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능 효자 ‘나 혼자 산다’ 멤버 교체로 상황 급변…북한 문화 유산? 국민 펀딩 창업? 김태호의 선택 주목
케이블채널은 물론이고 넷플릭스와 유튜브로 대표되는 새로운 플랫폼의 성장에 따라 지상파 예능프로그램의 인기도 예전 같지 않다. 제작 편수는 늘었지만 오히려 시청률은 하락세다. 특히 MBC의 경우 ‘나 혼자 산다’ 등 일부 프로그램을 제외하고 3~4%대 시청률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타개책 마련을 위한 제작진의 고심도 깊어만 간다. MBC는 물론 방송 관계자들이 ‘나 혼자 산다’의 변화, 김태호 PD의 복귀에 시선을 쏟는 이유다.
# 전현무·한혜진 잠정하차…인기 유지할지 관심
예능도, 드라마도 시청률 부진에 시달리는 MBC 입장에서 ‘나 혼자 산다’는 효자나 다름없는 프로그램이다. 매회 14~15%대의 시청률을 유지하면서 만드는 화제가 상당하다. 방송사 주력 시간대인 평일 밤 10시 미니시리즈의 시청률이 3~4%에 머물고 있는 사실을 고려하면 ‘나 혼자 산다’의 인기, 방송사에 미치는 영향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된다.
지난 해 ‘나 혼자 산다’ 5주년 기념 기자 간담회 당시 모습. 박정훈 기자
그런 ‘나 혼자 산다’에 변화가 불가피하게 됐다. 진행자 역할을 맡아온 전현무와 출연자 한혜진이 최근 결별하면서 당분간 프로그램에서 하차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2월 연인 사이임을 밝히고 1년여 동안 공개적으로 교제해온 두 사람은 지난해 말 한 차례 결별설에 휘말리기도 했다. 이후 프로그램을 통해 돈독한 모습을 보여 세간의 시선을 불식시켰지만 이달 6일 “좋은 동료로 돌아가기로 했다”고 결별을 공식화했다.
결별과 동시에 이들은 ‘나 혼자 산다’ 출연을 당분간 중단하기로 입장을 정했다. 이와 관련해 ‘나 혼자 산다’ 제작진은 “전현무와 한혜진이 각자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요청으로 인해 본인들의 의사를 존중하기로 했다”며 “두 출연자의 자리를 당분간 공석으로 둘 예정”이라고 밝혔다.
연예인들의 공개 교제와 결별은 연예계에서 흔한 일이지만 전현무와 한혜진이 출연하던 방송을 중단하기까지는 조금 더 복잡한 이유가 뒤섞여 있다. 무엇보다 프로그램 성격의 영향이 크다. ‘나 혼자 산다’는 출연자들의 일상을 솔직하면서도 가감 없이 다양한 에피소드로 구성한다. 일상을 보여야 하는 탓에 전현무와 한혜진은 방송을 통해 서로의 존재를 언급하거나 소재로 활용하는 경우도 잦았다. 리얼리티를 표방하는 프로그램인 만큼 두 사람은 결별 뒤 서로를 향한 감정을 추스를 겨를도 없이 촬영에 나서기가 어렵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전현무와 한혜진이 빠진 상태에서 이뤄진 11일 ‘나 혼자 산다’ 녹화에는 박나래와 이시언, 성훈, 기안84가 참석했다. 제작진은 보안에 신경 쓴 탓에 이날 녹화 분위기는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프로그램에 적지 않은 변화가 불가피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에 대한 시청자의 반응이 어떨지, 시청률 기록 등 향후 분위기에 대한 궁금증이 이는 가운데 ‘나 혼자 산다’에 앞서 MBC의 예능 효자로 군림한 ‘무한도전’ 김태호 PD의 복귀가 임박해 또 다른 측면에서 호기심을 자극하고 있다.
김태호 PD. 사진 제공=MBC
‘무한도전’ 종영 뒤 1년간 여러 기획을 구상해온 김태호 PD는 최근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서 후배 PD들과 새로운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무한도전’을 13년 동안 이끌면서 기발하면서도 의미 있는 다양한 도전을 통해 ‘국민 예능’이란 평가도 이끌어낸 김태호 PD는 현재 북한의 문화유산을 다루는 소재부터 국민 펀딩창업, 유재석을 염두에 둔 프로그램까지 다양한 기획을 구상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MBC는 최근 “김태호 PD의 새 프로그램을 이르면 5월 편성할 계획”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1년 만에 복귀하는 김태호 PD는 그동안 쉼 없는 고민을 해왔다고도 밝혔다. 2월 26일 서울의 호텔에서 열린 MBC 방송광고 연간 선판매 관련 설명회에 발제자로 참석한 김태호 PD는 처음으로 자신의 구상을 공개했다. 당시 그는 “두 달 동안 새롭게 기획해 ‘무한도전’으로 돌아오려 노력했지만 내부 체제가 시청자 기대를 충족할 만큼 준비가 돼 있지 않아 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무한도전’으로 돌아올 노력은 계속하겠다”고도 밝혔다.
김태호 PD의 복귀가 임박하면서 MBC 예능의 판도 변화는 물론 ‘무한도전’ 멤버들과의 재회 여부에도 시선이 쏠린다. 10년 이상 ‘무한도전’에 참여한 유재석과 박명수, 정준하, 하하를 비롯해 새로운 멤버로 합류했던 양세형와 조세호가 김태호 PD와 다시 만날지 여부가 관심사로 떠올랐다.
지난해 ‘무한도전’이 막을 내린 뒤 멤버들도 상당한 변화를 맞았다. 대부분이 숨고르기를 해온 분위기다. 특히 정준하는 1년 동안 예능프로그램 출연을 최대한 자제했다. 10년간 ‘무한도전’에 참여하면서 쉼 없이 달려온 만큼 프로그램이 잠시 멈춘 틈에 자신을 다지는 시간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유재석은 SBS ‘런닝맨’과 KBS 2TV ‘해피 투게더’ 등 고정 프로그램을 꾸준히 이어가고 있는 반면 박명수는 여행 예능 tvN ‘짠내투어’, 하하는 웹예능 ‘빅픽처’ 등에 출연하면서 새로운 프로그램의 문을 두드려왔다.
이해리 스포츠동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