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신문’은 지난 120년 역사 속에서 계명대가 추구해 온 대학의 가치와 노력, 미래에 대해 8회에 걸쳐 조명하고자 한다. -편집자 주-
#‘청석바위’ 깎아 대학 기틀 마련···아름다운 캠퍼스, 전국 명소로 거듭나
계명대 대명캠퍼스 조성 초기, 척박한 바위산을 중장비 없이 손으로 깨어 운동장을 조성하고 있다(1964년) (사진=계명대 제공)
‘계명대학교’ 하면 붉은 벽돌 건물과 아름다운 캠퍼스를 떠올리는 사람들이 많다.
계명대 캠퍼스는 2001년 한국대학신문 ‘전국 아름다운 캠퍼스 10선’에 선정돼 명성을 알렸고, 1993년 MBC드라마 억새바람을 시작으로 모래시계, 영화 동감, 꽃보다 남자, 검은사제들, 인천상륙작전, 미스터션샤인 등 지금까지 100여 편의 드라마와 영화 촬영지로 각광을 받고 있다.
계명대가 아름다운 캠퍼스의 대명사가 되기까지는 계명대의 정신인 개척의 노력과 땀이 들어있다. 계명대가 처음 자리 잡은 곳은 대구시 남구 대명캠퍼스였다.
조성 당시 이곳은 촌락에서 멀리 떨어진 척박한 바위 언덕 야산이었다. 이 언덕 야산은 ‘청석 바위’라고 하는데 생존력이 강한 잡초만이 겨우 뿌리를 내릴 수 있는 바위산이었다. 건축과 식목이 어려운 터에 운동장을 조성할 때는 미군부대에서 굴삭기 같은 장비를 빌려와 썼다. 바닥의 바위가 너무 단단해 굴삭기의 쇠가 거의 닳아버릴 정도였다고 한다.
암석을 깎아 건물을 짓는 일과 돌을 들어내고 그 자리를 다시 흙으로 채운 후 나무를 심는 작업은 매우 어려웠다. 비가 오면 물이 빠지지 않아 나무뿌리가 썩는가 하면 구멍을 뚫어 물꼬를 내면 수분 부족으로 여름에도 낙엽이 날렸다. 처음에 척박한 땅에 물이 부족하다고 생각하고 계속 나무에 물을 공급하자 자꾸 썩어 죽어버렸다. 나무를 다시 뽑아보니 배수가 되지 않아 물이 고여 뿌리가 썩은 것이었다.
그 후 바위에 십자모양으로 물길을 내고 흙을 다지니 배수가 되고 나무가 뿌리를 내리기 시작했다. 온갖 노력 끝에 가꾼 캠퍼스는 하나하나 자리 잡았다. 계명대의 아름다운 캠퍼스는 ‘계명개척정신’의 상징이라 할 수 있다. 대명캠퍼스에는 당시 바위산의 일부를 보여주는 조형물이 있다.
계명대 대명캠퍼스 아담스관 앞에는 조형물로 당시 바위산이었던 흔적을 남겨 보존하며 개척정신을 되새기고 있다. (사진=계명대 제공)
계명대 첫 건물인 대명캠퍼스 본관은 미국 북장로회 선교사들이 미국의 전통적인 대학의 모습을 그대로 재현한 건물이다. 6.25전쟁으로 폐허가 된 한국을 다시 일으키기 위해 고등교육기관을 설립하기로 하고 미국의 아이비리그 대학과 같은 명문대학을 만들기 위해 캠퍼스 건물을 그와 유사하게 디자인해 건축했다.
이런 이유로 계명대 캠퍼스를 구성하는 대부분의 건축물은 독특한 특색을 가진다. 예술적 조형미와 함께 튼튼하게 지어야 하며, 붉은 벽돌로 쌓아 올리고 벽에는 반드시 담쟁이가 올라갔다. 전체 캠퍼스와 미적(美的) 조화도 이뤄야 한다. 이같은 건축양식은 미국 아이비리그 대학의 모습과 매우 비슷하다.
계명대 캠퍼스의 붉은 벽돌과 고풍스런 스타일은 건물을 통해 대학설립의 개척정신을 소중한 전통으로 삼아 이어온다. 대명캠퍼스에서 성서캠퍼스로 이전하면서도 그 특색은 그대로 가져왔다. 대명캠퍼스는 50년이 넘은 건물들로 고풍스러운 모습을 자랑하며 성서캠퍼스는 웅장한 규모와 깨끗한 이미지로 아름다움을 자랑한다.
계명대 성서캠퍼스 전경 (사진=계명대 제공)
그리스 신전 같은 모양의 정문에서부터 시선을 사로잡는다. 정문에 들어서면 도서관과 함께 웅장한 성처럼 생긴 아담스채플이 캠퍼스 전체를 내려다보고 있다. 이곳 내부에는 3800여개의 크고 작은 파이프로 구성된 파이프 오르간이 설치돼 가치를 높이고 있다.
아담스채플을 따라 내려오면 우리나라 전통 가옥을 재현한 계명한학촌을 만날 수 있다. 연못과 서당, 사랑채로 구성된 계명 한학촌은 조상의 얼과 전통을 소중하게 계승하는 계명의 마음을 담고 있다.
계명아트센터 역시 자랑할 만한 건물 중 하나다. 2000여 석 규모의 대형 공연장으로 무대 하부 리프트 2기, 무대 좌우측 슬라이딩 웨곤 4기를 장착하는 등 지역 최대 규모의 무대 크기를 자랑하고 있다.
또 객석 벽면 속에 진향을 조절할 수 있는 가변 커튼이 설치돼 음악 장르에 따라 진향을 조정, 더 웅장한 음향을 내면서 연중 수준 높은 공연과 함께 대구의 상징적인 예술 공연장으로서의 역할을 다 하고 있다.
‘전국 아름다운 캠퍼스 10선’에 선정된 계명대 성서캠퍼스는 본관에서 행소박물관까지 이어지는 벚꽃길이 매년 많은 사람들이 몰리는 명소로 자리매김 했다. (사진=계명대 제공)
성서캠퍼스는 봄이 되면 매화를 시작으로 목련과 벚꽃이 장관을 이룬다. 특히 성서캠퍼스 본관에서 행소박물관에 이르는 벚 꽃길은 대구의 명소로 알려져 매년 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다. 가을에는 은행나무 등 다양한 나무에서 수놓는 단풍이 계절의 멋을 한껏 보여준다.
신일희 총장은 “캠퍼스 환경은 학생들이 심성을 바르게 키우며 공부하는 데 매우 큰 영향을 미친다”며 “아름다운 캠퍼스에서 마음껏 삶을 성장시킬 수 있도록 나무 한 그루 풀 한 포기에도 세심한 관심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ilyo07@ilyo.co.kr