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화티비’ 통해 혼밥·라이브 방송 선보여…지상파 방송 첫 회 시청률 5.3% 기록
지난달 이덕화는 ‘덕화티비’라는 이름의 유튜브 채널을 개설했다. 70대를 앞둔 노배우의 1인 방송 진행은 이례적이다. 그는 카메라를 들고 번화가를 거닐면서 라이브 방송을 진행하고, 혼자 식당을 찾아 ‘혼밥’하는 모습을 카메라에 담기도 한다. 전부 요즘 유튜브에서 유행하는 콘텐츠들이다.
하지만 1인 크리에이터의 길은 아직 멀기만 하다. 보는 사람도 낯설지만 이를 실행하는 그도 어색함을 감추지 못한다. 그런데도 도전을 멈추지 않는 데는 이유가 있다. 이덕화는 “나를 모르는 이들에게 알리고 싶고, 나와 비슷한 연배 사람들도 도전할 수 있다는 걸 보이고 싶다”고 했다.
‘덕화티비’ 간담회 당시 모습. 사진제공=KBS
이덕화는 1972년 TBC 13기 공채 탤런트로 데뷔했다. 40년 넘도록 연기자로 살아온 그가 최근 예능을 넘어 1인 방송까지 진출했다. 노년의 배우 가운데서도 예능 프로그램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스타가 있지만 이덕화는 주로 드라마에만 집중할 뿐 일상을 드러내는 데는 소극적이었다. 한때 MBC ‘토요일 토요일은 즐거워’의 진행을 맡고 “부탁해요~”라는 유행어까지 만들었지만 어디까지나 20년도 더 지난 과거 상황. 그런 이덕화가 변화하기 시작한 계기는 2017년 채널A의 ‘도시어부’를 시작하면서다. 이를 통해 그는 ‘낚시 열풍’의 주역이 됐고, 이젠 ‘예능 대세’의 면모까지 과시하고 있다.
이덕화가 26일 KBS 2TV에서 방송한 새 예능 ‘덕화티비’를 시작했다. 유튜브를 통해 콘텐츠를 먼저 공개한 뒤 이를 갈무리해 TV로 방송하는 ‘덕화티비’는 최근 KBS가 시도하는 새로운 ‘디지털 퍼스트’ 전략의 출발을 알리는 프로그램이다. 그 첫 번째 주인공이 된 이덕화는 지난 1월 유튜브에 1인 채널 ‘덕화티비’를 개설해 현재 활발히 방송을 이뤄가고 있다.
이덕화는 왜 낯선 1인 방송의 세계로 들어섰을까. 사실 그는 제작진의 제안을 받기 전까지만 해도 “1인 방송이 뭔지 몰랐다”고 털어놨다. 평소 휴대전화로 문자메시지를 적어 보내는 것도 “귀찮다”고 여겼지만 제작진의 제안을 받아들여 1인 방송에 나선 이유는 “새로운 경험을 원했기 때문”이다.
이덕화는 ‘덕화티비’의 KBS 2TV 방송을 앞두고 최근 가진 기자단담회에서 “1인 방송을 하면서 많은 걸 배우고 있다”며 “새로운 경험뿐 아니라 내가 살면서 경험한 일들, 연기하면서 쌓은 노하우를 전수하고 싶어 과감하게 결정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덕화는 “채널 이름 자체가 ‘덕화티비’인 만큼 목숨까지 걸고 해야 한다. 못할 게 없다”고 의지를 피력했다. 원하는 수치까지 구독자가 늘면 홍대에서 버스킹 공연까지 하겠다는 계획도 소개했다.
이덕화가 대중 친화적으로 변화하기 시작한 계기는 ‘도시어부’부터다. 연예계에서 소문난 ‘낚시 마니아’로 통하는 그는 낚시 소재 예능인 ‘도시어부’에 첫 회부터 참여해 3년째 활동하고 있다. ‘도시어부’가 채널A를 대표하는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을 수 있던 배경도 이덕화의 활약이 결정적이라는 평가다. 베테랑 강태공다운 실력을 매회 과시하는 그는 낚시에 관한 한 절대 양보하지 않는 고집스러운 모습을 보이면서도 때론 삶의 연륜이 느껴지는 ‘어른’으로서의 조언도 아끼지 않는다. 덕분에 ‘아저씨들의 취미’로 분류됐던 낚시가 최근 여성들도 즐기는 인기 레포츠로 각광받고 있다.
‘덕화티비’ 간담회 당시 모습. 사진제공=KBS
물론 나이는 무시할 수 없다. 빠르게 변화하는 트렌드를 금방 따르기는 역부족이다. 아내와 데이트하는 모습을 직접 찍어 공개하거나 평소 즐기는 조기축구회에서 운동하는 과정을 방송하는 건 수월한 축에 속한다. 나머지는 첩첩 산중이다.
이덕화는 혼자 식당을 찾아 밥을 먹는 ‘혼밥’ 체험에 나서고도 줄곧 어색해하는 모습을 감추지 못한다. 1인 방송을 시작하기 전까지 방탄소년단의 존재를 몰랐다는 사실을 고백해 또 한 번 ‘충격’을 던지기도 했다. 심지어 유튜브에서 가장 유행하는 ‘ASMR’(자율감각 쾌락반응·autonomous sensory meridian response)를 두고 “조미료 이름인 줄 알았다”고 밝혀 웃음을 안겼다. ASMR은 바람 부는 소리나 음식 먹는 소리 등 뇌를 자극해 심리적인 안정을 유도하는 소리와 영상을 뜻한다.
요즘 유튜브에서 빠질 수 없는 이런 콘텐츠가 이덕화에게는 한없이 낯설지만 그는 이를 거부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다지고 있다. 이덕화는 “이 나이에 새로운 걸 시도한다는 게 쉽지 않다. 시도하고 싶다는 마음만 있어서도 안 된다. 연예인은 누군가의 제안을 받아야 하는 직업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즉 1인 방송 도전 역시 ‘선택 받아’ 가능한 일이기에, 여전히 어색하고 어렵지만 도전의 기회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덕화는 자신이 체감한 것들을 동년배 시청자에게도 그대로 전하고 싶다는 바람도 드러냈다. “젊은 친구들이 왜 1인 방송을 하고 유튜브를 하는지, 왜 혼밥을 하는지 많이 느끼고 있다”는 그는 “방송을 통해 젊은이들의 문화를 이해하고, 세대 사이의 의견 충돌이 해소되길 바라는 마음”이라고 했다.
대중의 반응은 긍정적이다. ‘덕화티비’의 첫 회 시청률(5.3%)이 그 증거다. 최근 지상파 예능프로그램의 저조한 시청률을 고려하면 첫 회 치고 상당한 성적이다. 유튜브에 친숙한 1020세대도 이덕화의 도전에 반응하고 있다. 27일 현재 유뷰브 ‘덕화티비’ 구독자는 3만 3000여 명. KBS 2TV로 첫 방송된 이후 화제를 더하면서 구독자 수가 점차 늘고 있다.
이해리 스포츠동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