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는 지난 59년 금성사라는 이름으로 설립된 이후 국내 최대 가전업체로 성장하면서 그룹의 핵심기업 자리를 차지했다. 그러다가 90년대 중반 이후 전자산업의 침체가 장기화된 데다, LG정보통신, LG반도체 등 대규모 투자를 한 계열사들이 침몰하면서 막대한 평가손을 입는 등 최악의 상황에 처하기도 했다. 그러나 LG전자는 위기를 맞은 지 3년 만에 경영실적이 대폭 호전되는 등 그룹내 효자사업으로 다시 옛 영광을 되찾고 있다.
LG전자의 부활은 올 들어 두드러지기 시작한 실적호전에서도 그대로 나타났다. LG전자의 올 상반기 실적은 사상 최대인 매출 9조5천9백20억원, 영업이익 7천9백63억원을 달성했다. 특히 2분기만 놓고 보면 매출이 전년 동기보다 23%이상 성장한 4조8천9백42억원, 영업이익은 무려 119%가 늘어난 4천2백94억원을 기록했다.
이처럼 실적이 급상승하자, 외국계 증권사들은 일제히 LG전자에 대해 강력매수를 추천하는 등 증권시장에서도 특급대우를 받고 있다. 실제 메릴린치의 경우 LG전자에 대해 ‘강력매수’를 제시했고, 살로먼스미스바니도 올해 매출 목표치를 무난히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며 ‘매수유지’를 권하고 있다. 이렇게 되자 LG전자는 연일 즐거운 모습이다.
특히 LG전자는 ‘1인 1등주의’ 정신이 이뤄낸 실적이라며 직원들의 사기가 그 어느 때보다 충천해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 분위기라면 LG전자의 올해 매출 목표인 17조원이 무난히 달성될 것으로 보인다”며 삼성전자와 비견할 만하다는 평가까지 내리고 있다.
LG전자의 이 같은 선전은 ‘예고된 일’이었다고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LG전자의 ‘부활’의 주요 원인으로 꼽히는 것은 지주회사를 통한 클린 컴퍼니로의 탄생과 이동통신단말기 및 LCD 사업의 선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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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LG전자가 제2의 전성기를 맞고 있다. 일부에선 삼성전자 도 따라잡을 것 같다는 섣부른 예상까지 내놓고 있다. 사진은 용산전자랜드의 LG매장. | ||
LG그룹 관계자는 “구-허씨의 지분 이동은 언젠가 이뤄질 일이기는 하지만, 아직은 성급하다”며 매번 발뺌을 하고 나서지만, 시장에서는 지주회사의 설립 자체를 구-허씨의 분리의 시발점으로 보고 있다.
지주회사 설립을 통해 구-허씨의 지분 분리 외에도 LG그룹 내의 부실사업 부문을 자연스럽게 정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실제로 지난해까지 LG전자 사업 부문의 하나였던 TV와 모니터의 브라운관의 경우는 올 2분기 매출이 줄었으나, 이미 지난해 LG전자에서 LG필립스LCD로 독립시킴으로써 올해 매출 실적에서 제외됐다. 또 LG그룹은 지난 99년 정권 초기 뼈아픈 고통을 통해 반도체를 현대에 100% 매각한 것이 LG전자가 또다른 생존길을 모색하는 좋은 계기가 됐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시각이다.
당시 구본무 LG그룹 회장은 “전자산업은 백색가전에서 멀티미디어 시대로 옮겨가고 있기 때문에, 우리는 반도체를 할 수밖에 없다”며 뒤늦게 뛰어든 ‘반도체 사업’에 남다른 애착을 보여왔다. 그러던 것이 ‘반도체 빅딜’이라는 정부의 기조 아래 LG반도체는 출범 10년 만에 간판을 내리게 됐고, LG전자는 뚜렷한 미래산업을 찾지 못한 채 표류하게 됐다.
그러나 한참을 치솟던 반도체 가격이 지난해 말부터 급속도로 하락하게 됐고, 반대로 LG전자가 반도체 포기로 인해 어쩔 수 없이 전력을 쏟아야했던 백색가전과 디스플레이 제품은 승승장구했다. 게다가 올해 2분기에는 월드컵 개최로 인해 PDP-TV 등이 많이 팔리면서, 월드컵 특수현상도 톡톡히 누려 전년 동기대비 30% 이상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특히 LG전자의 이동단말기사업본부의 CDMA 단말기 수출시장의 팽창은 매출 시장의 수훈공신으로 손꼽힌다. 이동단말기사업은 전년 동기대비 매출이 53%나 증가했다. 특히 북미지역 수출의 경우는 전년 동기와 비교해볼 때 72%가 늘어났다.
LG 관계자는 “이는 CDMA 제품을 조기출시한 데서 온 것. 특히 환율이 하락하는 상황이기는 하나 휴대폰 부품의 경우는 반 이상을 수입에 의존해, 재조립을 통해 수출하기 때문에 ‘환차익’을 누릴 수는 없었지만, 환율 영향력이 미미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LG전자에게도 문제는 있다. 여전히 300%에 가까운 부채비율이나 얽히고 설킨 복잡한 지분구조, 아직까지 완결되지 않은 구-허씨간 지분정리 문제, 지주회사로서의 지위확보 등이 그것들이다. 또 하나 실적의 대부분이 통신단말기나 LCD분야에 집중된 점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