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스·아웃백·놀부 등 10여곳 매물로…매수자 찾지 못해 일부는 매각 접어
매각을 추진했지만 매수자가 나타나지 않아 잠정 중단된 외식 프랜차이즈 매드포갈릭. 사진=매드포갈릭 페이스북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민간소비 증가율은 2.8%를 기록,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2.7%보다 높았다. 민간소비가 GDP 성장률을 넘은 것은 노무현 정부였던 지난 2005년 이후 처음이다. 당시 민간소비 증가율은 4.4%, GDP 성장률은 3.9%였다. 이후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는 건설투자나 수출 등이 국내 성장의 중심이 되면서 소비는 전면에 나서지 못했다.
지난해에는 건설과 설비투자가 주춤하면서 소비가 성장세를 받치는 역할을 했다. 경제성장률 2.7% 중 민간소비의 기여도는 1.4%다. 약 51.9%의 비중을 차지한다는 의미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1월 28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그동안 경기둔화 우려가 커지면서 소비 심리가 하락했으나 실제로는 소비가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라며 “경제 체질이 바뀌고 있다는 매우 중요한 신호”라고 평가했다.
이처럼 국내 민간 소비가 늘었지만 외식 프랜차이즈 업체들은 이에 대한 체감을 거의 느끼지 못하고 있다. 인수합병(M&A) 시장에서도 찬바람을 맞고 있다. 한때 식음료·외식업체들은 국내외 사모펀드(PEF)들의 인기 투자처로 꼽혔다. 글로벌 경기나 내수 부진 영향에서 비교적 자유롭고, 꾸준한 수익 창출이 가능하다는 점에서다. 한 사모펀드 관계자는 “외식업체는 기술벤처기업처럼 투자를 통한 혁신, 고도의 기술력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며 “인수 후 경영효율화와 재무구조 개선을 통해 수익성을 높이고, 기업가치를 올리기 쉽기 때문에 PEF 입장에서는 매력적인 매물이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최근에는 식음료·외식 프랜차이즈 업체들이 매물로 나와도 매수자를 찾기가 쉽지 않다. IB업계에 따르면 현재 M&A시장에 나온 식음료·외식업체는 놀부, 공차, 할리스커피, 카페마마스, 아웃백, 헬스밸런스, 온더보더 등 10여 개다. 사모펀드 운용사 유니슨캐피탈은 골드만삭스를 매각주관사로 선정, 버블티 브랜드 공차코리아 지분 100% 매각을 추진 중이다. 앞서 유니슨캐피탈은 2014년 공차코리아 지분 65%를 약 340억 원에 인수했다. 이후 일본 판권을 따내고 대만 본사 지분 70%까지 인수하며 사업을 확장했다.
IMM 프라이빗에쿼티(PE)가 2013년 인수한 할리스에프앤비도 매각을 타진 중이다. 할리스커피는 IMM PE에 인수된 후 매출과 영업이익이 늘어나는 등 실적이 개선됐다. 하지만 커피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렀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매수자를 찾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외에도 진대제 회장의 스카이레이크인베스트먼트가 인수한 아웃백도 매수자를 찾지 못해 매각 작업이 답보 상태고, 앵커에쿼티파트너스가 보유한 헬스밸런스도 지난해 매각을 추진하다 잠정 보류됐다. 외식 브랜드 매드포갈릭도 지난해부터 매각 절차에 들어갔지만 매수자를 찾지 못해 잠정 중단됐으며, 캐주얼 분식 브랜드 스쿨푸드는 기존 매수자와 가격을 두고 입장차를 좁히지 못했다.
2011년 모건스탠리PE가 인수한 부대찌개·보쌈 체인점 놀부의 경우 매각이 이뤄지지 않는 것은 물론 실적마저 부진하다. 모건스탠리는 놀부를 1200억 원에 인수해 사업다각화를 시도했다. 분식, 치킨, 설렁탕, 족발 등 내놓은 브랜드만 17개에 이르지만 이 때문에 놀부의 전문성이 사라졌다는 지적도 나왔다. 놀부는 오히려 모건스탠리가 인수하기 전인 2010년 80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지만, 2017년에는 32억 원 영업손실로 적자전환했다.
업계에서는 식음료 프랜차이즈 업종의 인기가 떨어진 이유로 치열한 경쟁과 최저임금 상승, 임대료 급등, 정부 규제 강화 등을 꼽고 있다. 경기불황 심리로 외식이 아닌 배달음식을 주문하거나 집에서 가정간편식 등을 해먹는 추세가 늘고 있는 것도 원인으로 지목된다.
실제 민간소비가 늘었음에도 외식사업은 크게 호전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민간소비를 이끈 것은 내구재나 준내구재, 의류, 화장품 등이다. 또 한국은행이 발표한 1월 소비자동향조사에 따르면 소비자지출전망에서 외식비는 90으로 지난해부터 소폭 낮아지고 있다. 외식비 지출을 줄이겠다는 소비자가 많아지는 추세로 볼 수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외식산업경기지수는 64.2를 기록, 최근 3년 중 가장 낮은 수치를 보였다. 기준점(100)보다 낮다는 것은 전년 동분기 대비 매출액이 하락한 업체가 상승한 업체보다 많은 것을 의미한다. 앞의 사모펀드 관계자는 “민간소비가 늘었다고 하지만 외식사업의 경우 여전히 시장 흐름이 좋지 않으며 앞으로 장기화되지 않을까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고 전했다.
제품의 품질이나 경영건전성보다는 회사의 규모를 키워 인수 때보다 비싼 값에 매각하려는 사모펀드에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사모펀드는 그 특성상 기업을 인수해 가치를 올려 5~7년 뒤 되팔아 차익을 남기는 것을 목표로 하다보니 재무구조 개선이라는 명목 하에 실적이 안 나오는 매장을 폐점하거나 원료비나 인건비를 낮춰 단기간 기업 가치나 수익성 향상에 공을 들인다“며 ”그런 기업들이 최근 한꺼번에 M&A 시장에 나오니 관심이 줄어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또 “현재 외식업체를 인수하려는 대기업은 거의 없다“며 ”인수 후보로 언급되는 곳이 또 다른 사모펀드나 전략적 투자자 정도이다보니 계약이 성사되기가 더 어려운 면도 있다”고 덧붙였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