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란다스의계, KT·한앤컴퍼니 등 탈세신고서 제출…“424억 고가 매입 부분 법인세 부과해야”
지난 1월 KT 아현지사 통신구 화재사고와 관련해 국회 과방위 전체회의에 참석한 황창규 KT 회장. 사진=박은숙 기자
시민단체 플랜다스의계(대표 안원구)는 지난 1월 초 국세청에 KT와 사모펀드 한앤컴퍼니 등에 대해 탈세신고서를 제출했다. 플랜다스의계 측에서는 KT가 엔서치마케팅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법인세법, 상속세 및 증여세법, 조세범처벌법 등을 위반, 법인세를 탈세했다고 밝혔다.
KT와 계열사 나스미디어는 2016년 10월 한앤컴퍼니로부터 엔서치마케팅을 600억 원에 인수했다. KT와 나스미디어가 각각 200억 원과 400억 원을 냈다. 엔서치마케팅은 국내 1위 디지털 광고 대행사로, 지난 1월 ‘플레이디(PlayD)’로 사명을 변경했다.
플랜다스의계는 600억 원이라는 인수가가 과도하게 계상됐다고 지적했다. 현행 상속세 및 증여세법의 규정에 따르면 엔서치마케팅의 공정가액은 176억 원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차액 424억 원만큼 고가로 KT가 매입했다는 지적이다. 플랜다스의계는 탈세신고서에서 “이는 상속세 및 증여세법에서 KT와 나스미디어가 한앤컴퍼니에 차액 424억 원을 증여한 증여재산가액으로 간주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현행 법인세법 등이 이러한 금액은 비지정기부금으로 처리해 법인세를 부과하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차액 424억 원에 대해 KT와 나스미디어에 법인세를 부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매각한 한앤컴퍼니 역시 부당하게 이익을 본 차액을 증여재산으로 간주하도록 상속세 및 증여세법이 규정하고 있는 바 그만큼의 법인세를 부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플랜다스의계 측은 KT법인과 황창규 회장 등에 대해 향후 업무상 배임 등의 혐의로 검찰에 고발장을 제출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서울지방국세청. 사진=최준필 기자
KT의 엔서치마케팅 인수와 관련해서는 이미 고가 인수 논란과 정치적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지난해 10월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국정감사에서 김종훈 민중당 의원이 증인으로 출석한 황창규 회장에게 “엔서치마케팅은 사실상 자본금이 2억 6000만 원인 회사인데, KT가 600억 원을 주고 긴급하게 인수했다고 한다. 이게 사실이냐”고 질의했다. 이에 대해 황창규 회장은 “아마 내가 오기 전 일인 것 같은데 내가 와서는 그 사항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고 답했다. 자신의 취임 전 결정된 사항이라 알 수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황 회장은 2014년 취임했고, KT의 엔서치마케팅 인수는 2016년 10월이어서 위증 논란이 불거졌다. 김 의원은 “자신이 회장으로 있을 때 이뤄진 600억 원대의 회사 인수를 몰랐다는 건 이해되지 않는다”며 “엔서치마케팅은 최순실 국정농단과 연계된 이동수 전 전무가 계약을 완료해 내외부에서도 관련 의혹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황 회장의 국감 재출석을 촉구했다.
황 회장은 본인 명의의 확인서를 통해 “당시 국정감사 증인으로 출석해서 매우 긴장된 상태에 있었는데, 김종훈 의원의 직전 질의에 언급된 ‘2013년’과 해당 질문을 잘못 연계 짓는 바람에 엔서치마케팅을 나스미디어로 착각해 사실과 달리 증언했다”며 “엔서치마케팅 인수 시점은 공시 등을 통해 공개된 것으로 의도적으로 위증할 이유가 전혀 없는 점을 고려해 부디 양해해 주기 바란다”고 해명했다.
황 회장의 답변에도 불구하고 KT 새노조는 과방위 국감 위증 논란에 책임 있는 행동을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KT 새노조는 “위증 논란이 일자 황창규 회장은 엔서치마케팅을 나스미디어와 헷갈렸다고 해명했지만 이는 어불성설이다. 엔서치마케팅은 황 회장이 취임 후 첫 시행한 M&A건이고 그 규모가 600억 원에 달한다”며 “황창규 회장이 엔서치마케팅을 혼동, 기억을 하지 못한다면 연매출 20조 원이 넘는 KT그룹을 이끌 정신적 능력을 갖추고 있는지 자질이 의심된다”고 비판했다.
현재 해당 탈세신고건은 지난 1월 말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에 배당된 것으로 알려졌다. 조사4국은 대기업, 그중에서도 특별세무조사를 담당해 ‘경제계의 저승사자’ ‘국세청의 중수부’로 불린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