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녀 정지이 전무는 사내이사직 유지…현대그룹 “IPO 대비해 이사회 독립성 강화 목표”
현대무벡스는 지난해 5월 현대유엔아이가 현대무벡스를 흡수합병해 탄생한 회사다. 현재의 현대무벡스는 현대유엔아이를 계승하지만 합병 후 사명은 현대무벡스로 결정했다. 현대무벡스는 소프트웨어 개발·공급 등 IT 사업을 영위하고 있으며 2017년 말 기준 최대주주는 현정은 회장(43.52%)이다. 정지이 전무와 정영이 차장도 각각 현대무벡스 지분 5.49%, 0.19%를 갖고 있으며 현 회장의 장남 정영선 현대투자파트너스 이사도 지분 0.25%를 보유하고 있다.
현 회장은 2011년 현대유엔아이 설립 때부터 사내이사를 맡았다. 현 회장은 2013년 3월과 2016년 3월 두 차례에 걸쳐 사내이사직을 연임, 올해 3월이 임기만료였다. 현대무벡스는 현 회장의 두 딸이 근무 중인만큼 현대그룹 내에서는 나름의 상징성이 있는 회사다.
다른 현대무벡스 사내이사인 이우일 현대아산 감사도 지난해 12월 31일 사임한 것으로 확인됐다. 대신 올해 1월 한 아무개 씨가 새로운 현대무벡스 사내이사로 취임했고, 이 아무개 씨와 박 아무개 씨도 현대무벡스 사외이사로 선임됐다. 현대무벡스는 2014년 3월 이후 사외이사를 둔 적이 없지만 약 5년 만에 사외이사를 신규 선임한 것이다.
정지이 전무는 현대무벡스 사내이사직을 유지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정 전무는 지난해 7월 임당장학문화재단 이사장에 취임하는 등 현대그룹 내에서 보폭을 넓히고 있다. 현정은 회장과 이우일 감사도 현대무벡스 임원에서는 물러났지만 현대아산의 임원직은 유지하고 있다.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사진=현대그룹
현대그룹 측은 현대무벡스 IPO를 염두에 둔 인사라고 밝혔다. 현대그룹은 올해 안에 현대무벡스를 상장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현대그룹 관계자는 “향후 현대무벡스 IPO에 대비해 이사회의 독립성을 강화하고자 신규 사외이사를 선임했다”며 “전문경영인 중심의 경영체계 구축을 하는 과정에서 현 회장이 사임했다”고 설명했다.
현대무벡스의 상장은 이전부터 증권가 주변에서 심심찮게 흘러나왔다. 따라서 현 회장이 사내 이사직을 사임하면서 현대무벡스 상장은 더욱 탄력을 받게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거래소의 상장예비심사 안전성 및 건전성 요건에는 “신규 상장 시 사외이사의 수는 이사총수의 4분의 1 이상이 되도록 선임해야 하고, 자산 총액이 2조 원 이상인 법인은 사외이사의 수를 3인 이상, 총 이사 숫자의 과반수가 되도록 선임해야 한다”는 내용이 있다.
2017년 말 기준 현대무벡스(당시 현대유엔아이)의 자산은 1028억 원이었다. 합병 전 현대무벡스의 자산은 851억 원으로 지난해 합병이 있었던 것을 고려해도 상장 시까지 자산 2조 원을 넘길 가능성은 희박해 사외이사를 2명을 선임한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현대무벡스의 상장이 대북사업과 관련이 있다는 추측도 나온다. 오는 27~28일 2차 북미정상회담이 열리는 등 평화 국면에서 향후 대북제재가 완화되면 현대그룹이 대북사업에 적극 참여할 것이라는 전망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북사업에 나서는 주체는 현대아산이고 현대무벡스는 대북사업과 직접적인 연관이 없다. 그룹 차원에서 시너지 효과는 낼 수 있지만 현대무벡스가 직접적으로 자금을 투입하는 건 아니다. 이미 현대아산은 오는 3월 대북사업을 위해 50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현대그룹 관계자도 “현대무벡스의 사업을 강화하려는 목적”이라고 전했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