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훈 전 대구 수성구청장, 영남권신공항 빅딜說에 ‘일침’
이진훈 전 대구 수성구청장(좌측)의 유튜브 1인방송 이진훈TV 진행 장면 (사진=이진훈TV 제공)
[대구=일요신문] 김성영 기자 = “지자체끼리 다투니까 너도 떡하나 먹고, 나도 떡하나 먹고 이런식으로 국책사업이 갈 수는 없는 거다.” 부산·울산·경남이 가덕도 신공항을 부쩍 밀어붙이고 있는 가운데 이철우 경북도지사의 ‘영남권 신공항 빅딜’ 발언에 권영진 대구시장도 동참하자 이진훈 전 대구 수성구청장이 이같이 일침을 놨다.
최근 문재인 대통령의 영남권 신공항 발언을 두고 아전인수격 해석이 더해지면서 가덕도 신공항을 재추진하려는 부·울·경과 대구통합공항을 추진하고 있는 대구·경북 간 갈등의 폭이 더 커지고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 13일 부산 시내 한 식당에서 열린 지역 경제인과의 비공개 오찬간담회에서 “동남권 신공항 문제에 영남권 광역단체들의 생각이 다르다면 총리실 산하로 승격해 검증 논의를 결정해야 한다”고 한 말이 기름을 부은 셈이다.
이에 앞서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올 초 대구·경북 상생협력 시·도지사 교환근무를 위해 대구시청을 방문한 자리에서 기자들에게 “정부가 대구통합공항 이전을 먼저 추진하면 가덕도 신공항을 허용하겠다”는 깜짝 빅딜카드를 꺼내 들었다.
이에 대해 전국 한 유력 일간지는 ‘TK엔 대구 신공항, PK엔 가덕도 신공항···文 정부, 다 지어주나’란 제하의 기사에서 대구통합공항과 가덕도 신공항 빅딜설을 조명하며 청와대 승인 가는성을 점치기도 했다.
정부가 지난 설 연휴 대구 신공항과 가덕도 신공항 동시 추진에 대한 여론동향을 살펴 본 것으로 확인됐고, 김수현 청와대 정책실장도 권 시장과 이 지사를 만나 빅딜카드에 대해 큰 틀에서 합의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가덕도 신공항과 대구통합공항의 동시추진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같은 ‘영남권 신공항 빅딜설’에 대해 이진훈 전 대구 수성구청장은 자신의 유튜브 1인방송 ‘이진훈 TV’를 통해 작심발언을 쏟아냈다. 이 전 구청장은 대구공항 통합이전과 관련 ‘K2군공항만 이전’을 줄곧 주장해 왔다. 공항문제 만큼은 지난 자유한국당 대구시장선거 경선에서 같은 당 권영진 시장의 통합이전 강행에 대해 정치생명까지 운운하며 저격수 역할을 자처한 바 있다.
그는 “대구·경북민들이 이게 무슨 얘기지 하고 어리둥절 했을 것”이라면서 “결론적으로 (이 지사의 발언은) ‘빅카’가 아니고 ‘뻥카’가 될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국책사업이 성공하려면 ‘수용 가능성’과 ‘정책 실현 가능성’이란 두가지 관점에서 봐야 하는데 이번 발언은 권 시장과 이 지사가 대구통합공항이 지지부진하니까 고육지책에서 나 온 것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부·울·경이 대구·경북의 빅딜을 받을 가능성에 대해서는 “부산이 핵심 당사자로 받는 제스처는 취하겠지만 잘못하면 대구·경북이 말릴 우려가 있다”고 봤다. 말하자면 관문공항은 가덕도가 되고 대구공항은 동네공항으로 전락할 우려가 있다는 것.
부산 출신인 문 대통령이 가덕도 신공항에 애정을 갖는다면 국토부가 반대할 수 있겠는가?란 질문에는 “그것이 국토부로서는 대단히 부담스러운 부분”이라면서도 “문제는 영남권 신공항을 추진한지가 3년 반, 김해 신공항 확장으로 정하고도 2년 반이나 됐는데 정책의 일관성이란 관점에서 본다면 대통령이 의중이라든지 지자체의 요구 이런 것 때문에 국토부가 수용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책사업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예산과 절차적 정당성, 정책방향 세가지 포인트를 강조했다. 이 전 구청장은 “가덕도 신공항은 김해 신공항 5조9000억보다 4조가 더 들고, 대구통합공항도 기부대 양여로 7조3000억이 들어가는데 거기에 10조가 더 들어간다”고 봤다.
여기에 대구통합공항의 경우 “국방부가 대구시에 K2공항 이전에 당초보다 3조가 더 들어가니 대책을 내놔라고 한 점과 후보지인 군위와 의성 어디가 되든 연결 교통망 구축에 5조3000억, 활주로 확장과 터미널 시설 등을 더하면 10조는 추가로 더 드는 것”이라며, 천문학적 돈이 들어가는 신공항을 영남권에 두 곳이나 짓는다는 건 사실상 어려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또 민간공항에 대해서는 공항시설법에서 절차를 정해놓고 있어 대통령도 법적 절차를 무시할 수 없을 것으로 봤다. 그는 “특히 관문공항을 만드는 일은 국가적으로도 대한히 중요한 일이고, 영남권 신공항을 어디로 하느냐 문제를 두고 국내서는 할 데가 없다 보니 파리공항공단(ADPI)에 20억원을 들여 1년이란 시간을 들여가며 2016년 겨우 김해신공항 확장이 맞다고 결론을 내린 것”이라면서 “그때부터 국토부가 예비타당성조사를 하고 기본계획을 세웠고, 보고회를 얼마전에 마쳤는데 이제와서 여기도 하자 저기도 하자, 그것도 관문공항을 두 개씩이나”라고 반박했다.
이 전 구청장은 그러면서 “영남권 신공항 건설은 OX게임 즉 ‘승자독식’으로 부산이 되면 대구는 못하고, 대구가 되면 부산은 못하는 것”이라면서 “관문공항을 건설하는데 갑자기 지자체끼리 다투니까 너도 떡하나 먹고, 나도 떡하나 먹고 이런식으로 국책사업이 갈 수는 없다”면서 “영남권 신공항 둘을 만들자는 것은 상식에도 국책사업의 기본정책, 항공정책과도 맞지 않다”고 잘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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