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 “감독 월급 지급하는 학부모, 감독 선임 과정서 배제됐다” vs 학교 “대구시 교육청에서 하달한 메뉴얼대로 했을 뿐”
대구 협성경복중학교 야구부가 ‘신임 감독 선임 논란’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사진=일요신문
[일요신문] 협성경복중학교 야구부가 때아닌 논란에 휘말렸다. 논란은 야구부 신임 감독 선임 과정에서 불거졌다. 협성경복중 김 아무개 교장을 향해 ‘야구부 신임 감독 채용 과정에서 비리 감독 선임을 강행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까닭이다.
협성경복중은 대구에 있는 사립학교다. 대구 지역에선 ‘명문 야구부가 있는 학교’로 유명하다. ‘푸른 피의 사나이’ 배영수를 비롯해 구자욱, 김상수 등 대구를 대표하는 야구 선수 다수가 이 학교를 졸업했다.
논란의 발단은 2018년 12월 야구부 신임 감독 공개채용 공고를 내면서 불거졌다. 학교 측은 학생 선수와 학부모들에게 “프로 출신에 젊고 청렴하며 투명한 지도자를 선임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공개채용이 시작되고 총 21명의 지도자가 협성경복중 감독직에 출사표를 던졌다. 해를 넘긴 2019년 1월 15일. 학교 체육소위원회는 00고등학교 야구부 감독으로 재직한 경험이 있는 김 아무개 감독을 협성경복중 야구부 신임 감독으로 선택했다. 감독 인선은 순조롭게 마무리되는 듯보였다.
하지만 학부모들은 학교 측의 감독 선임 결정에 동의하지 않았다. 논란의 도화선에 불이 붙기 시작했다. 학부모들의 반발은 거셌다. 김 감독의 과거 전력 때문이었다. 김 감독은 과거 00대학교 코치 시절 심판에게 돈을 건네 대한야구협회로부터 자격정지 처분을 받았던 것으로 알려진 지도자다.
학부모들은 “학생 선수들을 ‘비리 전력 감독’에게 맡길 수 없다”는 입장을 학교 측에 전했다. 학부모들은 감독 선임 반대 성명을 발표할뿐 아니라, 대구시 교육청에 민원을 제기하기도 했다. 직접 행동에 나선 것이다.
하지만 학교 측 입장은 요지부동이었다. 학부모들이 반발했지만, 협성경복중 교장은 김 감독 선임 강행 입장을 고수했다. 야구부 학부모와 학교 측의 갈등은 평행선을 달렸다.
학부모 A 씨는 “학교가 채용 과정에서 학부모들을 배제했다”며 “교장이 투명하고 청렴한 감독 선임을 약속했는데 그 약속이 전혀 지켜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학부모 B 씨는 “교장이 감독 후보 접수 과정에서 ‘몇몇 후보에게 문제가 있다’는 식으로 얘기했다. 그런데 정작 선임된 감독 역시 ‘비리 전력 감독’이었다. 특정 후보를 야구부 감독으로 앉히기 위해 손을 쓴 게 아닌지 의심스러운 대목”이라고 주장했다.
학부모 측이 학교 측을 불신하는 이유는 따로 있었다. 학부모들이 체육 소위원회 구성 과정에서 배제된 까닭이다. 체육 소위원회는 감독 선임 의사결정권을 갖고 있다. 김 감독을 선임한 체육 소위원회는 교감과 운동부장, 외부 체육인사 2명, 학교운영위원 7명 등으로 구성된 것으로 알려졌다.
학부모 측은 “학부모 운영위원 가운데, 야구부 학부모도 있다. 그런데 학교 측에서 해당 위원을 소위원회 구성에서 제외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학부모가 야구부 감독 급여를 지급한다. 그런데 학부모 의견을 배제한 채 감독을 선임한 것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처사”라고 강한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일요신문’ 취재에 응한 아마야구 복수 관계자들의 의견도 비슷했다. 이 관계자들은 “학부모들을 배제한 상태에서 감독을 선임한 건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라고 전했다.
그렇다면 학교 측에서 학부모들을 체육 소위원회 구성에서 배제한 이유는 무엇일까. 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 김 아무개 교장은 13일 ‘일요신문’과의 통화에서 “대구시 교육청에서 하달한 매뉴얼에 따르면, 체육 소위원회엔 학부모 운영위원이 들어가게 돼 있다. 학교는 그 매뉴얼을 충실히 이행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김 교장은 “메뉴얼상 야구부 학부모는 소위원회에 들어갈 수 없다”고 주장했다.
‘학부모들이 감독 월급을 지급하는 것이 맞느냐’는 질문에 김 교장은 “학교가 전체 예산을 책정하면, 학부모들이 감독 월급을 비롯한 야구부 운영비 일부를 n분의 1로 지급한다”고 답했다.
교장과 학부모 사이의 의견 대립은 여전히 팽팽한 상황이다. 각종 비리 의혹 등으로 체육계가 시끄러운 상황에서 한국 엘리트 체육의 뿌리라 불리는 학원 체육계 역시 바람 잘 날이 없는 형국이다.
학교는 학생이 있어 존재하고, 야구부는 선수가 있기에 명맥을 유지한다. 협성경복중 야구부 감독 선임 논란이 불거진 뒤 갈등의 골은 학교와 학부모를 중심으로 깊어지고 있다. 이런 와중에 가장 큰 피해를 보는 것은 다름 아닌 야구부 학생 선수들이다. 과연 학교, 그리고 운동부의 진짜 주인이 누구인지 다시 한번 고민해봐야 할 때다.
이동섭 기자 hardout@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