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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D램 생산중단설로 또 한번 폭풍에 휩싸였던 하 이닉스 | ||
지난 7월12일 오후 세계 반도체업계에서는 일대 소동이 벌어졌다. ‘하이닉스가 반도체 D램 생산라인을 폐쇄키로 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때문이었다.
삼성전자, 마이크론테크놀리지, 인피트론 등 경쟁업체들은 정보라인을 풀가동해 상황파악에 나섰고, 대만의 반도체 생산업체들은 내심 ‘사실’이길 기원했다.
이 소식으로 국제 반도체 현물시장에서는 128메가 D램 값이 순식간에 3%나 올랐고, 중국 내 일부 큰손들은 갑자기 대규모 D램 물량주문을 내 반도체 가격 상승을 부채질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 얘기는 이튿날인 13일 오전 하이닉스가 공식적으로 “사실무근”임을 발표, 일단 해프닝성 루머로 드러났다. 물론 루머로 판명되자 세계 반도체 생산업체들은 희비가 엇갈린 표정을 지었다.
하이닉스의 D램 생산라인 폐쇄설에 세계 반도체업계가 떠들썩했던 이유는 세계 1위의 D램업체인 하이닉스가 생산을 중단할 경우 경쟁사들로서는 최대의 호재가 아닐 수 없기 때문이었다.
반도체 전문 조사기관인 데이타퀘스트의 발표에 의하면 하이닉스의 세계시장 점유율은 21%. 삼성전자와 마이크론이 18%, 13%임을 감안하면 하이닉스의 시장지배력은 엄청난 수준이다.
이런 하이닉스가 반도체 생산을 중단하면 당연히 반도체 값이 폭등, 그동안 반도체 값이 원가 이하로 떨어져 깊은 수렁에 빠져 경영난에 직면한 경쟁사들로서는 돈방석에 앉게 되는 것이다. 그러니 경쟁사들로서는 이번 해프닝이 여간 섭섭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면 이같은 해프닝이 벌어진 배경은 무엇일까.
이 루머가 처음 유포된 곳은 지난 7월12일 대만 반도체시장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대만시장에서 나돈 루머 내용은 ‘하이닉스가 조만간 D램 생산라인 두 곳을 폐쇄한다’는 것. 폐쇄대상 라인은 현물가격이 원가를 밑도는 64메가, 또는 128메가 일부가 포함됐다는 그럴싸한 내용이었다.
한국시장이 아닌 대만시장에서 이같은 루머가 나돈 것은 대만의 경우 세계적으로 반도체 현물거래가 가장 활발하게 이뤄지는 곳으로, D램 국제가격이 대부분 이곳에서 형성되고 있어 시장정보가 많이 나돌기 때문으로 보인다.
또다른 이유는 경기침체의 장기화로 고사 직전에 놓인 대만 업체들의 상황과 무관치 않다는 게 업계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대부분 중소기업 수준인 대만 업체들은 90년대 후반부터 하이닉스, 삼성전자, 마이크론, 인피트론 등 세계적인 업체들이 대량 생산에 나선 데다, PC경기 침체로 가격이 폭락하고 재고가 쌓이면서 70% 이상이 부도 직전에 놓여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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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상호 하이닉스 사장 | ||
이번 루머를 퍼트린 범인으로 세계반도체 전문가들이 대만의 중소업체인 ‘난야’를 지목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난야의 경우 과거에도 반도체 값을 올리기 위해 이와 비슷한 루머를 퍼트린 전력도 있다는 것.
어쨌든 이번 사건은 공식적으론 해프닝으로 일단락되긴 했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상당한 근거를 가지고 있다’고 평가할 정도여서 여전히 세계 반도체 업계의 시선을 집중시키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루머의 배경을 하이닉스가 지난해 말 수익성이 낮은 이천공장 3, 4라인을 폐쇄한 사실이 뒤늦게 와전된 것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면서도 전문가들은 하이닉스 내부에서 수익성이 없는 라인가동을 중단하는 극비결정이 내려졌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조심스런 반응도 내비치고 있다.
실제 하이닉스는 유동성 위기에 직면한 지난 99년 초부터 사실상 기술개발이나 라인투자 등이 중단되면서 핵심 상품인 128메가 D램 생산량이 예전의 절반에도 못미치는 월 5천만 개 생산에 그치는 등 사업축소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반도체사업의 특성상 기술개발이나 라인신증설, 혹은 라인개편이 1년단위로 지속되지 않을 경우 투자가 중단된 지 3년 안에 경쟁에서 탈락하고 만다. 삼성전자나 마이크론 등 세계적인 업체들도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매년 2조원대 이상의 추가 투자에 나서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하이닉스의 경우 3년동안 추가 투자가 이뤄지지 않은 데다, 매각설이 끝없이 나도는 등 경영마저 불안한 상황에 놓이다 보니 기술개발은커녕 라인개편조차 이뤄지지 않아 수율(불량률)이 높아져 설상가상의 처지에 놓여 있다는 게 업계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또다른 근거는 올 초 중단된 매각협상이 최근 다시 수면위로 부상한 부분과 연관이 있지 않느냐는 분석. 인수조건상의 차이로 중단된 매각협상이 재개될 경우 마이크론이 제시한 하이닉스의 D램라인 조정안이 받아들여질 것이란 전망도 업계 안팎에서 제기되고 있다. 이 부분에 대해 하이닉스나 마이크론은 “100%의 가능성을 가진 동시에 100% 가능성이 없는 추측”이라고 말했다.
이번 하이닉스 라인폐쇄설은 세계 반도체시장의 장기적 침체와 최악의 상황으로 끝없이 추락하고 있는 하이닉스의 경영현실 등이 복합적으로 뒤얽혀져 만들어낸 씁쓸한 해프닝인 것만은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