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전 ‘보수대통합’ 어려워져…민주당 ‘유승민 지역구’ 어부지리 노린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의 선출과 함께 바른미래당과의 합당에 대한 회의론이 제기되고 있다. 이 가운데 더불어민주당은 유승민 바른미래당 의원의 지역구인 대구 동구을을 눈여겨보고 있다. 사진은 유승민 바른미래당 의원과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 박은숙 기자
유 의원은 대구 동구을에서만 내리 4선을 지냈다. 17대 총선에서는 한나라당 후보가 당선됐지만,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얼마 못 가 의원직을 상실했고, 그 빈자리를 차지한 인물이 유 의원이다. 그는 2005년 재보궐선거에서 비례대표 국회의원직을 사임하고 출마했다. 이후 유 의원은 18대 총선은 한나라당, 19대 총선은 새누리당, 20대 총선은 무소속으로 출마해 당선됐다. 현재 유 의원이 특별한 입장 변화를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에 21대 총선에서도 동구을에서 출마하지 않겠냐는 전망이 나온다.
당초 황교안 한국당 대표는 전당대회를 앞두고 “유승민‧안철수 전 바른미래당 대표와 통합도 가능하다”고 밝혔지만, 전당대회가 끝난 뒤 당 안팎에서 반발이 새어나왔다. 조원진 대한애국당 대표는 “한국당이 ‘탄핵 4적’과 홍준표 전 대표를 정리하면 보수우파 대통합의 문을 열겠다”라고 말했다. 여기서 탄핵 4적은 김무성‧권성동‧김성태‧유승민 의원이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 역시 한국당과의 합당에 선을 긋고, 내부적으로 단합을 다지고 있다. 때문에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의 합당에 회의적인 반응이 주를 이룬다. 만약 21대 총선에서 양 당 후보가 단일화 없이 출마할 경우, 보수 유권자들의 표가 갈라지는 상황이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이번 총선에서 눈여겨봐야 할 곳은 대구 동구을이다. 잘하면 민주당에서 가져갈 수 있다”며 “황 대표가 선출되면서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의 통합 또는 유 의원의 복당은 물 건너 간 게 아니겠나. 그러면 동구을에 한국당, 바른미래당, 민주당이 모두 후보를 낼 텐데 누가 승리하겠나. 민주당의 어부지리도 가능하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물론 대구는 보수 성향이 강하지만,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대구 수성갑)이 잘하고 있으니 예전과 다른 득표가 예상된다”라고 내다봤다.
민주당의 대구 동구을 출마 유력주자는 이승천 동구을 지역위원장과 임대윤 전 동구청장(전 지역위원장)이다. 이 위원장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황 대표는 친박세력과 가깝고 바른미래당은 중도보수이지 않느냐. 그래서 이곳 주민들은 두 당 사이가 좀 더 멀어졌다고 보더라”며 “동구을은 대구에서도 친박의 목소리가 센 지역이다. 때문에 유 의원의 입지는 좁아질 수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이 위원장은 이어 “21대 총선이 바른미래당-한국당-민주당 3파전으로 진행될 것이라는 예상이 많다. 지난 대구 동구청장 선거와 비슷한 구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6‧13 지방선거 당시 동구청장 선거에는 유 의원이 지원한 강대식 후보, 배기철 현 구청장, 서재현 민주당 후보가 출마했다. 결국 강 후보는 배 구청장과 서 후보에 밀려 낙마했다.
그러면서도 이 위원장은 “물론 한계도 있다. 유 의원이 얼마나 득표할 수 있는지의 문제다. 그리고 민주당이라는 정당의 한계도 있을 것이다. 그럴 땐 개인의 능력으로 타개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지난해 한국당 조강특위는 당무감사를 통해 대구 동구을 당협위원장직을 공석으로 비워뒀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유 의원 복당을 염두에 두고 비워둔 것 아니냐’는 추측이 제기됐다. 하지만 이런 예상이 무색하게도 얼마 뒤 김규환 의원(비례대표)이 동구을 당협위원장으로 임명됐다. 이에 의아하다는 반응이 주를 이뤘다. 한국당 관계자는 “누구를 염두에 두고 비워둔 것은 절대 아니다. 그 사람이 들어올지 안 들어올지도 모르는데”라며 “처음 당협위원장 신청 서류를 받고 1차로 거르는 작업을 한다. 그 과정에서 채워지는 곳만 먼저 채우고, (그때 채우지 못한 곳은) 다음 번에 채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김규환 의원의 당협위원장 임명으로 동구을 지역에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의 대결구도가 형성된 것이다. 김 의원은 총선이 3파전으로 진행될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그런 건 생각해본 적 없다. (민주당이 어부지리로 승리하는 것 또한)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았다”며 “(지역 활동을) 열심히 할 뿐이다. 열심히 하는 사람이 이긴다”라고 했다.
김 의원은 이어 유 의원과 경쟁 구도가 된 것에 대해선 “안타깝다. 한때는 같이 했던 사람인데…사람들은 그가 큰 지도자라는 것을 알고 있다. 훌륭한 사람이니 큰 정치를 할 수 있는 곳으로 가야 한다”며 “종로 1번지 같은 큰 바다로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유 의원은 합당 또는 복당 등 한국당과의 통합에 대한 가능성을 닫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승민 의원실 관계자는 “(지역에) 보수 통합 여론이 굉장히 높다. 대통합이라는 대전제에는 유 의원도 반대하지 않더라. 단, (한국당이) 과거를 버리고 미래 지향적으로 가야 한다. 가능성을 완전히 닫은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아울러 김 의원과 대결 구도가 형성될 수 있다는 점에 대해선 “그는 강원도 출신이다. 대구와 경북 지역 정서 잘 아시지 않느냐. 지역 출신이 굉장히 중요하다. 현재 당협위원장으로 임명은 됐으나, 공천을 받을 수 있을지 확인할 수는 없다”고 했다.
대구의 한 민주당 관계자는 “동구을은 보수색이 강한 지역이다. 바른미래당이 설 자리가 없어 보인다. 3자구도가 될 확률이 크고 어쩌면 (민주당과 한국당의) 양자구도로 진행될 수도 있다”며 “어부지리를 얻으면 승산이 있다”고 전망했다. 앞서의 민주당 이승천 위원장도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의 합당이 불발되면 여러 지역에서 3자구도가 펼쳐질 것이다. 특히 보수 성향 지역에서 민주당에 유리한 구도가 형성될 가능성도 있다”고 예상했다.
이수진 기자 sj109@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