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감염관리 부실 등 인정되지만, 인과관계 증명 안 돼” 검찰 항고여부도 불투명
‘신생아 사망’ 이대목동병원 의료진 모두 무죄 선고. 사진은 이대목동병원 전경=고성준 기자.
[일요신문] 지난 2017년 신생아 4명을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서울 이대목동병원 주치의 등 의료진에게 모두 무죄가 선고됐다.
2월 21일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3부(안성준 부장판사)는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중환자실 실장이자 주치의인 조 아무개 교수와 수간호사, 전공의 등 의료진 7명에게 이같이 판결했다.
재판부는 “감염관리 부실 등 과실은 인정되나 해당 주사제가 영아들의 사망에 직접 작용했다는 인과관계는 증명되지 않았다”고 판시했다.
앞서 검찰은 병원 의료진이 사건 발생 전날 신생아들에게 시트로박터 프룬디균에 감염된 영양제(스모프리피드)를 투여한 점을 문제 삼았다. 오염된 영양제를 간호사들이 여러 개의 주사제에 분주하면서 문제가 발생했다는 설명이다.
검찰은 “해당 사건은 의료진인 피고인들이 감염에 대한 기본수칙을 지키지 않은 안전 불감증으로 발생했다”며 조 교수와 전임 실장 박 아무개 교수에게 금고 3년을 구형했다. 또 같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심 아무개 씨 등 의료진 5명에게 금고 1년 6개월~2년을 선고해줄 것을 재판부에 요청했다.
하지만 피고인 측은 “지난 40년 동안 모든 병원에서 영양제를 분주해왔지만 사망 사고는 없었다”며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또 질병관리본부의 역학조사 결과 역시 신빙성이 부족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들은 사건 원인을 수가 적용 미비와 소아병동 환자수 대비 의사수 등 정부의 잘못된 의료시스템 때문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앞서 대한전공의협의회도 피고인 측과 같은 의료시스템 문제를 지적하며, 이날 판결을 예의주시했다. 대한전공의협의회는 유죄가 나올 경우 대한의사협회가 추진 중인 전국 의사 총파업에 상응하는 집단행동으로 대응하겠다고 예고하기도 했다.
한편, 지난 달 ‘신생아 사망’ 유족 대표는 “우리가 가장 상처를 받았던 것은 누구도 책임지려 하지 않은 채 저수가와 의료 환경을 탓하는 의료단체들의 주장이었다”며 “이 문제를 저수가와 인적, 물적 자원 부족으로 몰아가는 것은 의료진들의 직업적 소명의식이 결여됐다고 볼 수 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이어 “교수는 교수대로, 전공의는 전공의대로, 간호사는 간호사대로 단 한명도 책임을 지려 하지 않고 미안한다는 말 한 마디 하는 사람이 없다”며 “최선을 다했다는 그 말들이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겠다는 말로만 들린다. 잘못된 관행을 근절하고 합리적인 의료시스템을 만들기 위한 첫 걸음은 의료계가 책임을 인정하는 것 뿐”이라고 강조했다.
서동철 기자 ilyo100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