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통신구 화재 보상 기준 ‘제멋대로’

“통신장애 겪었는데 보상 제외” “휴대폰 꺼놓았는데 보상 대상”

[일요신문] KT가 아현지사 화재 후 진행한 서비스 장애 보상에 대해 일방통행식 보상에 나서고 있다는 지적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보상 기준에 부합함에도 신호 확인이 안 된다는 이유로 보상 불가 통보를 내리는가 하면 휴대전화를 꺼뒀던 고객을 보상 대상으로 선정한 경우가 잇따르고 있다. KT는 문제없이 대상 선정을 마쳤다는 설명만 되풀이하고 있다.

통신업계에 따르면 KT는 지난 1월 10일 시작한 일반 고객 대상 서비스 장애 보상 규모 산정을 최근 완료했다. 앞서 KT는 화재가 발생한 지난해 11월 24일 이후 서울 서대문구, 마포구, 은평구, 중구, 용산구, 영등포구 등에서 3시간 이상 누적 6시간 동안 장애를 겪은 고객에 보상하겠다는 방침을 정하고, 대상 고객에 대한 요금감면 비용 360억 원을 책정한 상태다.
 

KT가 일방통행식으로 보상 대상을 선정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사진은 보상 대상 조회 화면. 일요신문

KT는 “보상 대상 산정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는 모두 해결됐다”고 설명하지만, 고객 혼란은 여전한 것으로 드러났다. 실제 경기도에 거주하는 강 아무개 씨(28)는 아현지사 화재 당일과 다음날 마포구와 영등포구에서 각각 4시간, 5시간 통신 장애를 겪었지만 보상에서 제외됐다. 

강 씨는 “서비스 장애를 겪는 동안 이용하지 못한 시간을 휴대전화 화면 캡처 기능으로 저장했고, 통신 장애로 다른 사람 휴대전화를 이용해 문자메시지를 보낸 기록을 모두 가지고 있는데도 확인조차 하지 않았다”면서 “사진을 전송해 확인해줄 수 있다고 해도 KT는 자사 확인 결과 서비스 장애 관련 대상자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말만 반복한다”고 토로했다.

KT는 통신구 화재로 무선 상품 서비스 사용이 제한됐더라도 휴대전화가 켜져 있으면 위치 확인을 할 수 있고, 이를 기반으로 대상자를 선정했다고 해명한다. 그러나 휴대전화를 꺼놓은 채 업무를 하느라 통신 장애를 겪지 않은 고객이 보상 대상으로 선정되기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에 사는 이 아무개 씨(30)는 “피해 지역에 있었다며 보상을 해줬다”고 했다.

KT는 일반 고객 대상 요금감면 비용 360억 원을 비용처리하면서 전체 보상 고객 수는 밝히지 않고 있다. KT 관계자는 “현재 360억 원 요금감면 비용에는 3G와 LTE 휴대전화, 태블릿, 스마트워치 등 무선 상품 서비스는 물론 인터넷, IPTV, 일반전화, 인터넷전화 등 유선 상품 서비스까지 모두 포함돼 있어 구체적인 숫자를 제시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배동주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