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내부 압력·여론 의식 지나치단 지적도…김학의 사건·홍만표 사건 규명이 성패 좌우할 듯
박상기 법무부 장관(오른쪽)과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이 1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과거사위원회 활동 및 버닝썬 수사 관련 법무부-행안부 합동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 연합뉴스
과거사위의 의사 결정 방식은 이러하다. 과거사위가 조사대상 사건을 선정하면 대검찰청 진상조사단이 조사를 진행하고 그 결과를 다시 과거사위가 심의·결정한다. 진상조사단은 교수 12명, 변호사 12명, 검사 6명으로 최초 구성돼 서울동부지검에 마련된 사무실을 사용했다. 당초 과거사위 위원장을 맡던 김갑배 변호사는 지난해 12월 사의를 표명했고 현재 위원장이 공석이다. 진상조사단은 단장을 두지 않는 방식으로 운영돼왔다.
과거사위가 지난해 2월 진상 규명을 우선 권고한 사건 12건 중 절반가량은 지난 10년의 보수정권 중 검찰이 벌인 수사가 포함됐다. 이 가운데 가장 최근에 벌어진 사건은 김학의 별장 성접대 사건이다. 사전조사를 한 사건 중 선별적으로 본조사를 진행했다.
진상조사단의 조사를 통해 과거사위가 결과를 발표한 사건은 △김근태 고문은폐 사건 △형제복지원 사건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 △강기훈 유서대필 사건 △약촌오거리 사건 △PD수첩 사건 △남산 3억 원 및 신한사태 △정연주 전 KBS사장 배임 사건 △삼례나라슈퍼 사건 △청와대 및 국무총리실 민간인 불법사찰 △유우성 간첩 증거조작 등이다. 남산 3억 원 및 신한사태 사건은 실제 재수사를 권고해 서울중앙지검 조사2부에 사건이 배당됐다.
조사 중인 사건은 △낙동강변 2인조 살인사건 △장자연 사건 △용산참사 △김학의 성접대 사건 등 개별사건이 있고, 포괄적 사건으로는 피의사실공표죄 수사건, 선임계 미제출 변론사건 등이 남아있다. 낙동강변 2인조 사건과 포괄적 사건은 이달 말 재조사를 마무리 짓고 국민적 의혹이 짙은 김학의·장자연 사건 등 나머지 사건에 총력을 기울일 전망이다.
국가와 공권력 등에 피해를 입은 시민의 명예 회복을 위해 개별 사건의 진상규명은 필수적이다. 과거사위가 조사결과를 발표한 대부분의 사건에서는 검찰의 부실수사, 편파수사, 윗선의 압력 등이 포착됐다. 이 때문에 무고한 피해자들에 대한 검찰총장의 사과가 필요하다는 권고도 다수 내려졌다.
하지만 과거사위가 여론을 지나치게 의식한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삼례나라슈퍼 사건의 경우 과거사위가 ‘수사과정이 잘못된 바 없다’는 결론을 내릴 예정이라며 피해자들이 기자회견을 열었다. 2018년 12월 21일 피해자들은 “과거사위가 해당 사건을 담당했던 최성우 전 검사(현 변호사)에게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결론을 내릴 예정이고, 이에 따라 최 전 검사가 피해자는 물론 재심을 도운 박준영 변호사를 상대로 소송을 걸었다”고 주장했다. 피해자들은 조사단의 교체도 요구했다. 여론이 악화되고 한 달 뒤인 2019년 1월 과거사위는 검찰 수사가 부적절했다고 재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단에 대한 검찰 내부의 압력도 상당하다고 알려졌다. 용산참사 사건을 맡은 조사팀은 당시 수사팀이 법적 조치를 언급하자 외부 단원들이 대거 사퇴해 조사를 중단했었다. 조사단의 한 검사는 기수가 크게 차이 나는 선배 검사로부터 직접 연락을 받아 논란이 됐다. 까마득한 후배가 자신의 과거 수사를 조사하는데 이에 대해 직접 전화통화를 한 것은 외압이나 다름없다는 지적이 나왔다.
과거사위원회 간사를 맡고 있는 이용구 법무부 법무실장이 조사단 활동을 방해한다는 의혹도 쏟아졌다. 이용구 실장은 지난해 12월 ‘재조사 기한을 연장하면 사표를 쓰겠다’고 언급해 문제가 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정치적 의도와 치부를 덮기 위해 과거사 청산을 방해하는 세력이 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물론 과거사위로서는 ‘기소도 못하는 재조사가 무슨 의미냐’는 법조계의 비판이 큰 부담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진상규명은 기소 여부를 떠나 검찰이 투명한 조직 운영 체계를 마련하는 데 중요한 계기가 된다. 과거사위의 김학의 전 차관 사건과 선임계 미제출 변론사건의 해결이 필수적인 이유다.
법조계에서는 과거사위 발족 당시부터 ‘김학의 사건, 홍만표(몰래변론) 사건’에 대한 조사가 과연 제대로 이루어질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됐다. 두 사건의 수사가 더디자 과거사위를 향해 ‘김이 빠졌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결국 고위공무원과 권력자들이 연루된 김학의 사건과 홍만표 몰래변론, 그리고 장자연 사건 등을 어떻게 매듭짓느냐에 따라 과거사위의 성패가 갈리게 됐다.
과거사위 활동기간 만료를 앞두고 극적으로 기한이 연장됐다. 조사 인력과 시간이 부족하고, 강제수사권이 없다는 한계는 명백하다. 다만 새로운 진술과 자료가 확보되고 있는 만큼 과거사위의 진상 규명 활동의 귀추가 주목된다.
금재은 기자 silo12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