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노조 “동 주민센터 길들이기 갑질의정”vs 의회 “구민 목소리 청취 막는 게 갑질”
동 업무보고는 강서구의회가 강서구 관내 20개 동을 순회하며 동장들로부터 각 동의 현안, 주민 민원, 지역 특화사업 등을 보고받는 것이다. 강서구의회 의원들은 근 20년간 동 업무보고를 통해 자신의 지역구뿐만 아니라 구 전체의 현황을 파악해왔다.
강서구청 공무원 노조는 관내 20개 동 주민센터가 독자적 사업추진이나 예산편성 권한이 없고 민원응대가 주 업무인 만큼 의회에 대한 업무보고는 현실에 맞지 않는 부당한 의정활동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노조는 서울시 25개 자치구 중 강서구의회만 업무보고를 강행하고 있다며 이는 동 주민센터를 길들이기 위한 갑질 의정이라고 강도 높게 비난하고 나섰다.
공무원노조 조헌식 강서구지부장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그간 의원들이 지역 유관단체 명부, 지역 사건, 사고 관련한 정보를 요구하고 지나친 의전을 강요했다”면서 “만약 지역 현안이 알고 싶으면 의회가 다 오지 말고 지역구 의원만 오면 되는 거 아니냐”고 했다.
이에 대해 강서구의회 최동철 운영위원장은 “의회가 동 주민센터에 그 같은 요구를 한 적이 없다”며 노조의 주장을 일축했다. 오히려 “명부나 의전을 요구한 의원이 누구냐”고 반문하기까지 했다.
강서구의회 최동철 운영위원장
최동철 운영위원장은 “의회는 구민을 대신해 지역 현안을 파악하고 지원해야 하는 의무가 있다”며 “구민의 목소리를 귀담아듣기 위한 업무보고를 막아내는 것이야말로 갑질”이라고 응수했다.
지역구 의원만 오면 되는 거 아니냐는 주장에도 “국회의원이 자기 지역구만 돌보고 나라 살림에 소홀하면 어떻게 되겠냐”면서 “구의회도 마찬가지다 의원들이 강서구 전체의 살림을 돌보고 정보와 의견을 공유하며 더 나은 대안을 찾을 수 있는 것이다. 이를 통해 효율적인 예산 배분도 가능하다”고 맞섰다.
최 위원장은 서울시 25개 자치구에서 업무보고를 하지 않기 때문에 강서구도 하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도 “서울시에서도 업무보고를 하는 구가 있으며 경기도, 인천을 비롯한 전국 의회에서 업무보고를 받고 있다. 무엇보다 다른 구가 하지 않으니까 우리도 하지 말자는 식의 주장은 구민과 구정에 대한 책임감을 의심케 한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실제로 동 업무보고가 없어지면 동의 업무는 간소화된다. 공무원 입장에서 나쁠 것이 없다. 하지만 구의회는 지역의 현안을 파악하고 조금 더 가까이에서 구민의 목소리를 들을 기회 하나를 잃게 된다. 이 때문에 최동철 위원장은 “업무보고 거부는 분명한 노조의 갑질이자 대의민주주의를 무시하는 행위”라고 했다.
더구나 의회의 역할과 기능 축소는 문재인 정부의 핵심과제 중 하나인 ‘지방분권 강화’에도 역행하는 것이라 강서구청 공무원 노조가 정부 정책에 역행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강서구 A 동장은 19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실제로 업무보고를 수행하는 동장이지만 노조의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했다. “의회는 법적으로 감사 권한을 갖고 있고 구민의 요구에 부응하기 위한 목적이라면 업무보고는 필요하다고 본다”면서 의회의 주장을 뒷받침하고 나섰다.
공무원 노조의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 현직 동장들이 나오며 노조의 명분이 흔들리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일부 주민들은 “의회가 세심하게 우리 의견을 듣겠다는데 그걸 막는 이유가 무엇이냐”며 의회에 힘을 실어주기도 했다.
김창의 기자 ilyo22@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