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습비와 대관비는 학부모 총무와 부총무가 걷어 사설 강사에게 현금으로 건내졌다
총무의 계좌에 보이는 빙상선수 박정현과 박지원, 황대헌 이름. 이 돈은 총무에게 모여 사설 강사에게 현금 혹은 수표로 지급됐다.
현금 흐름 중심에는 사설 강습을 듣는 선수의 학부모로 구성된 총무와 부총무가 있었다. 현금이 거래되는 방식은 때로 바뀌었지만 큰 흐름은 바뀌지 않았다. 한 총무는 “나 때는 강습비와 대관비 등을 총무와 부총무가 나눠 관리했다. 총무와 부총무는 각 학부모에게 거둬들인 돈을 사설 강사에게 현금 및 수표로 지급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총무는 “우리 때는 좀 달랐다. 돈을 각 학부모가 직접 사설 강사에게 입금했다. 그러면 사설 강사가 입금 내역을 확인한 뒤 돈을 보내지 않은 사람을 알려주고 총무는 그 사람에게 독촉하는 역할을 했다”고 했다. 복수 이상의 빙상계 관계자에 따르면 이제껏 총무와 부총무를 담당했던 사람은 시간 순으로 김성한, 조경태, 안진수, 이창근, 황대헌, 김동준, 이주호, 안세정, 김시언, 정재우 등의 학부모다.
최근 국가대표를 이끈 한 코치와 한체대 사설 강사의 차명 계좌간 거래 내역
‘일요신문’이 입수한 한 총무의 과거 계좌 내역에는 한체대 빙상장 사설 강습 관련 현금 흐름이 잘 나타나 있었다. 빙상 선수 박정현과 박지원, 황대헌의 입금 내역이 포함된 이 계좌 내역에서 2009년 당시 한체대 사설 강사였던 최광복 전 국가대표 코치에게 현금 일부가 지급된 내역이 포착됐다. 2009년 6월 10일 학부모에게 거둬들인 돈 462만 원이 총무에게서 한 번에 현금으로 인출되는 내역도 담겼다. 빙상계 관계자에 따르면 최 전 코치 외 한체대 사설 강사를 맡았던 인물로는 김동준 코치, 박세우 전북도청 감독, 백국군 전 국가대표 코치, 안중현 코치, 여준형 전 국가대표 코치, 유지훈 코치, 이성훈 코치, 장권옥 전 러시아 국가대표 감독, 전재목 전 국가대표 코치, 조재범 전 국가대표 코치, 조항민 전 국가대표 코치, 최종열 코치, 한일청 코치 등이 꼽힌다.
한체대 사설 강사는 자신이 사는 오피스텔 인근 현금입출금기에서 여러 차례 현금을 입금했다
일부 한체대 사설 강사는 세금 탈루 의혹에 빠졌다. ‘일요신문’이 입수한 옛 한체대 사설 강사 A 씨의 2012년 차명 계좌 내역을 보면 A 씨는 현금 수백만 원을 자신이 사용하는 차명 계좌에 현금 입금한 뒤 자신의 아버지와 누나, 또 다른 지인 명의의 차명 계좌 등으로 쪼개서 보냈다. A 씨가 여러 차례 일정한 금액을 입금한 계좌 가운데 차명 의심 계좌 하나는 최근 국가대표 지도자였던 B 코치의 계좌였다. 2012년 8월, 11월 두 달동안 A 씨와 B 코치의 현금 거래만 2900만 원이었다. B 코치는 A 씨의 부사수로 빙상계에서 유명하다. 경찰 관계자에 따르면 이런 현금 흐름은 현금 매출이 많은 이들이 세무 당국의 눈을 피하려는 전형적 사례와 매우 비슷하다. 실제 조재범 코치는 한체대 빙상장에서 벌어들인 현금 관련 세금 문제로 벌금형을 받고 세금 추징을 당한 바 있었다.
2017년 말 고등학생 사설 강습반의 훈련 모습과 2018년 초 유소년반 사설 강습반 훈련 모습. 5명은 족히 넘어 보인다.
다수의 빙상계 인사는 한 입 모아 “이번 교육부 감사에서 한체대 빙상장 사설 강습 총무와 강사를 기준으로 현금 거래를 잘 파악해야 한체대 빙상장을 둘러싸고 감춰졌던 돈의 흐름을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며 “체육계 비리에 대해 강도 높게 조사해 엄정하게 처리할 계획이라고 밝혔던 유은혜 교육부 장관의 ‘진정성’은 빙상장 사설 강습의 현금 흐름 파악 여부에서 잘 드러날 것”이라고 했다.
최훈민 기자 jipchak@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