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실이 아니라 논문 공장?
A 씨의 논문(좌)과 B 씨의 논문(우)에는 같은 실험 결과가 담겼다.
2007년 한체대에서 박사 과정을 마친 A 씨는 ‘지구성 운동이 GK rats의 미토콘드리아 생성 및 기능에 미치는 영향’이란 논문으로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문제는 같은 시기 같은 연구실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한 B 씨의 논문 ‘지구성 운동과 셀레늄 투여가 당뇨 유발 쥐 골격근 형태별 COX IV와 MCT1에 미치는 영향’에 포함된 실험 결과가 A 씨의 논문 실험 결과와 유사하게 나왔다는 점이다.
두 논문에 담긴 쥐의 지구성 운동 90분과 120분 내성 수준 변화량은 표준 오차만 달랐을 뿐 똑같은 수치를 기록했다. 학계에 따르면 각기 다른 실험에서 쥐의 내성 수준 변화량이 이렇게 같은 확률은 거의 없다. 결국 하나의 실험이 두 개의 논문에 사용된 셈이다.
C 씨의 논문과 D 씨의 논문. 수치 빼고 모든 게 같다.
2010년 한체대 석사 학위를 취득한 C 씨의 논문 ‘지구성 운동이 NSE/PS-2m 알츠하이머 형질 전환 생쥐 뇌의 미토콘드리아 기능 개선에 미치는 영향’과 2011년 한체대에서 석사 학위를 취득한 D 씨의 논문 ‘지구성 운동이 알츠하이머 형질 전환 생쥐의 인지 능력과 MAPK 신호 전달에 미치는 영향’에서는 아예 똑같은 문장과 문단, 영문 설명까지 포착됐다. 실험 결과를 나타내는 숫자만 달랐을 뿐이었다. 인문학계는 각기 다른 논문이더라도 사용 문장이 똑같으면 표절로 판단한다.
더군다나 이번에 문제가 된 C 씨의 논문은 한체대에서 2009년 박사 학위를 받은 엄현섭 건양대 스포츠의학과 교수의 논문 ‘지구성 운동이 NSE/PS2m 알츠하이머 형질전환 생쥐의 Aß-42로 유도된 세포사멸과 인지기능에 미치는 영향’의 실험 결과를 도용했다는 의혹 탓에 이미 논문 갈이가 이뤄진 글이었다. (관련 기사: [단독] 한체대, ‘논문 갈이’ 또 발각... 표절 논란 논문 새 걸로 교체)
표절 논란에 휩싸인 논문 4편은 모두 같은 연구실 같은 교수의 지도를 받아 작성됐다고 나타났다. 이 교수는 한체대에서 앞서 발생한 논문 갈이 2건의 지도 교수이기도 했다. 2007년부터 2011년 사이 한 교수의 지도를 받은 논문 6편이 논문 갈이와 표절 의혹에 빠진 셈이다. 이 교수는 현재 취재를 거부하고 있다.
교육부는 2월 11일부터 2주에 걸쳐 한체대 특정 감사를 벌인 뒤 4일을 추가로 연장한 바 있었다. 논문 갈이 관련 조사도 마쳤지만 한체대 내부에서 알아서 처리하도록 조치했다고 알려졌다.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꼴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한체대는 타인의 논문 실험 결과를 완전히 도용한 논문에 대해서 ‘관행’이라며 표절이 아니라고 판단한 바 있었던 까닭이다.
최훈민 기자 jipchak@ilyo.co.kr
최희주 기자 hjo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