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입장벽 없는 사업” 지난해까지 3년간 연 평균 65%씩 공급량 늘어
코람코자산신탁에 따르면 국내 공유 오피스 시장은 2015년 처음 형성된 이후 지난해까지 총 57개 업체가 192개 공유 오피스 지점을 운영하고 있다. 2017년 말 기준 18개 업체가 93개 지점을 갖췄던 것과 비교하면 1년 사이 업체와 지점이 각각 3배, 2배 넘게 증가했다. 같은 기간 국내 공유 오피스 면적은 14만 5455㎡에서 39만 3388㎡로 2.7배 늘었다. 특히 국내 공유 오피스 시장은 2016년 세계 최대 공유 오피스 업체인 ‘위워크’ 진출을 계기로 시장 선점 경쟁에 돌입, 지난해까지 3년간 연평균 65%씩 공급량을 늘리고 있다.
공유 오피스 업체는 빌딩 전체나 일부를 작은 규모의 사무실로 나눈 뒤 입주자에게 월 사용료를 받고 사무 공간으로 빌려준다. 2년씩 공간만 임대하던 것과 달리 단기·소규모 임대 방식을 도입해 창업 초기 스타트업이 주요 고객층으로 꼽힌다. 입주사는 인테리어나 사무실 집기도 필요 없이 계약 후 노트북만 들고 입주하면 된다. 이용 가격대는 1인당 월평균 약 50만 원으로 10인 기업의 경우 500만 원 상당을 내야 해 비싼 편이지만, 고급스러운 인테리어와 맥주·커피 무한 제공 등 혜택을 내세워 스타트업 입주를 끌어오고 있다.
국내 공유 오피스 시장 1·2위 사업자인 위워크(위)와 패스트파이브(아래) CI. 일요신문
최근 몇년간 공유 오피스는 서울 강남을 중심으로 생겨나기 시작해 서울 강북 등으로 거침없이 확장하고 있지만, 정작 내실은 다지지 못하고 있다. 시장 선점을 목표로 촉발된 업체들의 공급 확장이 이른바 ‘치킨게임’으로 치달으면서 속 빈 강정으로 전락하고 있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공유 오피스 업체는 결국 작은 규모로 나눈 사무실에 사람을 채워 돈을 벌어야 하는데, 규모 확대 경쟁이 붙은 상황이라 수요가 공급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실제 글로벌 공유 오피스 업체 ‘위워크’는 2016년 8월 처음 강남역 지점을 연 후 13개 지점을 내며 규모면에서 국내 1위에 올랐지만, 입주 인원 확보에 차질을 겪고 있다. 공실률이 가장 낮은 것으로 알려진 국내 공유 오피스 시장 점유율 2위 ‘패스트파이브’ 역시 현재 전체 수용 가능 인원의 80%도 채우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럼에도 이들 업체는 지점 설립을 계속한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위워크는 오는 7월까지 5개 지점을 추가해 18개 지점을 확보하기로 했고, 패스트파이브도 2개 지점을 확충해 18개 지점 구축을 목표하고 있다.
국내 공유 오피스 시장 1·2위 업체인 위워크와 패스트파이브가 올해 지점 확장을 예정대로 진행할 경우 이들이 수용해야 할 입주 인원은 각각 2만 4000명, 1만 1000명으로 총 3만 5000명에 달한다. 공유 오피스에 입주하는 대부분 기업 규모가 창업 1~2년 내 10인 미만 스타트업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3만 5000명은 2017년 기준 시리즈A에서 10억 원 이상 투자받은 스타트업의 대략적인 구성원 숫자의 10배를 넘는다. 시리즈A는 시제품 단계 이후 시장 진출 전 받는 초기 투자를 일컫는 말로 2017년 343개 기업이 10억 원 이상 투자를 받았다. 초기 스타트업인 343개 기업이 모두 10명 직원을 갖췄다고 가정해도 전체 인원은 3430명으로 위워크와 패스트파이브가 구축 예정인 공유 오피스 전체 수용 가능 인원의 10% 수준에 불과하다.
공급이 수요를 훨씬 초과하면서 일부는 현상 유지에 치중하거나 아예 사업을 접고 있다. 대기업 중에서도 발 빠르게 공유 오피스 시장에 진출했던 현대카드는 ‘스튜디오블랙’의 확장 대신 현상 유지 정도에 머물고 있다. KT는 공유 오피스로 운영했던 ‘올레서비스드오피스’ 사업을 아예 접었다. 외국계 스타트업이 운영하던 한 공유 오피스는 지난해 문을 닫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성제 코람코자산신탁 동향분석팀장은 “공유 오피스 업체 대부분이 공격적인 확장과 프로모션으로 출혈경쟁을 하고 있다”면서 “고가 토지를 중심으로 표준지 공시지가가 큰 폭 오르면서 오피스 임대인이 내야 할 비용도 늘어날 전망이라 공유 오피스 업체의 부담은 계속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부동산업계 한 전문가는 “실상 공급 과잉은 다른 신사업 대비 진입장벽이 낮은 편이라 너도나도 공유 오피스 업체를 차릴 수 있게 하는 구조에서 비롯했다”면서 “자본 규모를 포함한 부실 위험을 우선 검토한 후 사업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배동주 기자 ju@ilyo.co.kr
대기업·중소기업·외국계·스타트업 모두 사업 가능 국내 공유 오피스 시장이 포화 상태로 향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외국계 공유 오피스 업체와 스타트업은 물론 대기업과 중소기업도 전부 시장 진출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영국계 부동산종합서비스회사인 ‘체스터톤스코리아’는 지난해 서울 신도림과 마곡에 이어 삼성역에 공유 오피스를 열었다. ‘국민 내비게이션’으로 불렸던 ‘김기사’ 창업자들은 최근 공유 오피스 업체인 ‘아라’를 내고 공유 오피스 시장에 진출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지스자산운용은 최근 “임대시장 경쟁 심화와 시장 침체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부동산 자산을 활용할 방안을 찾던 대기업들도 시장에 뛰어들면서 공실 위험은 더욱 커지고 있다. 하이트진로·서브원·신세계인터내셔날·태평양물산 등은 최근 공유 오피스 사업을 새로 시작했다. LG그룹 계열사인 LG서브원은 지난해 하반기 양재역 소재 서브원강남빌딩에 3개층 규모로 공유 오피스 ‘플래그원’을 열었고, 한화생명도 서초 사옥에 공유 오피스 ‘드림 플러스 강남’을 열었다 재계 한 관계자는 “대기업은 정부 창업 활성화 기조에 맞춰 수익보다 스타트업을 지원하는 모습”이라며 “공실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배동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