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족한 체육 실기 영어 점수로 만회”…이전 선거 때도 당선됐다 낙마 ‘산 넘어 산’
안용규 한체대 교수. 연합뉴스
총장 선거에서 이겼다고 총장이 되는 건 아니다. 국립대 총장 선출 과정은 대학 투표와 교육부 승인, 국무회의 의결, 대통령 승인 절차를 거친다. 대학은 총장임용후보자 선정관리위원회를 구성하고 총장 후보를 뽑는다. 그런 다음 현 총장 임기만료일 30일 전까지 교육부 장관에게 추천한다. 교육부는 추천 받은 후보를 두고 교육공무원인사위원회를 연다. 교육공무원인사위원회를 통과하면 교육부는 인사혁신처에 총장 임용후보자 임용제청을 하게 된다. 임용이 제청된 당선자는 국무회의의 심의와 의결을 거쳐 대통령의 최종 승인을 받아야 정식 총장이 될 수 있다.
안용규 교수는 2012년 제6대 총장 선거 때도 당선된 바 있었다. 허나 교육부의 승인을 받지 못해 임용 제청까지 가지 못했다. 2013년 4월 교육부는 교육공무원인사위원회를 열어 인준심사를 한 결과 투서를 기초로 한 안 교수의 도덕성 등에 문제가 있어 임용제청을 하지 않기로 했다. 한체대 관계자 등에 따르면 안 교수의 개인적인 추문과 교수진을 향한 향응 및 접대, 아들 편입 문제가 투서에 적혔다.
당시 총장 후보 1차 추천에서 2위로 추천된 김사엽 교수 역시 논문 표절 의혹으로 총장이 되지 못했다. 4차 추천까지 한체대 소속 류지선, 유병렬, 김사엽, 최태석, 육현철 교수 등과 조현재 전 문체부 차관까지 추천됐으나 교육부는 모두 임용제청을 거부했다. 2013년 3월 김종욱 총장의 임기 만료 뒤부터 2015년 2월까지 한체대는 약 2년에 걸쳐 총장 공백 사태를 겪었다. 2015년 2월에야 김성조 전 국회의원이 총장 자리에 올랐다.
이런 전례로 안용규 교수는 현재까지도 살얼음판 위를 걷고 있다. 특히 아들 안 아무개 씨(33)의 편입 문제는 안 교수를 둘러싸고 계속 제기되는 의혹이다. 10세 때 미국으로 간 안 씨는 2005년 조지아공과대에 입학한 뒤 2009년 미국 영주권을 포기하고 귀국해 2010년 한체대 3학년으로 편입했다.
교육계는 안 씨가 미국의 명문인 조지아공과대 컴퓨터공학과를 다니다 한체대로 편입한 걸 두고 의문을 제기했다. 조지아 공과대는 자타공인 세계 최고의 이공계 대학 중 하나다. 2018년 ‘US뉴스&월드리포트’ 미국 종합대학 학부 공대 순위에서 미국 4위를 기록했다. 최고 수준의 공과대를 다니다가 체육으로 전공을 바꾼 것도 이상한데 미국의 대학이 아닌 한국의 대학, 그것도 아버지가 교수로 있는 학교로 편입했다는 데에 문제가 있다는 입장을 내보였다.
게다가 이공계를 전공한 학생이 체육을 전공해 온 학생과 겨뤄 합격될 만큼의 운동 능력을 가졌다는 건 선뜻 이해하기 힘들다는 게 체육계와 대학계 인사의 공통된 반응이었다. 사회체육학부는 당시 편입생을 뽑으며 전적대 성적 200점과 실기 300점, 영어 400점, 면접 100점을 배점했다. 사회체육학 전공의 당시 편입학 경쟁률은 9.75:1이었다.
더군다나 안 씨는 한체대 졸업 뒤 아버지인 안용규 교수의 그늘 안에만 머물며 안 씨의 편입을 향한 세간의 의구심은 더욱 증폭됐다. 2012년 한체대를 졸업한 안 씨는 2015년 병역을 마치고 고려대 국제관계학 석사 과정을 밟는 동시에 아시아태권도연맹에서 2016년부터 2017년까지 일했다. 2017년 9월 한체대에서 열린 ‘2017 세계태권도포럼’을 조직하기도 했다. 안 교수는 태권도계의 거목이었다.
이에 대해 안용규 교수는 “제6대 총장 선거 뒤 교육부 조사, 감사원 감사까지 받았다. 투서에 적힌 문제는 각각 문제 없음, 해당 없음, 증거 없음으로 된 검증결과서를 내가 직접 봤다. 그런데도 총장이 안 됐다”며 “아들 편입은 아들이 군대 가려고 한국에 왔을 때 시작됐다. 당시 우연히 만난 한체대 총장이 어려운 한국말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내 아들을 보고 ‘한국에서 학교 다니는 게 어떻냐’고 제안했다. 처음에 연세대 국제학부로 가는 건 어떨까 하다가 학비가 비싸 고민하던 차에 총장이 다시 한체대 사회체육과를 추천해서 한체대로 편입하게 됐다”고 했다.
이어 “편입생의 성적을 살펴 보니 아들이 다른 학생의 평균 실기 점수에 비해 150점 정도 달렸지만 영어 실력이 다른 학생 평균에 비해 300점 정도 높아서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학교 사람들은 내 아들이 시험 보는 걸 몰랐다”며 “실기고사 결과를 살펴 봤다. 윗몸일으키기는 140개 만점에 58개를 했고 제자리멀리뛰기 만점은 279㎝ 이상인데 240㎝가 나왔다. 왕복달리기는 8.27초 이하가 만점인데 9.3초 정도 나왔더라. 될 거라고 생각했다. 영어 점수가 잘 나와서 결국 합격했고 아무 문제가 없었다”고 해명했다.
아들에게 유리하도록 한체대 편입학 배점을 바꿨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한체대 편입학 영어배점은 아들이 한체대 편입하기 전인 2009년 전적대학성적 200점과 실기 300점, 영어 500점에서 2010년 전적대 성적 200점과 실기 300점, 영어 400점, 면접 100점으로 바뀌었다. 영어 배점은 더욱 낮아졌다. 사실이 아니다. 게다가 면접 점수는 당락을 좌우할만큼 낮거나 높게 줄 수 없다”며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이미 교육부가 안용규 교수의 총장 임용을 승인했다고 알려졌다. 이에 대해 교육부 관계자는 “한체대에서 교육부로 추천만 된 상태고 임용 제청은 되지 않았다. 그 외 내용은 비공개”라고 밝혔다.
최훈민 기자 jipchak@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