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 무장단체 테러 사건 이후 파키스탄 사격 대표팀에 비자 발급 거부… 올림픽 헌장 위반 지적
2월 20일 인도에서 개막한 ‘2019 ISSF 월드컵’ 엠블럼. 사진=ISSF
[일요신문] ‘인도-파키스탄 분쟁’의 불똥이 스포츠계로 튀었다.
2월 20일 뉴델리에서 개막한 ‘2019 ISSF(국제사격연맹) 월드컵’에 파키스탄 선수들의 출전이 불발됐다. 이번 상황과 관련해 인도는 국제 스포츠계로부터 ‘올림픽 헌장을 준수하지 않았다’는 따가운 눈총을 받게 됐다.
인도와 파키스탄은 오랫동안 격한 분쟁을 겪어온 나라다. 1947년 인도가 영국으로부터 독립을 선언한 뒤 인도 영토에 거주하는 이슬람인들은 인도에 분리독립을 선언했다. 파키스탄의 탄생이다. 이후 인도와 파키스탄 양국은 접경지대인 카슈미르 지역 영유권을 놓고 두 차례에 걸쳐 전쟁을 벌이는 등 극단적으로 대립하기 일쑤였다.
파키스탄 사격 대표팀의 월드컵 출전 불발 사태의 발단 역시 카슈미르 지역에서의 유혈사태 때문이었다. 파키스탄 무장단체로 알려진 이들이 인도 경찰의 행렬을 향해 자살 폭탄 테러를 감행한 것이다. ‘2019 ISSF 월드컵’이 열리기 일주일 전인 2월 14일에 일어난 일이었다. 끔찍한 비극은 인도 경찰 40여 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참사였다.
테러 사건이 벌어진 뒤 인도에선 “‘2019 ISSF 월드컵’에 파키스탄 선수들이 출전하지 못할 것”이란 이야기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소문은 현실이 됐다. 2월 20일 파키스탄사격연맹 측은 “월드컵에 참여하려 했던 파키스탄 선수들의 비자 발급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파키스탄사격연맹 라지 아메드 회장은 “파키스탄 사격 대표팀이 2월 21일 오전에 출발할 예정이었지만 비자가 발급되지 않았다”며 “파키스탄 선수들의 대회 출전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아메드 회장은 “자살폭탄 테러 사건 이후 우려하던 일이 결국 발생했다”며 아쉬움을 표현했다.
한편 국제사격연맹과 ‘2019 ISSF 월드컵’ 조직위원회는 이번 상황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국제사격연맹 측은 “이번 사태 해결과 파키스탄 대표팀에 대한 차별 방지에 모든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입장을 전했다.
이번 사태로 인도 스포츠계는 만만치 않은 역풍을 맞게 됐다. ‘2019 ISSF 월드컵’은 ‘2020 도쿄 올림픽’ 예선을 겸하고 있어 국제적으로 비중이 높은 대회였다. 중요한 대회를 앞두고 정치 상황이 자국에서 개최하는 국제 스포츠 대회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 셈이다. 이는 명백한 ‘올림픽 헌장 위반’에 해당하는 사안이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2월 21일 “인도 정부와 인도올림픽위원회(IOA)가 ‘차별 금지’ 원칙을 위반했다”고 비난하면서 “이는 앞으로 인도가 개최하는 국제대회 전반에 걸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발표했다.
IOC 킷 맥코넬 대변인은 “인도에서 스포츠 선수의 출전 불가 사태가 일어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면서 “인도는 2018년 11월 델리에서 열린 세계복싱선수권대회에서 코소보 출신 복서에게 비자를 부여하지 않은 전력이 있다”라고 밝혔다.
이어 맥코넬 대변인은 “IOC는 지난 몇 년 동안 올림픽 헌장의 기본 원칙과 관련한 입장을 꾸준히 표명했다. 스포츠에서 차별이나 정치적 간섭은 용납되지 않는다. 국제 스포츠 행사에 출전할 모든 선수에 대한 출전권과 치료 여건은 철저히 보장돼야 한다”며 올림픽 헌장에 대해 다시 한번 강조했다.
IOC의 강력한 경고는 인도 스포츠계에 뼈아픈 일이다. 인도는 최근 여러 스포츠 국제대회를 유치하려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2026 유스 올림픽’, ‘2030 아시안게임’, ‘2032 올림픽’ 등이 인도가 유치하려 하는 국제 대회다. 모두 굵직한 국제 대회다.
하지만 파키스탄 사격 대표팀의 ‘2019 ISSF 월드컵’ 출전 불가 사태가 벌어지면서 인도의 국제대회 유치전 전망은 어두워졌다. 국제 스포츠계의 따가운 시선이 쏠리는 가운데, 인도가 난국을 어떻게 타개할지 관심이 집중된다.
이동섭 기자 hardout@ilyo.co.kr
인도는 국제 스포츠계 트러블 메이커? 2018년 11월 인도는 ‘세계여자복싱챔피언십’을 개최했다. 그 과정에서 인도는 코소보 국적 선수에게 비자를 발급하지 않아 구설수에 오른 바 있다. 코소보는 2008년 발칸 반도 내륙에서 세르비아로부터 분리독립을 선언한 이슬람 국가다. 국제사회는 코소보의 독립을 인정하는 국가와 독립을 인정하지 않는 국가 집단으로 나뉘었다. 한국, 미국, 일본 등은 코소보의 독립을 인정하는 대표적인 나라다. 한편 코소보의 독립을 인정하지 않는 대표적인 나라는 러시아, 중국이 대표적이다. ‘일부 세력의 분리 독립’ 가능성이 존재하는 나라들이 코소보 독립을 인정하지 않는 상황이다. 그 가운데 카슈미르 지역 분리 독립 가능성을 내재하고 있는 인도 역시 코소보 독립을 인정하지 않는다. 문제는 여기서 발생했다. 인도는 ‘코소보 독립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코소보 국적 여성 복싱 선수에게 비자를 발급하지 않았다. 당시 국제아마추어복싱연맹(AIBA) 가퍼 라히모프 회장은 “AIBA와 인도 복싱연맹이 최선을 다했음에도, 코소보 국적 선수에게 비자를 발급하지 않은 인도 정부 결정에 매우 실망했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이어 라히모프 회장은 “정치와 스포츠는 절대 섞여선 안 된다”며 “정치적인 결정이 국제무대에서 복싱 선수들의 꿈과 희망에 영향을 미쳐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3달 뒤인 2019년 2월. 인도는 다시 한번 파키스탄 선수들의 비자 발급 문제로 구설수에 오르게 됐다. 스포츠 정신에 어긋나는 인도 당국의 조치가 잇따르면서 인도는 국제 스포츠계의 트러블 메이커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섭]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