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표는 김태년, 친문계는 이인영 밀어…양측 “말 안되는 소리” 세대결 부인
5월로 예정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경선의 대결 구도가 점점 뚜렷해지는 모습이다. 사진은 왼쪽부터 김태년 의원, 이인영 의원, 노웅래 의원. 일요신문DB
여느 경선이 그렇듯 오는 5월로 예정된 민주당 원내대표 경선 역시 계파 구도로 전개되는 모습이다. 이 대표와 함께 정책위의장으로 호흡을 맞춰온 김태년 의원의 출마 소식과 함께, 친문 진영에선 이인영 의원을 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의원은 엄밀히 따지자면 ‘386 운동권’으로 친문계와 가까운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친문계에서 이 의원을 지원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A 관계자는 “이번 원내대표 경선은 중요하다. 총선 직전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공천에 입김이 크게 작용하는 것은 당 대표는 물론, 원내대표도 마찬가지다. 원내대표는 당연직으로 최고위원회 위원이 되고, 공천에서 어느 정도의 영향력도 행사할 수 있다. 무엇보다 역대 원내대표들이 공천에서 탈락한 전례가 없다.
그는 “이해찬 대표 쪽에선 김 의원을 밀고 있다. 김 의원이 이 대표 옆에서 정책위의장을 맡으며 이미 서로 가까워진 사이”라며 “김 의원의 처음 시작은 친문이었다. 하지만 정책위의장을 맡으며 이 대표와 더 가까워진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선 이런 얘기도 있다. ‘김태년은 김태년이 아니라 이해찬이다’”라고 했다.
A 관계자는 이어 “이 대표 측에서 김 의원을 내세우면, 친문계는 이를 막기 위해 누군가를 내세워야 하지 않겠냐. 그런데 친문 의원들은 하필 선수가 너무 높거나 너무 낮아서 원내대표에 부적절하다”며 “그래서 친문에서는 이인영 의원을 밀고 있는 것 같다. 이 의원도 마침 3선에 무던한 이미지이니 친문 쪽에서 좋게 보고, 이 의원도 욕심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기동민·유은혜(교육부 장관)·우상호 의원과 함께 ‘GT(김근태)계’로 분류된다. 우 의원은 문화체육부 장관으로 입각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상황이다. 이에 A 관계자는 “우 의원까지 장관으로 들어가니 (우 의원과 가까운) 이 의원도 자신의 입지를 넓혀야 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노웅래 의원도 출마를 한다던데, 글쎄…. 일단 이쪽도 저쪽도 아닌 비주류라서 잘 모르겠다”라고 말했다. 일반적인 원내대표 경선이 2파전으로 좁혀지며 막바지로 가면 계파간 대결 양상이 더욱 뚜렷해지기 때문이다.
민주당 의원실 소속 B 관계자도 “이미 많이 들리는 이야기다. 친문 진영에서는 이 대표와 가까운 김 의원의 대항마로 이 의원을 내세운다더라”라며 “친문과 이 대표 측이 서로 싸우거나 경계하자는 게 아니라 외부적인 시각 때문인지 균형을 맞추기 위해 그렇게 후보를 낸 것 같더라”라고 했다.
이인영 의원실 측은 “(친문진영의 밀어주기와 같은) 분위기가 민주당에 있긴 하지만, 그렇지 않다. 계파 추천 때문에 나가는 것은 전혀 아니다.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니다”라며 부인했다. 이어 “총선을 앞두고 당이 통합될 필요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출마하는 것이다. 이 의원은 중도지대에 있는 인물로 당을 화합할 수 있다”며 “최고위원을 두 번 지냈고 당 대표 선거에서도 의미있는 표를 받은 적이 있다. 당내 기반이 좋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의원실 측은 앞서 A 관계자의 ‘홀로서기 시도’에 대해 “그런 건 절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민주당 C 관계자도 “친문계에서 이 의원을 밀고 있는 것은 맞지만, 우 의원으로부터 독립하고 자립하려고 그러는 것은 절대 아니다. 이 의원도 나름 GT 그룹에서는 맏형 같은 존재인데, 말이 안 된다” 고 반박했다.
C 관계자는 또, “원내대표 경선은 당 대표를 뽑는 전당대회와 성격이 많이 다르다. 이건 반장선거나 마찬가지다. 동료 의원들 친분을 통해 인기 순서대로 선출되는 것”이라며 “그런 의미에서 이 의원의 기반인 GT계와 그 계보를 잘 살펴볼 필요가 있다”라고 했다.
김태년 의원실 측은 ‘이해찬-김태년’ 대 ‘친문-이인영’으로 분위기가 이어지는 것에 대해 “계파 구도로 볼 일은 아니다. 당내에 계파 같은 건 없다. 계파라는 것은 차기 권력을 중심으로 만들어지는 것인데, 민주당은 누구를 중심으로 계파가 있는 것으로 보이느냐”라고 반문했다. 이 대표가 차기 총선 불출마 선언한 것을 두고 나온 말이다.
이어 김태년 의원실 측은 “물론 김 의원이 이 대표와 가깝기는 하지만, 마치 이 대표가 원내대표 경선 출마하라고 명령해서 김 의원이 출마한다는 것은 절대 아니다”라며 “내년 총선을 앞두고 올해는 대야 협상력으로 매우 중요한 시기다. 김 의원은 2015년 정개특위 간사, 2016년 예결위 간사, 2017·2018년에는 정책위의장으로서 대야 협상 최전선에 있었다. 협상을 잘하니 문재인 정부 성공과 총선 승리를 이뤄낼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출마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친문계로 분류되는 권칠승 의원은 기자에게 “(친문이 한 후보를 밀어준다는) 적극적인 논의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 이 의원은 자기 기반이 있지 않느냐. 민평련(민주평화국민연대)과 ‘GT’를 기반으로 개인적으로 원내대표 경선에 도전하는 것”이라며 “말씀하시는 것들은 다소 과잉해석인 것 같다. 일단 계파 분류부터가 아닌 것 같다. 어차피 이 대표도 친문 아닌가. 왜 서로를 견제한다는 해석이 나오는지 잘 모르겠다. 물론 의원들 사이에 친소관계에 따른 그룹이 있을 수는 있겠지만, (친문이 이 대표를 경계해 이 의원을 밀어준다는 것은) 잘 모르는 얘기”라고 했다.
초선인 이철희 의원도 “(친문에서 이인영 의원을 후보로 낸다는 것은) 아닐 거다. 개개인이 지지는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전체가 다같이 누군가를 지지하진 못할 거다. 오히려 친문 의원들은 움직임을 조심하고 있는 편이다. 괜히 그러다가 말 나오면 문제가 커지지 않느냐”라며 “심지어 이인영 의원은 친문 쪽도 아닌데 그렇게 밀어준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밝혔다.
이수진 기자 sj109@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