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갈등에서 노조간 노노갈등 양상으로 비화…파리크라상 “합의 내용 충실히 이행 중”
지난 1월 31일,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파리바게뜨지회(화섬노조 파리바게뜨지회·위원장 임종린)는 사측이 약속을 이행하지 않았다며 SPC그룹 본사 앞에서 천막농성에 돌입했다. 화섬노조 측은 △본사 직원과의 3년 내 동일임금 △사원의 근로계약서 작성 △부당노동행위자에 대한 징계 △근로자지위소송 취하에 따른 법률소송비 지급 △노사 간담회 및 협의체 운영 등이 지켜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제빵기사 측과 파리크라상 측의 갈등은 일단락되는 듯했지만 1년이 지난 현재도 갈등은 이어지고 있다. 사진=최준필 기자
‘일요신문’은 지난 3일 화섬노조의 천막농성 현장을 방문했다. 설 명절 직전임에도 불구하고 4~5명의 조합원이 천막 안에서 농성을 하고 있었다. 이들은 “회사 측이 대화에 응하지 않고 공문을 보내도 답이 없다”고 토로했다.
노조 관계자는 “과거 보너스를 700% 가량 받았는데 현재는 300% 수준으로 줄었고, 나머지 400%를 기본급에 포함시켜 결국 받는 돈은 과거와 같아 이대로라면 3년 내 동일임금은 불가능해 보인다”고 주장했다. 또한 이 관계자는 “우리가 회사를 상대로 걸었던 소송을 취하하면 위로금을 지급하겠다고 약속해 지난해 10월 취하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지만 회사는 아무런 답변이 없다”고 전했다.
노조 측의 이러한 주장에 대해 파리크라상 측은 억울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파리크라상 관계자는 “지난해 초 체결한 사회적 합의 내용을 충실히 이행 중이다”라며 “합의서에는 사회적 합의를 체결하면 노조가 즉각 소송을 취하한다는 내용이 있고, 신규 근로계약서도 작성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갈등의 중심에는 PB파트너즈의 복수 노조 형태가 자리하고 있다. PB파트너즈 내에는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중부지역 공공산업노동조합 소속 노조,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전국식품산업노동조합연맹(식품노련) 소속 노조, 화섬노조 소속 노조 등 3가지 노조가 있다. 한국노총 계열 노조 소속 조합원은 1700여 명, 민주노총 계열인 화섬노조 소속 조합원은 1100여 명 수준으로 알려졌다. 파리크라상은 식품노련과 교섭을 진행하고 있고, 화섬노조와는 교섭을 하고 있지 않다.
민주노총 계열과 한국노총 계열 간의 노노갈등은 이미 지난해 말 공개적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12월 식품노련은 성명을 통해 “그간 화섬노조 측은 모든 노동운동을 자신들이 다하는 것처럼 착각하고 우리를 기업노조라고 비하했다”며 “심지어 노조법 절차에 근거해 쟁취한 단체교섭의 대표성마저 부정했다”고 밝혔다.
반면 화섬노조 관계자는 “식품노련 내부에 사측 인사가 다수 있다”고 비판했다. 화섬노조 측에 따르면 2018년에는 각 노조별로 개별교섭을 진행하고 2019년부터 대표 노조가 교섭하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지난해 5월 식품노련 측이 돌연 개별교섭을 반대했고, 공동교섭 체제로 전환했다. 관련 입장을 들어보고자 식품노련에 연락을 취했지만 전화를 받은 식품노련 관계자는 “담당자에게 전달 후 연락주겠다”고만 하고 연락을 하지 않았다.
화섬노조가 SPC 본사 앞에서 천막농성을 벌이는 모습. 사진=박형민 기자
파리크라상은 식품노련과의 교섭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파리크라상 관계자는 “PB파트너즈가 관련법에 따라 교섭청구를 단일화 할 수 있는 절차를 이행했다”며 “사회적 책임감을 느끼면서 지금도 대화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지난해 화섬노조는 식품노련 설립 무효소송을 제기했지만 중도에 취하했다. 식품노련도 지난해 성명에서 “(화섬노조가) 입증 시간이 부족해서 소송을 공식 취하한다고 했는데 이것은 자신들이 주장한 내용을 입증할 수 없다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처럼 양 측의 주장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만큼 단기간 내 갈등이 해결될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그러는 동안 화섬노조 소속 조합원들은 고향에 내려가는 대신 천막에서 설 연휴를 보내면서 절박한 심정을 드러내고 있다. “이제는 아쉬울 게 없어서 끝까지 투쟁한다”는 한 조합원의 절규가 이들이 처한 현실을 대변하고 있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