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농단 가담 혐의로 기소...법조계 일각 “재판 배제했어야” vs 동부지법 “입장 표명 자제”
2018년 7월 국가정보원에서 특수활동비를 상납받고 옛 새누리당의 선거 공천 과정에 개입한 혐의로 기소된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1심 선고 재판장을 맡은 성창호 부장판사. 사진=사진공동취재단
공소장 등에 따르면 2016년 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대표의 상습도박 사건이 전관 변호사와 현직 법관이 결탁된 법조비리로 확대되자 당시 양승태 대법원장 지시로 법원 TF가 꾸려졌다.
성창호·조의연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검찰 측이 법원에 제출한 ‘정운호 게이트’ 관련 영장청구서와 수사기록을 복사해 임종헌 당시 법원행정처 차장에게 불법 전달했다. 영장청구서 등은 영장전담 판사만 열람할 수 있는 수사기밀자료다.
성 부장판사는 대표적인 ‘양승태 키즈’로 분류되는 인물이다. 그는 법원행정처 인사관리심의관, 인사심의관, 양승태 대법원장 비서실 판사(2012년~2014년) 등 핵심 보직을 거친 법원 내 엘리트로 꼽힌다. 성 부장판사는 특히 비서실 판사 시절 양승태 대법원장과 등산이나 야영을 자주 함께 하는 등 친분이 매우 두터웠던 것으로 전해진다.
정운호 게이트는 홍만표 변호사와 최유정 변호사가 상습도박 혐의로 기소된 정운호 대표를 변호하면서 엄청난 수임료를 챙겨 일부 수임료가 브로커를 통해 로비 자금으로 흘러갔다는 의혹이 제기된 사건이다. 검사장 출신인 홍 변호사와 부장판사 출신 최 변호사가 연루돼 있어 이 게이트는 ‘전관예우’ 적패 의혹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사건으로 회자된다.
최유정 변호사의 ‘법조 브로커’ 의혹을 받고 있는 이동찬 씨는 이 게이트로 재판에 넘겨진 피의자 중 가장 높은 형량을 받아 사실상 주범으로 거론되는 인물이다. 이 씨는 변호사법 위반으로 징역 8년, 뇌물공여 혐의 등으로 추가 기소돼 3년 6월의 실형을 받았다. 이 씨의 형량은 징역 11년 6월이다. 반면 다른 핵심 당사자들인 정운호 씨는 징역 3년 6월, 최유정 변호사는 5년 6월, 홍만표 변호사는 2년을 확정 받았다.
이 씨가 경찰 2명에게 모두 1억 3100만 원의 뇌물을 공여한 혐의와 관련한 1심 재판장은 당시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32부 부장판사로 재직했던 성창호 부장판사였다. 성 부장판사는 2017년 10월 이 씨에게 징역 3년 6월을 선고했다.
이에 법조계 일각에서는 ‘정운호 게이트’ 정보 유출 혐의로 기소된 성 부장판사가 게이트 핵심 주범의 재판장을 맡은 것은 매우 부적절했다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2017년 2월 이탄희 판사가 ‘판사 블랙리스트’ 존재를 폭로하며 시작된 사법농단 사건과 관련해 각종 의혹이 제기되던 그 시기에 성 부장판사가 이 씨 재판을 맡았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검찰 출신 한 변호사는 “이동찬 씨는 정운호 씨 기소 이후 현직 판사들에 대한 로비를 담당했을 것으로 의심되는 인물”이라며 “사법농단 사건 당사자로 지목받고 있는 성창호 부장판사는 처음부터 그 재판에서 배제됐거나 스스로 고사했어야 했다”고 비판했다.
이동찬 씨와 최유정 변호사는 1만 2000여 투자자로부터 1조 1000억 원에 육박하는 대형사기사건인 IDS홀딩스 사건과도 연관돼 있는 인물이다. 최 변호사는 정운호 씨와 함께 이숨투자자문 대표를 맡았던 송창수 씨로부터 100억 원에 달하는 수임료를 받았다. 송창수 씨 역시 사기 혐의 등으로 각각 징역 13년, 추가로 징역 4년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다.
2017년 7월 최유정 변호사에 대한 서울고등법원의 항소심 판결문에는 이동찬 씨가 2015년 6월 송창수 이숨투자고문 대표 부하직원과 통화내용이 나온다. 이를 보면 이동찬 씨는 당시 김성훈 IDS홀딩스 대표로부터 로비자금 유치를 시도한 것으로 보인다.
판결문에 따르면 이씨는 송 씨 부하직원에게 “(로비자금을 가져오지 않으면) 자신과 피고인이 힘을 써 다른 유사수신업체(IDS홀딩스)를 운영하는 김성훈이 법정구속 되도록 하겠다. 송창수도 법정구속된다”고 협박한 사실이 적시돼 있다.
IDS홀딩스 피해자들 법률자문을 맡고 있는 이민석 변호사는 “구은수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은 재직 당시 유 아무개 IDS홀딩스 회장으로부터 인사청탁을 받고 3000만 원을 수수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며 “1심 재판장을 맡은 성창호 부장판사는 뇌물수수 혐의는 무죄, 직권남용만 유죄로 해 구 전 청장에게 징역 10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고 석방했다. 국민들에게 사법 불신을 가중시키는 판례 중 하나로 남게 될 것으로 보인다”고 꼬집었다.
성창호 부장판사는 지난 2월부터 서울중앙비법 형사32부 부장판사에서 서울동부지법으로 자리를 옮겼으나 보직을 받지 못했다. 김명수 대법원장의 재판 배제 명령에 따라 성 부장판사는 사법연수원에서 사법연구를 하면서 재판을 받게 됐다.
한편, 동부지법 한 관계자는 “성창호 부장판사는 어떠한 입장 표명도 자제하겠다고 했다. 언론과 만남이나 인터뷰도 일절 응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라고 말했다.
장익창 기자 sanbad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