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실패하면 리더십 흠집 낼 수 있어”…친박 일색 한국당 운명은?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 박은숙 기자
대부분의 한국당 관계자는 바른정당계 복당 시점을 올해 추석 전후로 예상하고 있다. 총선을 앞두고 시너지효과를 내야 하는 상황에서 지나치게 이른 복당은 도움이 안 된다는 계산에서다. 추석 전후로 총선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가 하나둘 나오며 분위기가 고조되고, 이를 바탕으로 늦어도 12월 전까지는 개편이 이뤄질 것이란 전망이다.
시점 이전에 준비작업도 중요하다. 한국당의 한 관계자는 “일부 사람들은 4‧3 재보궐선거를 기다리고 있다. 이때 황 대표를 흔들 수 있는 명분이 생기는 것”이라고 밝혔다.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는 창원 성산과 통영·고성 두 곳에서 치러진다. 황교안 체제에서 성과를 낼 수 있는 첫 번째 기회다. 보수정당의 전통적인 텃밭이던 PK(부산‧경남)에서 얼마만큼의 실익을 챙기는지에 따라서 황 대표에 대한 평가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
또 다른 관계자는 “황 대표는 너무 일찍 당 대표가 됐다. 물론 일찍 나와 주목도 받지만, 앞으로 흔들림이 없을 수가 있겠냐”라고 말했다. 만약 이 선거에서 좋지 못한 성적을 거두게 될 경우, 당 한 구석에서는 ‘쇄신’ ‘통합’ 주장이 고개를 들 수 있다. 당내 복당파 또는 극우파 의원들이 이 기회를 통해 황 대표를 흠집 낼 수 있다. 황 대표의 리더십을 문제 삼으며 혼란스러운 분위기를 만들 수 있단 것이다.
당협위원장 임명 여부 또한 이들 복당의 가늠자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새누리당(한국당 전신)을 탈당해 바른정당으로 갔던 류성걸‧조해진 전 의원은 ‘유승민계’ 인사다. 한국당 조직강화특별위원회는 지난 1일 이 둘을 각각 대구 동구갑과 밀양‧의령‧함안‧창녕 조직위원장으로 선정했다. 그러나 대구시당과 경남도당은 류‧조 전 의원에게 복당 불허 결정을 내렸다. 복당 승인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이들은 이후 중앙당에 복당심사 요청서를 제출했지만, 3월 8일 현재까지도 처리되지 않은 상태다.
이를 두고 당 지도부가 바른정당 출신 인사들을 견제하는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황교안 체제 안정을 위해 이들을 배제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다. 심사가 늦어지는 이유에 대해 한국당 관계자는 “전당대회나 선거 등 행사가 많았기 때문일 뿐, 다른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황교안 체제가 출범하는 동시에 당권에도 친박을 전면 배치했다. ‘실세’ 역할인 사무총장 자리에는 친박 한선교 의원을, 당의 ‘입’을 담당하는 대변인직에 민경욱 의원을 지목했다. 이외에도 전략기획부총장, 중앙연수원장 등 온갖 요직에 친박 인사가 중용된 상황이다.
바른정당 인사에 대한 복당 불허와 친박 일색인 당직 인사 등을 미뤄봤을 때, 바른정당 출신 인사들의 복당이 쉽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때문에 복당을 노리는 이들은 4‧3 재보궐 선거에서 황 대표 흔들기에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의 한 관계자는 “재보궐 선거 고작 두 곳이 무슨 큰 의미가 있겠느냐. ‘미니총선’ ‘총선의 바로미터’라는 수식어를 붙일 수도 없다. 하지만 황교안 체제와 강해지는 친박 정서를 위협할 중요한 계기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수진 기자 sj109@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