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우건설산업 ‘라피에스타 양산’이 거센 논란에 봉착한 내막

분양대금 지불 만기시점 두고 입장 엇갈리고 부실시공 의혹까지

[일요신문] 초토화된 양산 증산신도시의 상권을 활성화할 마중물이 될 것으로 기대를 받는 라피에스타 양산이 개장을 즈음해 거센 논란에 휩싸였다. 분양대금 지불 만기시점을 두고 시행사와 계약자 간의 입장이 서로 엇갈린 데다, 부실시공 의혹까지 불거졌다. 
 

라피에스타 양산 상가계약자들의 시위 모습.

논란은 라피에스타 양산이 준공인가를 받은 지난해 12월 21일경에 상가 분양계약자들에게 ‘입주안내문’이 전달된 것이 발단이 됐다. 안내문에는 입주기간을 임시사용허가일인 2018년 11월 6일부터 84일 후인 2019년 1월 28일까지로 지정하고, 1월 말까지 분양대금을 지불하라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분양계약자들 대부분은 이 같은 시행사의 통보를 받아들이기가 힘들었다. 정부의 부동산 대출규제 및 부동산 경기 침체 등으로 상가 가치가 하락해 대출도 힘든 상황에서 당장 1월 말까지 분양대금을 마련하기가 어렵기 때문이었다. 이에 분양계약자 150여 명은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를 구성하고 시공사인 (주)정우건설산업과 시행사인 제이엔씨파트너스를 상대로 강경 투쟁에 들어갔다.

비대위 측은 먼저 입주기간 개시일을 문제로 지적했다. 비대위 관계자는 “입주 개시일은 한 달 전에 통보하는 게 일반적이다. 안내문대로 2018년 11월 6일이 입주기간 개시일이 되려면 한 달 전인 10월 5일에 통보했어야만 한다”고 말했다. 시행사 측이 2018년 12월 21일에 통보했으니 입주기간은 1월 21일부터 4월 14일까지가 돼야 하며 분양대금도 이 일정에 따라 납부해야 한다는 것이 계약자들의 입장이다.

정우건설산업이 공사에 늑장을 부리는 동안 대출환경이 변한 것도 비대위 측으로서는 커다란 불만이다. 비대위 관계자는 “예정대로 2018년 3월에 준공됐다면 분양 당시 시행사 측의 설명대로 분양가의 약 60~70% 대출이 가능했겠지만, 현재는 대출규제로 인해 대출가능금액이 분양가의 약 30~40%밖에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논란에 횝싸인 라피에스타 양산 전경.

비대위는 계약 당시 시행사가 약속한 모든 호실의 임대를 책임지기로 한 ‘임대케어’도 제대로 이행되지 않는다고 울분을 표했다. 비대위 측의 박 아무개 임원은 “분양 당시 임대전문업체를 두어 입주 전까지 모든 호실의 임대를 책임지기로 했으나, 현재까지 임대율은 3%에도 미치지 못한다”며 “잔금 지급 이전에 책임임대를 약속하고, 만약 잔금 기일까지 임대를 못 맞출 경우 회사가 지정한 임대료 산정기준을 적용해 분양가의 월 5%를 5년간 보상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양산시가 임시사용허가를 2018년 11월 6일에 내준 것에 대해서도 불만이 높다. 비대위 관계자는 “영화관과 은행 때문에 시가 사용가승인을 급히 내주면서 모든 게 꼬였다. 일반 계약자들의 어려운 현실을 외면했다”고 밝혔다.

비대위는 위와 같은 내용을 요약한 진정서를 지난 1월 7일 양산시와 양산시의회에 제출했고, 12일에는 라피에스타 상가 앞에 100여 명이 모여 시위도 벌였다.

시위와 논란이 이어지자 시행사 측에서 절충안을 제시했다. 잔금 마감일을 기존에 통보한대로 1월 말까지로 하되 2개월 유예기간을 두고, 이 기간에 발생하는 대출이자에 대해 자신들이 1.5%를 부담키로 한 것이다.

하지만 이 역시도 비대위 측을 만족시키기는 어려웠다. 시행사 측이 부담키로 한 1.5%를 제외한 나머지 5.5%가 넘는 이자를 자신들이 물어야만 하는 까닭에서다.

이후 비대위와 시행사 측은 1월 29일에는 양산시청 건축과장과, 30일에는 김일권 양산시장과 잇달아 삼자 회동을 가졌으나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이미 양산시는 이번 논란이 당사자 간의 분쟁이라 시가 개입할 권한이 별로 없다는 입장을 여러 채널을 통해 나타냈다. 비대위 관계자는 “시에서 지나치게 원론적으로 이 문제를 바라보는 것 같다. 이래서는 해결이 힘들다”고 말했다.
 

라피에스타 양산 벽면에 심하게 금이 간 모습.

그런 가운데 부실시공 의혹마저 불거져 또 다른 논란거리가 되고 있다. 취재 과정에서 추가 제보를 통해 전해진 ‘라피에스타 양산’의 부실시공 관련 문제는 누수, 배기닥트 미비, 유리 파손, 주차장 헤드 개수 초과, 바닥 배수구 불량, 열선코드 콘센트 미설치 등 이루 헤아리기 힘들 정도로 종류가 다양했다. 벽면에 심하게 금이 간 곳을 찾는 것도 어렵지 않았다.

한편 인천에 본사를 둔 (주)정우건설산업은 지난해 하도급과 관련해 몇 차례 구설수에 올랐다. 지난해 5월에는 하도급대금 미지급 행위로 인천시청으로부터 2개월 영업정지 처분을 받았으며, 12월에는 이안라온파미에 건설에 참여한 협력업체들이 불공정 피해를 호소했다. 본보는 정우건설산업 측에 이번 ‘라피에스타 양산’ 논란과 관련한 입장을 물었으나 5일 현재까지 아무런 답변을 듣지 못했다.

하용성 기자 [e-mail]   

*해당 기사는 지난 5일 기준으로 작성된 것임을 알려드립니다. 7일 현재 시행사와 비대위 측이 분양대금 등의 문제에 합의를 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본보는 부실시공 건을 추가 취재로 보도할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