)과 선지를 공통적으로 사용한다. 외관상으론 고추기름을 넣는 것만 제외하면 종로 청진옥 해장국과 비슷하다.
청진옥의 해장국이 고추기름 없이 맑고 깨끗한 맛이라면 나인식양평해장국의 맛은 와일드하고 농밀하다. 국물의 두께라고 표현해야 할까, 밀도에서 힘이 느껴진다. 전날 과음으로 정신을 못 차리다가도 이 국물을 마시는 사이 위가 차분해지고 부은 장이 가라앉는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진한 육수에 대해 나인식 사장은 내장을 삶은 물을 육수로 사용한다고 귀띔했다. 다른 식당들은 맑고 깨끗한 육수를 내려 내장 삶은 물을 버리는 경우가 있는데 나 사장은 깊은 맛을 택했다.
대표 메뉴인 해장국은 진한 해장국 육수에 고소한 양(소의 첫 번째 위)과 선지, 콩나물과 우거지, 대파가 뚝배기에 듬뿍 담겨 식탁까지 펄펄 끓으며 나온다. 처음엔 뜨겁지만 잘 불어가며 떠먹으면 식도를 타고 위장으로 넘어가는 순간 숙취가 사라지는 느낌을 받는다.
특히 양과 선지의 선도가 좋다. 다양한 메뉴와 선지해장국을 함께 취급하는 식당이나 너무 저렴한 프랜차이즈 해장국집에선 더러 오래 보관한 선지를 내는 경우가 있지만, 이곳은 선지를 처음 먹는 사람에게 권해도 좋을 정도다. 재료의 빠른 회전이 담보되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메뉴는 해내탕이다. ‘해장’국 육수에 ‘내장’을 넣어 해내탕이라 부른다. 내장은 양, 소창, 대창, 홍창, 막창, 애기집이 들어간다. 해장국보다 국물이 진하고 고소하며, 부속의 각기 다른 맛이 별미다. 국물을 마시고 내장을 하나씩 골라 먹다보면 저절로 술 생각이 나서 해장하러 왔다가 다시 술을 주문하는 불상사가 일어난다.
내장 각 부위별 식감도 상당히 괜찮다. 사장에게 물어보니 내장마다 익히는 순서와 시간이 다르단다. 한번에 삶아내면 쪼그라들거나 질겨지기 때문에 내장 특성에 맞게 순차적으로 삶아낸다. 소곱창, 막창 등 내장 좋아하는 사람에겐 이만한 음식이 없다.
해장국, 해내탕의 주재료인 소 내장과 선지는 국내산, 소고기 국밥이나 뚝배기 불고기에 쓰는 소고기는 수입산이다. 해장국, 해내탕을 제외한 다른 메뉴는 먹어보지 않아 평가하지 않는다.
24시간 영업이지만 일요일 저녁 10시에서 월요일 아침 8시까지는 잠깐 문을 닫는다.
김창의 기자 ilyo22@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