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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근 국내 최대 회계법인인 삼일이 당국의 강화 된 감리 등으로 인해 그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 사진은 서태식 삼일회계법인 회장. | ||
삼일은 지난 71년 설립된 국내 최대 회계법인. 이 회사는 삼성, 현대 등 국내 최대 재벌 계열사의 회계를 책임지면서 거대한 인맥을 구축, 국내 회계법인 업계의 최강 인맥과 권위를 자랑해왔다.
그러나 삼일은 IMF 이후 자신이 감사한 기업들이 잇따라 넘어지면서 신뢰도가 크게 추락한데 이어 국내외에서 잇따라 회계법인에 대한 불신이 커져 위기를 맞고 있다.
여기에 삼일은 최근 부실 회계로 인한 벌점 누적으로 금융당국으로부터 외부감사인 선정에 제한을 받는 등 망신살이 뻗쳐 있다.
실제 삼일은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불거진 각종 분식회계 논란에 빠짐없이 등장, 30년 동안 쌓아온 명성에 심각한 타격을 입고 있다. 삼일과 어깨를 겨누던 산동회계법인은 이미 대우그룹에 대한 부실 감사 책임 문제로 공중분해된 적이 있어 삼일도 최근 사태에 바짝 긴장하고 있다.
국내 재계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던 삼일의 권위가 실추된 것은 금융감독원이 이달 초 확정한 감리조치, 부당교체 등의 지적을 받은 1백개사에 대한 외부감사인 지정 내역에서도 그대로 드러났다. 실적, 수주능력 등에 비춰 매년 전체의 25% 정도의 외부감사 건을 수주했던 삼일은 이번 금감원 지정에서 전체의 10%에 불과한 10개를 수주하는데 그쳤다. 이는 부실회계 등이 드러난데 따른 누적벌점(2백90점)이 많았던 탓. 외부감사인으로 지정될 경우 건당 1억원 안팎의 감사 수입이 예상되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 제재 조치로 삼일은 30억원 정도의 예상수입을 놓친 셈이다.
삼일은 지난해 3월 기준으로 매출액이 1천6백63억원이어서, 30억원의 예상 매출 감소는 크지 않을지 모르지만, 신뢰도가 추락했다는 점은 삼일의 장래를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최근 국내외 안팎에서 부실 회계에 대한 문제의식이 높아진 상황에서 ‘부실 회계의 본보기’로 삼일이 걸린 것이다.
삼일의 위기의식은 지난해 현대건설 부실 감사 문제가 불거진 뒤, 곧이어 현대투신에 대한 감사를 놓고 소액주주들이 부실회계에 대한 책임을 들어 소송을 검토하는 등 잇단 악재가 터지면서부터 확산되기 시작했다. 일각에선 국내 회계법인의 간판인 삼일회계법인이 창립 이래 30년 만에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다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삼일이 위기를 맞고 있다라는 얘기는 세 가지 맥락에서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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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는, 현 정부가 들어선 이후 호남 인맥을 강화하고 수주전에 나서는 후발 주자들에 비해 삼일이 순발력이 떨어지고 있지 않느냐는 것.
서태식 삼일 회장(65)이 골수 TK인 데다, 1천3백여 명에 이르는 우수 공인회계사 조직의 세대교체가 늦은 부분이 지적되고 있다.
실제 삼일의 주요 고객명단을 보면 삼성과 관련된 기업이 1백86개사, LG와 관련된 기업이 1백35개사에 이르는 등 주로 영남에 뿌리를 둔 전통 재벌들의 비중이 크다.
셋째는 급변하는 기업환경에 보조를 맞춘 경영변신이 발빠르게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서 회장이 고령인 점과 일반기업들과는 달리 회계법인은 파트너십으로 움직인다는 점 때문에 ‘서 회장 이후’를 대비해야 하는 삼일로서는 변화의 기로에 서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요인들에 대한 삼일 나름대로의 준비가 제대로 돼 있느냐는 부분에 대해서는 고개를 가로젓는 사람들이 많다. 일부에서는 지나친 권위주의와 타성에 젖어 있다는 따가운 지적도 나온다. 대표적인 사건이 지난해 현대건설에 대한 부실 회계 논란의 대상에 오른 부분.
삼일은 지난 70년대 말부터 최대 클라이언트의 하나로 현대건설을 감사해오면서 매년 ‘적정’ 의견을 내다가 지난 2000년에 갑자기 ‘한정’의견을 냈다. 회계감사상 ‘적정’은 재무상 문제가 없다는 것이고, ‘한정’은 매우 위험하다는 것.
삼일이 이처럼 감사의견을 갑자기 바꾼 것은 현대건설의 해외 공사 미수금이 거액의 손실로 잡혔기 때문. 그러나 업계에서는 “현대건설의 미수금 문제는 수십 년 전부터 존재해오던 것인데, 갑자기 2000년에 이를 문제삼은 것은 그동안 부실 감사를 해왔다는 점을 스스로 공개한 것”이라는 의혹을 제기했다.
삼일의 이 같은 부실감사 의혹은 당시 대우그룹이 무너진 뒤 대우 계열사를 주로 맡아 감사했던 산동회계법인이 공중분해됐던 전력이 있었던 탓에 큰 관심을 모았다. 현대건설 공사 미수금에 대해 삼일쪽에선 “기업환경이 완전히 변했기 때문에 2000회계연도에 손실 처리를 했던 것으로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삼일의 ‘불운’은 올해도 이어졌다. 지난 3월 금융감독위원회는 한화유통 동부건설 등 4개 회사에 대해 분식회계를 제대로 감사하지 못한 책임을 물어 삼일에 2백20점의 벌점을 매겼다. 이는 7월 초 금융감독원이 분배한 외부감사인 지정에서 삼일회계법인 몫이 줄어드는 결과를 초래했다.
그러나 삼일이 이번 지정배제와 잇단 부실회계 악재에도 불구, 삼일신화를 계속 이어갈 것으로 보는 쪽도 많다. 삼일의 강점은 세무관련 법률 자문 서비스에서 다른 회계 법인들과 거의 두 배 정도 차이가 나는 매출을 기록하고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이유다.
삼일은 매출 구조상 수익률이 낮은 회계 감사보다는 컨설팅쪽으로 특화해 매출액에서 회계감사비가 차지하는 비중과 컨설팅 비율이 4 대 6으로 컨설팅이 높다. 이와 함께 삼성그룹 등 30년 가깝게 관계를 맺어온 최대 클라이언트들도 삼일과의 인연(기업 내부사정에 대한 비밀까지)으로 인해 쉽게 삼일과 결별하긴 어렵다.
실제 지난 98년 삼성전자가 삼성자동차에 출자한 부분이 삼성전자 주총장에서 문제가 되자 소액주주들이 회계 감사를 맡고 있는 삼일의 잘못을 지적했지만 삼일은 지금도 변함없이 삼성전자의 감사업무를 계속 맡고 있다.
김영식 전무는 일부의 우려에 대해 “미국의 회계 스캔들을 국내와 비교하는 것은 무리”라며 항간의 비판적인 시선에 반박했다. 국내에선 IMF 이후 오히려 미국, 일본 등을 능가할 정도로 회계 투명성이 자리잡았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