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기후·훈련 인프라 ‘GOOD’…실내 종목 인프라 부족, 서비스업 인식 개선 필요
남해스포츠타운에서 훈련에 열중하고 있는 아산 무궁화 선수들. 사진=아산 무궁화
[일요신문] 매년 겨울이면 초중고 유소년팀부터 실업, 프로구단에 이르기까지 각종 스포츠팀들이 몰려드는 곳이 있다. ‘보물섬’으로 불리는 경남 남해군은 전지훈련지로 각광받는 곳이다. 축구, 야구, 테니스, 육상 등 종목을 가리지 않는다. 2월부터는 경남 FC, 부천 FC, 인천 유나이티드 등 프로축구 구단들의 행렬도 줄을 잇고 있다. 겨울철 남해의 인기 비결은 무엇일까
2월 현재 남해군은 축구 구단의 훈련 열기로 뜨겁다. 저녁 시간이면 훈련을 마치고 자유시간을 보내는 선수들을 심심치 않게 읍내에서나 길거리에서 만날 수 있다. 읍내 숙박업소는 훈련을 위해 남해를 찾은 선수들로 가득 찼다. 업무차 남해를 찾은 이들이 묵을 숙소를 찾지 못해 어려움을 겪는 광경이 목격되기도 했다. 주차공간이 넓은 공설운동장 주차장에는 구단 버스들이 늘어서 있다. 군에 따르면 올해 1월 말까지 2만여 명이 전지훈련 차 남해를 찾았다. 이들은 올해 300개 팀, 4만여 명 방문을 목표로 하고 있다.
남해군이 ‘인기 전지훈련지’로 각광받는 이유는 따뜻한 기후가 첫 손에 꼽힌다. 여전히 동장군이 기승을 부리는 2월임에도 남해는 따뜻한 날씨로 선수들을 맞는다. 2월(1일~ 14일) 평균 최저기온 -1℃, 낮 최고기온 10℃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서울의 날씨(최저 -5℃, 최고 3℃)와는 차이가 확연했다. 낮 최고기온 9℃를 기록한 지난 13일에는 한낮의 햇살이 따갑게 느껴질 정도였다. 수도권에서 턱끝까지 올렸던 지퍼를 풀어 헤치게 만들었다.
훈련 인프라 또한 남해의 장점이다. 축구팀이 많이 찾는 남해는 11개의 천연 잔디구장을 보유하고 있다. 남해군이 인구수 4만 3990명(2018년 12월 기준)의 소도시라는 점을 감안하면 많은 편이다. 5개의 인조 잔디구장 또한 활용도가 높다. 운동장을 찾은 프로팀이 1~2주 이상 전지훈련을 계획하면 이들과 연습경기를 치를 대학팀들이 2~3일의 짧은 일정으로라도 자연스레 함께 남해를 찾게 된다. 프로구단이 또 다른 전지훈련의 견인차 역할을 하는 셈이다.
2002 한일 월드컵을 앞두고 덴마크 축구 국가대표팀도 남해를 찾은 바 있다.
또한 박 감독은 선수들과 보리암에도 다녀왔다. 남해 금산에 위치한 보리암은 강화 보문사, 양양 낙산사와 함께 ‘국내 3대 기도 성지’로 꼽히는 곳이다. 소위 ‘기도빨(?)’을 잘 받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남해를 찾는 팀들이 좋은 성적을 기원하며 빠지지 않고 들리는 곳이기도 하다.
지난해 K리그에서 돌풍을 일으킨 경남 FC도 남해공설운동장에 터를 잡았다. 김종부 경남 감독은 “우리는 연고지가 경남이기에 가깝기도 하고 역시나 운동장을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서 지난해에 이어 남해를 찾게 됐다”고 했다.
비록 다리로 육지와 연결돼 있지만 사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섬에 조그만 소도시인 점이 작용하기도 한다. 아산 공격수 최진호는 “다른 생각하지 않고 운동에 집중하기 좋은 환경이다. 저녁 자유시간에도 특별히 할 일이 없다. 치료를 받거나 방에서 잘 쉬려고 하고 있다. 종종 잠시 PC방에 다녀오는 정도”라며 웃었다. 최종철 남해군체육회 사무국장은 “선수단 관리에 특별히 더 신경을 쓰는 감독들이 그런 면에서 남해를 좋아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대도시와 지방의 격차가 심화되고 있는 현실에서 지자체들의 동계훈련 유치 경쟁은 날로 심화되고 있다. 2002 월드컵부터 덴마크 대표팀 방문으로 경제효과를 누린 남해는 일찍부터 스포츠마케팅 시장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최종철 사무국장은 최근 치열해진 유치 경쟁을 피부로 느끼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최근 인기 훈련지를 돌아보고 왔는데 경쟁이 과열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일부 지자체는 유치 과정에서 편법을 쓰기도 하더라”라고 귀띔했다. 편법에 대해서는 “방문팀에 현금성 훈련비를 지원하는 것이다. 일부를 지원해줘도 팀이 오면 지역에 뿌리는 돈이 있어 그 이상의 경제 효과를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현금 지원은 하지 않고 있다. 문의를 해보긴 했는데 감사에서 문제가 돼 공무원들이 다칠 수 있다고 하더라. 우리는 천연 잔디구장 이용료를 50% 할인해 주고 아마추어팀에게는 인조구장을 무료로 제공하는 정도로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남해공설운동장에 설치된 환영 현수막
인기 전지훈련지로 주목받는 남해지만 아쉬운 점은 없을까. 최 사무국장은 “실내 종목팀들에게는 인프라가 다소 부족하다”면서 “우리가 운동장은 충분하지만 체육관은 좀 부족한 편이다”라고 설명했다.
다만 올해 남해에는 웨이트트레이닝장이 새로 마련될 예정이다. 군은 훈련 차 남해를 찾은 선수들에게 이를 무료로 제공할 계획을 갖고 있다. 주민 무료 개방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 기존 사설 헬스장 운영에 방해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최 사무국장은 개선돼야할 부분으로 서비스업 종사자들의 인식 개선을 꼽았다. 그는 “숙박업이나 요식업을 하는 상인들이 전지훈련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선수들에게 좀 더 친절하게 대했으면 한다”면서 “당장의 수익금이 조금 적더라도 선수들과 구단 관계자들에게 좋은 이미지를 남기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면 구단들이 남해를 또 찾게 되고 궁극적으로 더 큰 이익을 올릴 수 있게 되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과거 남해군에는 전국 규모의 유소년대회와 아시아축구연맹(AFC)에서 주최하는 여자축구 대회 등 큰 대회들을 1년에도 수차례 열었다. 하지만 10여 년 전 일부 숙박업소의 바가지 문제로 논란이 일었고, 유치하는 대회 수와 규모가 줄어드는 어려움을 겪었다.
최 사무국장은 “그동안 남해군의 이미지 회복을 위해 애썼다. 올해는 다시 큰 대회 유치를 시도하고 있다”고 밝혔다. 남해를 찾는 구단 관계자들의 어려움을 들어주는 ‘해결사’ 역할을 하고 있는 그의 전화기는 저녁 시간임에도 쉬지 않고 울리고 있었다.
남해=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